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친절하고 관대한 태도로 타인과 윤리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 사람의 사적인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려고 해보지도 않고 그 사람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내리고 싶은 충동에 저항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관계의 윤리학이란 어떤 부분은 영원히 얽힌 채로, 질퍽한 채로, 해결되지 못한 채로 남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것을 현대 이론가들은 아포리아(해결할 수 없는 내적 모순)와 존재론적 난제 안에 기꺼이 머물겠다는 태도라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성급한 해결을 요구하는 대신 관계의 교착 상태 내에 오래 머무는 것은 매우 윤리적인 태도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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