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 하버드대학교. 인간성장보고서, 그들은 어떻게 오래도록 행복했을까?
조지 E. 베일런트 지음, 이덕남 옮김, 이시형 감수 / 프런티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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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나 추천 문구에 ‘하버드’가 들어가면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어서 거르는 편이다. 하버드 이름만 내세운 과대과장 책 광고 아냐? 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버드 대학교 인생성장 보고서’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 보통때 같으면 집어들 일이 없을 책이다. 평소에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지 않기도 하고.
어쩌면… 내가 아직 젊고, 아프지도 않고, 예기치 못한 병이나 불행에 관해 깊게 생각에 보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그래서 표본집단에 관해 오랜 추적 관찰을 해 온 이 책을 ‘하버드’라는 부제에도 불구하고 읽어 보기로 했다.

이 책은 약 800명의 표본 집단(하버드 엘리트 남성, 여성 천재, 서민 남성)의 삶을 약 70년간 추적 관찰한 보고서 +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그들의 삶이 타고난 조건에 좌우 되었는지, 노년의 행복과 불행을 가르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자 한 책이다.

고작 800명이란 표본의 삶의 궤적을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도 좀 애매하고, 1910년에 태어나고 자란 미국 사람들의 행복의 가치관이란게, 21세기의 행복의 가치관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그래서 이 책을 강력 추천하기는 솔직히 망설여지긴 한다.
추천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에 관해 어떤 ‘확증 편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남아 생각해 볼만한 내용들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세 가지.

하나, 길고 긴 삶에서 누구도 다양한 종류의 불운을 단 하나도 마주치지 않기란 불가능 하다. ‘그 일(불운)’을 맞닥뜨렸을 때, 성숙한 방어기제를 통해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 4,50대 전후의 건강한 사회적 인간관계가 노년의 고립과 외로움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준다. (feat. 마음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

셋, (어쩔 수 없이) 육체적 건강의 유지를 위한 노력 : 적절한 몸무게, 금연, 술은 약간만… 이런 후천적 몸 관리가 타고난 유전적 문제보다 더 중요.

내가 인상깊다고 꼽은 이 세가지는 그나마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성숙한 방어기제는… 쉽지 않다. 나도 이번에 아픈 기간을 지나며 그닥 성숙한 방어기제를 갖춘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으니까. 한없이 나약하고 또 나약한 인간이라는 걸 절감했으니까.

또한, 행복에 대해 어떤 공식을 도출해 낼 것 같은 이 책마저도
‘앨런 포’라는 애칭으로 불리던,
폭음에, 헤비 스모커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지만
늘 활기와 기쁨으로 가득했던 남자의 삶을 함께 언급하며, 숫자로 말하기엔 너무도 인간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들려준다. 그는 인생 중 작가로써 책을 출간하고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열정적이었던 5년을 인생 중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꼽았다. 그는 64세 사망 직전(알콜 수치 높음으로 인한 실족사)만남에서 이와 같이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즈음에 내가 죽었을 수도 있죠. 내가 죽더라도 내 생에 최고의 나날이었던 지난 5년의 이야기는 꼭 책에 실어 주시길.”

실제 표본자의 삶의 궤적을 압축한 케이스 스터디가 많아서 책은 500페이지 분량임에도 금방 읽을 수 있었다. 시대의 가치관이 많이 변했음을 읽으면서 크게 절감했지만, 참고할 내용들을 선별해서 내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기에 만족스런 독서였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삶을 예측하는 건 어차피 불가능하므로 삶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흘러갈지를 궁금해 하는 대신 그냥 하루하루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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