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집이다. 하루키 소설의 팬들은 하루키의 소설들이 비슷한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나또한 그의 책이라면 상실의 시대와 1Q84를 읽었기 때문에 어느정도 그의 특성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하루키의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받은 느낌이다. 물론 그 만의 기발함은 느껴졌지만 상실의 시대에서 읽었던 책의 느낌과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까 뭐랄까. 이 책은 좀 무겁다거나 진지한 느낌이 아니고 위트가 있는 가벼움이라고 해야할까?

 

오래전에 빵가게를 습격한 적이 있던 남편은 아내에게 우연히 그 얘기를 하게 된다. 특별한 경우가 있어서 그런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왔고, 그 이야기를 들은 아내는 급하게 제안을 한다. 빵가게를 습격하기로! 하지만 시간이 새벽인 관계로 그들은 맥도날드를 습격한다. 한밤의 햄버거집 습격이라니. 참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다. 가짜 총을 들고서 햄버거집을 습격하는 모습이란 대범함이 필요할 텐데 말이다. 콜라도 서비스로 주려고 하는 점원에게 콜라 값은 지불하고 나오는 부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왜 대체 맥도날드를 습격하는 것일까?'하는 궁금증이 일어난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그냥 재미로 하기에는 너무 어이없지 않은가. 추억을 회상하자는 작가의 의도인가, 그냥 내가 못하는 것 대신 해 주는 대리만족인가. 독자에게 상상력을 주려는 것일까. 나는 또 여기서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책을 덮지도 못하고 우물쭈물 앉아있다.

 

책의 단편 중 하나로 코끼리가 없어져버린 사건이 있다. 동물원에 가서 직접 코끼리를 눈으로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코끼리의 거구는 어마어마하다. 코끼리의 발에는 분명 쇠랑까지 채워져 있었는데 없어져버렸다. 조련사와 함께. 그 거구가 움직인 발자국 조차 없다. 제일 마지막으로 코끼리를 목격한 '나'는 코끼리의 묘연한 행방 때문에 혼란스럽다. 결국 코끼리는 소멸되었다고 믿지만 정작 그의 이런 생각을 믿어주는 사람은 없다.

 

삶이라는게 그렇다. 하루하루 반복하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늘 있던 것이 없어져 버릴때가 있다. 그것은 늘 옆에 있던 사람일 수도 있고, 소지품 일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이제는 나에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별로 의식하지 않고 살아간다. 마치 코끼리가 소멸되었어도 사람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처럼 말이다. 내 옆에 무엇이 있는지 인지하고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느낄 오늘 하루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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