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저녁식사 1 - 고향, 그리고 달걀말이 마지막 저녁식사 1
후시노 미치루 지음, 김지연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현명한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한 끼가 상처로 얼룩진 마음을 위로해 줄 때가 있다.

심야식당을 좀 더 트랜디한 맛으로 바뀐다면?

 

후시노 미치루의 <마지막 저녘식사>는 표지부터가 끌렸다. 두 명의 이케맨(꽃미남)이 식당을 배경에 두고 웃고 있다. 처음 시놉을 읽었을때는 바로 떠올랐다. 한드는 미진했으나 일드로 대박을 친 아베 아로의 <심야 식당>. <심야 식당>은 그야말로 힐링이란 단어와 퍽 어울리는 작품이다. 배를 채우고 마음을 채우는 거리의 안식처. 12시에 문을 여는 작은 밥집은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이 작고 초라한 곳을 찾는 손님은 인기가 떨어진 가수, 패배를 밥먹듯 하는 복서, 어두운 그림자를 등에 진 야쿠자 등 어둡고 외롭고 대놓고 인생 실패한 사람들이 오곤 한다. 나이 지극한 마스터가 마법처럼 만들어내는 맞춤형 요리와 배가 부르면서 고백하는 어두운 손님들의 이야기. 그리고 배를 채우고 고백성사가 끝나면 어느덧 눈녹듯 풀려버린 그들의 애환. <심야 식당>은 맛있는 요리에 눈이 끌리고 어느덧 그 손님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끌리는 그런 따뜻하고 소박한 작품이었다.

 

이번 <저녘 식사> 역시 <심야 식당>과 꼭 닮아 있다. 이번에는 사연있는 알바생이 등장한다. 요리프로를 출연하는 꽃미남 연예인 이가라시는 꽤 괜찮은 연예인 이다. 스캔들이 터지기 직전까진 말이다. 거대소속사의 인기 여배우와 사진이 찍혔는데, 술취한 여배우와 함께 여배우의 집으로 들어가는 사진이다. 인기 여배우는 청순한 이미지에 타격이 갈까봐 이가라시가 자신을 취하게 한 다음 집으로 함께 들어가게 만들었다고 말하고 힘없는 소속사에 덜 유명한 이가라시는 한순간에 파렴치한 남자라는 낙인이 찍힌채 연예계에서 강제 추방당한다.

 

고향으로 내려가 집으로 갔지만 반겨주는 것은 가족들의 차가운 냉대. 자신의 말보다 매스컴의 말을 믿고 화를 내는 형 때문에 이가라시는 갈곳없이 쫓겨나게 된다. 마음에 상처입은 이가라시는 술에 취해 길거리를 방황하고 불운하게 어린 학생 무리와 싸움이 붙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던 중 지나가던 밥집 주인에게 구조를 받는다. 밥집에서 알바를 하기로 한 이가라시. 헌데 특이한 손님들이 찾아오게 된다. 재미라기 보단 신기한 손님들. 안경과 유령이다. 안경은 말하는 안경으로 밤이면 사람으로 까지 변신하는 요괴?같은 존재며, 유령은 말 그대로 유령이다. 헌데 이 유령이 사연이 있었으니, 이 유령의 사연을 듣고 한을 풀어줄겸 유령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 저녘식사를 대접하기로 하는 이가라시. 하지만 이가라시는 요리프로그램에서도 직접 요리를 해본적이 없는데...

 

<심야식당>을 좀더 트랜디 하게 바꾸면 바로 이 소설이 되지 않을까? <심야식당>도 평범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인간이었는데, 이 소설은 안경요괴와 유령 손님이 등장하며 미스터리한 분위기와 신묘한 색을 덫 입힌다. <심야식당>의 나이 지긋한 무엇이든 척척 요리하는 마스터가 아니라, 어딘가 상당히 어설픈 꽃미남 알바생이 등장하며 묘한 동질감을 유발한다. 그리고 그 알바생과 사장과 안경요괴의 나름의 브로맨스. <심야식당>처럼 배도 마음도 부르고 따뜻하게 어우만지는 마음을 먹이는 요리라는 소재는 같으나 그 소재나 주제 까지 이르는 과정이 좀 더 새롭고 젊게 그려진 소설이다. 한없이 어설프고 투닥거리고 조금씩 한발 나가는 그들의 이야기와 그런 그들로 인해 치유받는 손님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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