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의 철학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인문학 편지
윤성희 지음 / 포르체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약용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일단 '정조의 에이스'로 총애를 받았다는 것, 유학자이자 실학자, 건축, 법의학까지 다방면에 뛰어났던 '엄친아'였다는 것. (역사 책에서 배운 기억을 간신히 더듬어 보니) '목민심서'의 저자 였다는 것 등등이 떠오른다.(아, 이건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에도 나오지...)
그는 일찍부터 왕의 총애를 받았다. 이렇게 잘난 사람이고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니, 시기 질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정조가 승하한 이후 그는 결국 '신유 박해'와 '황사영 백서 사건'(모두 천주교 박해 관련된 사건)에 연루되어 긴긴 시간 (무려 18년이나...) 유배 생활을 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최고의 자리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셈.
이런 상황에서 사람이 택하는 마음의 선택지는 몇 가지 되지 않을 것 같다.
1. 세상을 원망하고 저주하다 홧병으로 죽거나(정약용 이전의 정조의 에이스였던 홍국영이 이런 케이스),
2. 상황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 죽을힘을 다해 내면을 잃지 않으려고 하거나.
다행스럽게도 정약용은 후자의 케이스였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다'는 건 말이 쉽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경지는 못된다는 걸 느낀다. 조금만 몸이 아프고 힘이 들어도 당장 우는 소리부터 나오는 요즘이라 그토록 오랜 유배 생활 중에도 늘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지인과 새로운 사람들과 더불어 지식을 나누려 했던 정약용 선생을 나같은 일반인의 경지로 어찌 100% 이해할 수 있으리오?
하지만, 나는 그리 못 살아도 누군가는 이런 모범적인 독야 청청의 삶을 살아주길 바라게 되는 건 왜 그럴까? 역경 없는 인생을 살다 죽는 건 엄청난 행운이고 대부분의 사람의 삶은 이런 행운을 비껴간다. 예상치 못한 난제와 불행을 맞닥드릴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 그런 때에 방황할 내 마음을 잡아줄 삶의 케이스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생각이다. 정약용이 제일 힘든 시기에 써 내려간 이 편지들은 흔들리는 마음을 잡고 싶을 때 참고할 수 있는 훌륭한 샘플이다.
아, 그래도 제일 인간적인 편지는 아들에게 '폭음하지 말라'는 일종의 잔소리 비슷한 편지였다. 젊은 시절 술을 좋아했던 정조 때문에 권하는 술을 거절을 못해 고생을 좀 했던 모양이다.
양껏 마시고 취하고 음주 가무를 즐기는 인생의 한 순간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30대 후반이 되니 몸 상하는 게 싫어서 술을 절제하게 되었고, 술로 인해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원천 차단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주량도 얼마 안되면서 억지로 센 척하면서 마시는 것을 그만두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지금은 특별한 날이 아니면 거의 술을 안 마시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전혀 아쉽지 않다. 술을 절제하라는 교훈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