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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스터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7월
평점 :
품절
카린 지에벨의 작품 중 <그는 한때 천사였다>가 떠오른다. 변호사로 성공하지만 뇌종양으로 시한부판정을 받은 프랑수아, 운명의 장난으로 잔혹한 킬러의 삶을 살아야 했던 폴, 두 남자가 우연히 길에서 만나 함께 여행하면서 겪는 다사다난의 로드무비식 스릴러 소설이다. 한명은 삶을 정리하기위해 여행을 떠나는 길이고, 다른 한명은 새로운 삶을 살기위해 도피하는 중이다. 전혀 상반되는 두 인물을 등장시키지만, 그들의 과거를 등장시켜, 한때 천사처럼 순수했던 그들의 일치되는 예전모습을 그려낸다. 심층적이면서도 복합적인 심리서술을 통해서. 때문에 사연이나 상황에 따라 세밀하게 변하는 심리를 묘사하다보니, 장편에 강한 작가인데, 이번에는 짧지만 강렬하고 심리보단 스토리에 중심은 둔 단편소설을 선보인다. 국내에서 첫 출간되는 카린 지에벨의 첫 단편소설 <게임 마스터>를 소개한다.
‘잘가, 모르간... 아니지, 지옥에 당신 자리를 하나 예약해 둘게.
거기 오면 내 상대역으로 열면을 펼쳐야 할거야‘
- 누군가, 날 위해 남겨준 선물, 곧 공포의 무대로 변화한다!
누군가, 우리를 노리고 있다. 무리속에 숨어둔 살인마를 찾아라!
<게임 마스터>는 두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은 중편에 가깝다. [죽음 뒤에]와 [사랑스러운 공포] 훅 들어오는 섬뜩함, 게임의 주인을 찾는 이야기. 두편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죽음 뒤에] 전 세계적인 스타인 여배우 모르간은 어느날 유산상속자가 된다. 생면부지의 한 팬이 죽기전에 자신에게 한 전원주택을 남겼기 때문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고, 유족들의 눈치가 따갑지만, 그녀의 사회 참여적인 활동에 자신도 동참하고 싶었다며 어린이를 위해 써달라고 남긴 그의 유지가 고마워 수락하고 만다. 결국, 모르간은 남편 마르크와 함께 저택으로 향한다. 한편 남편 마르크는 자신의 아내인 모르간과 절체불명의 팬의 사이가 의심스럽다. 그녀가 바람이라도 피운 것은 아닐까? 서로다른 생각의 부부는 빈 집을 돌아다니다. 팬이 남겨둔 테잎을 발견하고, 테잎을 재생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총알이 발사되고, 공간은 닫혀 바져나갈 곳이 없어지는데...
[사랑스러운 공포] 강간살인범인 막심이 정신병원에서 탈출한다. 그는 남편 혹은 연인이 보는 앞에서 피해자 여성을 강간하고 무참히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로 매우 위험한 인물이다. 한편 어젯밤 정신병원을 탈출한 연쇄살인범 때문에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되어 길이 막히는 것이 곤란한 한 여성,소니아. 소니아는 장애가 있는 16명의 아이와 동승한 몀몇 부모와 함께, 숲으로 여름캠프를 떠나는 중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탈이 난 버스 기사 대신왔다는 운전기사 질의 운전은 거칠고,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온 뤽은 전화통화때와는 살짝 목소리가 다르고 어딘지 모르게 서툴다. 네 시간 후, 일행은 외진 아름다운 숲속에 도착한다. 하지만 이 곳에 살인범 막심이 숨어들어와 있는데...
- 프랑스 심리 스릴러의 아이콘, 카린 지에벨의 국내 첫 단편소설집!
빠르고 긴박감 넘치는 전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숨막히는 결말! 그녀가 달라졌다?
단편소설이지만, 이야기는 단 두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고해서 실망하긴 이르다. 중편에 가까운 단편이기에 서사가 매끄러운 편이며, 복선과 반전도 타당하며, 장편에서만 보여온 작가특유의 세밀한 심리묘사도 들어가 있다. 장편에만 강해, 장편만 출간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죽음 뒤에]는 여배우와 남편, 그리고 정체모를 유산을 남긴 팬의 관계에 주목한다. 이들은 서로 과거를 공유하거나 서로 모르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다. 서로 상대의 의중을 모른채 낯선 공간(저택)에 들어가고, 선물이라 생각한 저택이 삽시간에 살인현장과 밀실로 바뀜과 동시에 심리서스펜스가 그려진다. 정체모를 팬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선물 혹은 함정을 남겨놓은 것인데, 이 이야기는 범인의 정체를 밝힌다기보다는, 대체 왜 그가 이런 행동을 저지르는 건지, 그의 동기를 찾는 스릴러로, 사랑과 복수의 감정, 그 심리와 관계들이 복잡하게 엉켜들어가며, 그것에 집중된 독자가 방심하는 사이, 거듭 반전을 보여주며 놀라운 결말에 다다른다.
반면, [사랑스러운 공포]는 범인의 정체를 밝히는 것에 집중한다. 독자는 막심이라는 살인범이 캠프에 동참했다는 사실은 알지만, 정작 누군지는 알지 못한다. 그러는 와중에 여주인공과 가까워지는 두 남성, 버스기사 질과 레크리에이션 강사 뤽. 이 과정을 보는 독자는 조마조마한 서스펜스를 느낀다. 막심이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며 범죄를 계획하고 있고, 섬뜩할 정도의 범죄자의 심리를 보여주기에, 외딴곳에 여자와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곧 희생양이 될거란 예고편이 이미 시작된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뒤이어 그를 뒤쫓는 형사의 등장과 이미 희생양과 인질을 손에 쥔 사이코패스인 막심의 대결은 이제는 조마조마함이 아닌, 두 남자의 날선 대결로 흥미진진한 속도감이 있는 짜릿함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제법이다. 카린 지에벨은 장편못지 않게 단편도 멋지다. 그녀가 심리스릴러가 전문분야이고, 장편을 써온 탓에 다소 느린 전개와 세밀한 스타일을 고수해온 지도 모른다. 이번 단편에서는 단편답게 속도감도 있고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스타일을 보여주니. 그녀의 소설이 재밌지만, 다소 답답하다고 느낀 독자가 있었다면, 꼭 읽어볼것! 분명 희소식이 될 것이다.
+@ 심리와 장편에 강한 그녀이기에 그 섬세함 덕분에 느린전개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편답게 제법 속도감있고 깔끔하다. 물론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피해자의 심리와 공포감을 유발하는 범죄자의 심리를 잘 묘사하기도하지만, 심리묘사보다 전체적인 서사와 놀라운 반전이 인상깊은 소설이다. (단편이기에 장편같은 여운이나 깊이감있는 결말이 아닌, 독자에 따라 급한 마무리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