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상상과 몽상의 경계에서
김의담 글, 남수진.조서연 그림 / 글로벌콘텐츠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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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렵다'

예전에 인터넷으로 이것 저것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본 글이다. 평소라면 그냥 지나쳤을 문장인데, 그 날은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 문장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리고 이내 나의 마음속에 남았다. 그렇다. 저 글처럼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렵다. 쉽게 얘기하자면 그만큼 사람에게 공감을 얻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한살 한살 듦에 따라서 더욱 어려워짐을 느낀다.

 

문득 밤에 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쉽게 잠이 들지 않는 밤이 있다. 내 안에서 갈망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아니, 사실은 그게 무엇인지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다. 그것이 사람이건 음식이건 그리움이건 추억이건 간에..  

 

이 책을 처음 읽게 되었을 때의 느낌도 그 상황과 비슷했다. 책에는 많은 그림이 실려있다. 그녀들의 얼굴을 보자니 마치 내 얼굴을 보고 있는 듯하다. 평소에 나의 마음 상태.. 그저 묵묵한 표정하나 없는 얼굴 말이다. 사회생활을 하거나 친구들을 만날 때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짓지만, 마음속으로 우러나 웃었던 적이 몇번이나 될런지.. 책 속의 그림들을 보니 나의 이런 모습들이 떠오르며 공감이 되는 것이다. 머리가 휑하니  뚫리는 느낌이다.

 

책에는 1부~3부까지 '상처' 와 '이해' 와 '성숙'에 대해 그려져 있고 쓰여있다. 각 챕터를 통해서 저자는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예전에 유행했던 가요 중에 이런 노랫말이 있었다. '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서,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무성한 가시나무 숲이네' 갑자기 이 노랫말이 떠올랐던 것은 책에 나와있는 괴물이라는 대목과 마주했기 때문이다. 타인에게 비춰지는 시선 때문에, 사실 나는 착한사람 콤플렉스를 보이고 있었다. 내안에 괴물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 자신에게 채찍질하며 그랬던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저자에게 고마운 것이다. 나와 동일한 생각을 하고 있던 사람이 있었다니... 나의 동굴에서 괴물을 숨기려고만 했던 그동안이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짐을 내려놓는 기분이랄까..

 

이 밖에도 책에는 많은 상상과 몽상적인 이야기들이 쓰여있다. 솔직히 말해 냉정한 사람이라면 책의 내용을 잘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순전히 독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옛 사랑과의 헤어짐의 기억들로 인해 고통스러워했던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옛 사랑과의 추억의 장소들 때문에 애를 많이 먹었다. 그곳을 지나가면 자꾸만 생각이 나고, 그로 인해서 다시 추억을 꺼내놓게 되고, 그립고 아픈 상태를 여러번 경험해 보았기 때문이다. '장소'에 대해 저자가 쓴 대목에서 또한번의 위로를 받는다.

 

'나의 꿈을, 당신의 로맨스를, 소박한 사랑을, 가슴 시렸던 아픔을 남겨 둘 것입니다.

언젠가 다시 찾을 나와 당신을 위하여..27p'

 

현대시대의 사람들은 조급증을 많이 앓고 있다고 한다. 나 또한 그렇다. 나는 태평한 척 보이지만 사실 엄청 옹졸해 한다. 엄청 고민한다. 소심해 한다. 두려워 한다. 걱정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냐? 난 아직 어리고 앞으로 시간도 많은데..라고 은근하게 위로하는 목소리를 책을 통해 듣는다.

나의 상처를 이해할때 나는 성숙할 것이다. 마치 이 책의 흐름처럼 말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여,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여..상처를 받아들이라..그리고 이해하라.

그러면 한단계 성숙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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