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하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죽은 심장을 되살리고 싶었던 한 남자의 일탈. 그러다 정말 죽는 수가 있다?


<데드 하트> 번역하자면 '죽은 심장' '죽은 마음' '불모의 오지'라 한다. 시뻘건 표지에 상처난 얼굴을 한 남자. 남자는 입과 몸이 묶힌채로 있다. 이 소설을 한 남자가 죽음 심장을 되살리고 싶어서, 즉 무려한 일상을 일탈하고 싶어서, 다시 열정적으로 살기위해 여행길에 오른 로드 무비와 같은 소설이라 광고하지만, 실상 그 로드무비. 호러 무비가 된다. 죽은 심장한번 살릴려다가 진짜 죽을 뻔 한 이야기. 그게 바로 <데드 하트>다.


닉 호슨은 3년마다 한 번씩 사표를 던지며 신문사를 옮겨다니는 기자이다. 진득한 구석없고 열심히 일해 어떤 성공이나 성취, 높은 급료나 승진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냥 먹고살기 위해 쳇바퀴 돌듯 사회의 부품으로 살고있는 사람이다. 그는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누군가를 진심을 다해 사랑한다거나, 구속되는 결혼생활은 꿈도 꾸지 않는다. 가족도 없고 연인도 없고 사람들과는 대충 거리를 두고 즐기는 정도는 사람이다. 그는 멀쩡한 모습의 좀비다.


이런 그에게 사람이 될? 운명이 찾아온다. 사람은 어떤 계기로 변화된다던데. 보스턴의 한 광장에 아주 오래된 낡은 서점에서 1957년 판 오스트레일리아 로열 자동차 클럽 지도를 발견한다. 그 순간 닉은 번뜩인다. 매료된다. '이거다!' 닉은 오스트레일리아 넓은 대륙을 가로지르는 긴 도로에 마음을 빼앗긴다. 권태로운 일상, 지루한 일상, 변함없는 일상. 바로 지금의 일상을 탈출할 '일탈'로 이 도로는 제격인 것이다. 끝없이 황량한 황무지를 가로지르며 여행을한다면, 닉은 자신의 삶에 새생명이 불어넣어질 거란 생각에 사로 잡힌다. 로드 무비 처럼 말이다.


이상한곳에서 결단력있는 닉. 그게 무모함이 깃든 결단력이지만. 닉은 재산을 정리하고 출근하기로한 새 직장에도 출근을 못한다고 전한다. 그리고 단숨에 오스트레일리아로 떠난다. 그곳에서 중고벤을 사고 무작정 길을 나선다. 숨을 몰아쉴 정도의 훅훅한 더위, 땀이 끈적해질 정도의 불쾌한 습도, 가는 곳마다 더러운 오지. 황량하지만 대자연을 느끼며 닉은 일탈이란 이름의 자유여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우연 같은 여행길, 운명 같은 한 여인을 만난다.


여기까지 보면 참 아름답기 그지없다. 우연같은 여행길 운명같은 여인과의 만남. 닉은 앤지라는 여인의 순진함에 끌리고 그녀와 밤을 보내게 된다. 적당히 즐기다 그녀를 떠나려고 했는데.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이별의 말을 전할 타이밍을 놓치고 주저하다 일은 터지고야 만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상했다. 21년 동안 오지마을인 울라누프에서 한번도 떠난적이 없고, 스물 한살이 되면 마을을 떠나 여행하는 전통을 가졌는데 그래서 순진할것만 같은 여자가 밤에는 격렬한 성관계에 집착을 했으니 말이다.


그 이상한 여인, 진짜 미친 사이코였다. 앤지는 닉의 손발을 밧줄로 묶고 수면 유도제 주사를 놓고, 닉이 눈을 뜬곳은 한 오지마을. 지도에서조차 사라진 마을이다. 연방정부의 통제도 미치지 않고 공동생상과 공동소비를 하면서 마을만의 룰로 살아가고 있는 곳. 그곳이 울라누프였다. 경찰도 없고 독자적화폐를 사용하며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구시대적인 주거환경, 라디오, 텔레비전은 물론 와이파이 터지지도 않는 악취가 진동하는 원시적인 곳.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 걸까? 대체 왜 닉을 납치한 것일까? 닉은 과연 이 곳에서 탈출할 수 있을까?  



-여행을 떠나 깨달음을 얻는 아름다운 대자연과 함께 하는 로드무비! 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건 스릴러 무비다!

스릴러가 메세지가 없다고? 읽어봐라 터닝 포인트가 찾아올지도 모르니.


처음 소개는 그랬다. <데드 하트라>라는 제목도 그랬고. 한 무료한 남자가 죽은 마음을 살리기 위해, 일상의 감사와 삶의 목표를 찾기 위해, 여행길을 오르는 감동적인 로드 무비같은 소설을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읽다보면 이 남자. 로드무비가 아닌 호러무비, 스릴러무비를 찍는다. 성찰을 하기위해 떠나는 아름답고 잔잔한 로드무비나 그곳에서 운명처럼 만난 여인과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무비를 뒤집다 못해 확 엎질러 버린다. 초반 기대와 달리 진행되는 이야기는 예상을 깨는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 <데드 하트>는 그런 뜻밖의 전개와 여러가지 개성강한 인물들, 위험이 도사리는 낯선 환경, 상황과 어울리지 않은 뒤틀린 유머코드, 섬이나 밀실과 다름없이 철저히 통제된 곳에서 탈출을 하기 위한 서스펜스가 뒤섞어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즉 미친듯이 질주하는 소설이다. 더글라스 케네디 특유의 할말만하는 군더더기 없는 묘사와 폐부를 찌르는 비극적이지만 옳곧은 말투, 쾌속열차를 타는 듯한 속도감과 오르락 내리락 갈피를 못잡는 전개 역시 여전히 담겨있다. 이 책은 이렇듯 제대로된 재미를 가득가득 담고있다. 그렇다면 재미만 있을까?


 더글라스 케네디는 매번 재미와 동시에 메세지를 담는다. 이번에도 그랬다. 장르소설이 메세지가 없다는 편견을 깨부스는 작가답게 이번에도 재미끝에 의미를 담아낸다. 우리는 어느순간 느끼곤 한다 '내가 왜 사는 거지?' '난 뭘 하고 있는 거지?' 목표나 방향성 없이 표류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또한 우리는 어느순간 고심하게 된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 '지금의 삶이 옳은 걸까?' 분명 열심히 일을 하고 하루를 사는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우리는 어는 순간 화가 치민다. '왜 이런 삶이 주어진 거지?' '왜 나는 좀 더 잘 살 수 없는 거지?' 그 순간들에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삶의 우울감, 불안감, 억울함이 긴장과 웃음과 깨달음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이 책, 스릴러물이라 우습게 보면 큰코 다친다. 책장을 덮고나면  지금의 삶이 다행 혹은 감사라 여겨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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