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정치적인 식탁 / 지은이 이라영 / 출판사 동녘
발행연도 2019년 9월 20일 / 가격 16,000원 / 만듦새 148x210(국판), 무선제본
분야 인문, 사회, 에세이 / 동녘 출판사 제공도서
*동녘 출판사 서포터즈 활동으로 제공받은 도서
"제목에 '식탁'이 들어가지만 맛이나 요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정치'가 들어가지만 실물 정치를 다루는 것도 아니다. 이 책은 식탁을 둘러싼 권력관계를 다룬다. 하루 세 끼, 거르지 않고 꾸준히 먹는다면 인간은 80살까지 산다해도 8만 5천 끼가 넘는 식사를 한다. 이 식탁 위의 음식을 차리는 것은 누구인가, 오며가며 시중드는 이는 누구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누구인가, 식탁에 올라와 있는 음식은 무엇이며 그것을 먹는 이는 누구인가. 또한 역사적으로 식탁에서 배제되었던 이는, 오늘날까지도 배제되는 이는 누구인가.
작가는 식탁과 '먹는 행위'를 매개로 각종 차별과 혐오를 다룬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이야기되는 것은 여성. 여자들은 브런치를 먹는다고 개념없는 '된장녀'가 되고, 감자탕과 파스타로 개념 유무를 진단받는다. 또한 결혼한 여성은 아이가 남긴 밥을 먹는지 먹지 않는지로 아이에 대한 애정의 정도를 가늠당한다. 여성과 성관계하는 걸 '먹다'라고 표현하고, 유흥업소의 여성들의 외모를 '물이 좋다'라는 말로 표현한다. 이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먹은 식탁의 식사를 누가 차렸는지 모르듯, 쉽게 간과하며 지나갔던 문제들을 돌이켜 생각하게 한다. 여성 외에도 동성애자, 동물권, 육체노동자 등 차별받는 이들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몇 문장의 말로는 이 책을 다 풀어낼 수 없다.
밥을 꼭꼭 씹어 삼키듯, 하루에 너댓 꼭지의 이야기를 읽었다. 한숨에 후루룩 읽는 것보다는 그런 편이 좋은 책이다. 읽다보면, 보이지 않던 광경이 보인다. 차별받는 이들이 보인다. 저자의 바람대로, 식탁에서만큼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기를, 환대의 공간으로 다시 탄생하기를 바라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알아야 한다. 우리의 식탁에서 누가 배제되고 차별받고 있는지. 하루빨리 "구속당한 입들의 해방이 권력의 구조를 흔들"날이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