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속의 삶 삶속의 예술 - 정연복의 그림이야기
정연복 지음 / 등(도서출판)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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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여행과 흡사한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예술속의 삶, 삶속의 예술>이란 제목의 이 책이 그랬다. 책을 읽는 동안 얼마쯤은 느긋하게 유럽의 미술관을 돌아보는 기분이 들었으니까. 오랫만에 만나는 아주 정갈한 미술 에세이기도 했고.
책장을 넘기는 동안 아는 그림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
(특히 라울 뒤피의 그림!)
낯설고 신선한 그림을 만났을 때의 놀라움,
(마들렌의 초상화 라는, 18세기 흑인 여성 마들렌을 그린 아름다운 초상화가 오랫동안 그 이름 대신 니그로 여인이라 불렸다는 것.)
도무지 화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그림을 마주쳤을 때의 불가해함을 동시에 경험했다.
(로베르 쿠튀리에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다.)
어떤 그림은 ‘거기서 나를 기다렸나?’ 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킬 만큼 운명적이기도 하다. 여행 코스에 미술관을 포함 시키는 사람이라면 십중팔구 이러한 기분을 느끼기 위함이겠지.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 시대,
여행은 자유롭지 않으며 더더군다나 미술관 방문은 제한이 많다.
요 며칠 머리가 복잡했고,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것 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차분하게 비일상을 경험하고 싶어서 나와는 아주 먼 곳에 있는 그림들을 이야기 하는 책을 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미술에 관한 어려운 이론서가 아닌, 그림에 대한 지은이(
정연복
)의 생각을 편안하게 풀어 놓은 책이다. 신화와 영화 이야기들이 곁들여진 글들이 많아서 더욱 편안한 독서, 아니 그림 감상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면서 문득 낯선 도시에 흘러가서 작은 성당에 들어가 경건한 그림(제단화)와 마주치는 상상을 하기도 했다. 여행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까지나 내게 열려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한 시대에 하는 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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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17: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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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17: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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