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친절하고 관대한 태도로 타인과 윤리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적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려고 해보지도 않고 그 사람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관계의 윤리학이란 어떤 부분은 영원히 얽힌 채로, 질퍽한 채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현대 이론가들은 아포리아(해결할 수 없는 내적 모순)와 존재론적 난제 안에 기꺼이 머물겠다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급한 해결을 요구하는 대신 관계의 교착 상태 내에 오래 머무는 것은 매우 윤리적인 태도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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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자신의 삶을 꾸리는 방식으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다. 세상에는 만족스러운 결혼도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이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최선의 방법이라는 견해를 왜 사회 전체가 그토록 맹신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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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을 자신의 삶을 꾸리는 방식으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아무런 유감이 없다. 세상에는 만족스러운 결혼도 많이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이 깊은 관계를 지속하는최선의 방법이라는 견해를 왜 사회 전체가 그토록 맹신하는지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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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오리지널 커버 에디션)
J.M 바스콘셀로스 지음, 박동원 옮김 / 동녘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제목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지은이 주제 마우르 지 바스콘셀로스 / 옮긴이 박동원 / 출판사 동녘

발행연도 2020년 2월 25일 / 가격 13,000원 / 만듦새 132x193(국판 변형), 양장제본 / 편집 구형민 정경윤 박소윤

분야 소설 / 동녘 출판사 제공도서

*동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너무도 유명한 책. 이번에 오리지널 커버 디자인으로 재출간되었다. 그림체가 뭔가 그로테스크한데... 어린 시절 필독서에 꼭 포함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가 읽었던가? 아마 앞부분 조금 읽고 덮었던 것 같다. 동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 덕분에 명작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성장소설이다. 당연히 배경은 브라질, 히우지자네이루 외곽의 방구라는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다. 주인공은 다섯 살 어린아이 제제. 실직한 아버지와 여섯 살부터 공장 일을 해온 어머니를 뒀다. 누나들도 공장을 나가거나 집안일을 한다. 가난한 집안에서 만만한 건 제제다. 아버지와 형, 누나들로부터 매맞는 일상이 반복된다.

그런 제제에게 친구가 생긴다. 집 뒤뜰에 있는 라임오렌지 나무. 제제는 그에게 밍기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한다. 그리고 또 한 명, 포르투갈 사람인 뽀르뚜가 아저씨다. 그는 아무도 관심 쏟지 않던 제제를 사랑으로 보살펴준다. 그러나 제제는 불의의 사고로 이 둘 모두를 잃는다. 결국 제제는 심한 상실감으로 앓아 눕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묘한 경험을 했다. 제제가 병상에 있던 중, 동생 루이스가 곁에 오는 장면이 있다. 거의 끝 지점인데 이 부분을 읽다가 어린 시절 생각이 확-하고 났다. 두 살 터울의 남동생과의 추억이 떠올랐다. 제제와 동생 루이스가 케이블카니 동물원이니 하며 허상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어린 시절 나와 동생은 잠들기 전 상상으로 만들어 낸 놀이를 하곤 했다. 내 나이 열 살 즈음이었을까. 무엇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워 두런두런 말로 하는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있다. 잊고 있던 기억인데, 저 부분을 읽는 순간 번뜩 생각났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은 있다. 제제처럼 순수하고 장난기 가득했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자라면서 그때의 감수성을 서서히 잊는지도 모른다. 끝내 그 잠자리에서 무엇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해내지는 못했지만, 그 시절을 생각하며 몽글몽글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오래된 소설이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가 아닐까.


#책, #주제마우루지바스콘셀로스, #JM바스콘셀로스, #나의라임오렌지나무, #동녘, #동녘서포터즈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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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인 식탁 - 먹는 입, 말하는 입, 사랑하는 입
이라영 지음 / 동녘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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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치적인 식탁 / 지은이 이라영 / 출판사 동녘

발행연도 2019년 9월 20일 / 가격 16,000원 / 만듦새 148x210(국판), 무선제본

분야 인문, 사회, 에세이 / 동녘 출판사 제공도서

*동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제목에 '식탁'이 들어가지만 맛이나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치'가 들어가지만 실물 정치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식탁을 둘러싼 권력관계를 다룬다. 하루 세 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먹는다면 인간은 80살까지 산다해도 8만 5천 끼가 넘는 식사를 한다. 이 식탁 위의 음식을 차리는 것은 누구인가, 오며가며 시중드는 이는 누구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누구인가, 식탁에 올라와 있는 음식은 무엇이며 그것을 먹는 이는 누구인가. 또한 역사적으로 식탁에서 배제되었던 이는, 오늘날까지도 배제되는 이는 누구인가.

작가는 식탁과 '먹는 행위'를 매개로 각종 차별과 혐오를 다룬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은 여성. 여자들은 브런치를 먹는다고 개념없는 '된장녀'가 되고, 감자탕과 파스타로 개념 유무를 진단받는다. 또한 결혼한 여성은 아이가 남긴 밥을 먹는지 먹지 않는지로 아이에 대한 애정의 정도를 가늠당한다. 여성과 성관계하는 걸 '먹다'라고 표현하고, 유흥업소의 여성들의 외모를 '물이 좋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먹은 식탁의 식사를 누가 차렸는지 모르듯, 쉽게 간과하며 지나갔던 문제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여성 외에도 동성애자, 동물권, 육체노동자 등 차별받는 이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몇 문장의 말로는 이 책을 다 풀어낼 수 없다.

밥을 꼭꼭 씹어 삼키듯, 하루에 너댓 꼭지의 이야기를 읽었다. 한숨에 후루룩 읽는 것보다는 그런 편이 좋은 책이다. 읽다보면, 보이지 않던 광경이 보인다. 차별받는 이들이 보인다. 저자의 바람대로, 식탁에서만큼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환대의 공간으로 다시 탄생하기를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식탁에서 누가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는지. 하루빨리 "구속당한 입들의 해방이 권력의 구조를 흔들"날이 오기를 바란다.

"어떤 세계에 대한 거부감과 혐오는 때로 사소한 낯설음에서 출발한다. "없던 혐오가 생기려 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변태하기를 거부하고 무지에 양분을 주어 혐오를 발아시켰을 뿐, 없던 혐오가 새롭게 생긴 것이 아니다. 안다는 것은 때로 불편하다. 나는 모를 것이다, 몰라도 된다, 이렇게 스스로를 설득시키며 차라리 몰라도 되는 권력을 지향하는 것이 오히려 편하다. 자신의 세계에 그 낯선 세계까 스며드는 것을 두려워하고 거부하기 때문에 조롱해 멸시하거나 척결의 대상으로 삼는다." _6장 사랑하는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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