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
에스더 헤르호프 지음, 유혜인 옮김 / 북플라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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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온 악에 바친 여자가 벌이는 서스펜스로 가득 찬 스릴러

세 명의 여자,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악연이 만들어낸 10일간의 지옥

 

난산 끝에 딸을 가지게 된 디디는 임신호르몬의 이상으로 치골결합 기능부진이라는 병을 얻는다. 골반이 약해져 걷지도 못하는 상태. 작은 움직임조차 고통이고,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젓을 물려줄 수도, 함께 잘 수도 없는 상황이다. 몸이 편치 않아 휠체어 신세를 져야하는 그녀였기에 산후도우미를 고용하기로 한다. 하지만 예정된 산후도우미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고 불행 중 다행으로 대신 다른 산후도우미가 디디의 집에 당도한다. 과연 불행 중 다행일까? 새로운 산후도우미의 이름은 헤네퀸.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그녀는 이상하다. 보통 도우미 같지 않은 면이 있다. 산후도우미를 하기에는 생각보다 젊고, 아름답고, 돈이 많다. 게다가 산후조리뿐만 아니라 집안일도 나서서하는 친절하기 그지없는 여인. 디디는 그런 그녀를 뜻밖의 행운처럼 반기는데, 행운은 곧 불행으로 번져간다.

 

한편 헤네퀸을 전적을 조사하는 형사 미리암, 미리암의 오빠의 전부인이 헤네퀸이다. 그렇다면 왜 오빠의 전부인을 조사하는가? 이유는 인정할 수 없는 오빠의 죽음에 있다. 헤네퀸과 결혼한 오빠가 집 계단에서 실수로 추락사한 것이다. 더군다나 헤네퀸은 오빠가 남겨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뒤 종적을 감췄다. 게다가 본업인 프로그래머를 그만두고 뜬금없이 산후도우미로 일하는 것도 수상하다. 이미 경찰조사에서 사고사로 판명됬지만, 미리암은 처음부터 헤네퀸에게 소름끼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고, 어떤 이유에서건 헤네퀸이 오빠의 죽음과 연관 있다는 직감을 떨칠 수가 없다. 형사과장으로써의 감인지. 결국 헤네퀸의 뒤를 캐다보니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오빠에게 말한 신상정보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과거에 어떤 사망사건과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한편 헤네퀸은 철저한 계획으로 디디의 가족의 도우미가 되고, 아름다운 미모와 친절한 웃음으로 가족의 신뢰를 받는다. 하지만 숨어서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디디의 가족을 몰살시킬 듯 기묘하고 끔찍한 행동을 보이는데

- ‘긴박하다가 아닌 조마조마하다가 만들어 내는 서스펜스 스릴러!

독자에게 미리 스포해 주는 불친절한 진행, 그러나 경기를 일으킬만한 매우 친절한 반전!

 

네덜란드, 분명 스릴러 강국은 아니다. 북플라자의 오류인가? 하지만 쓸데없는 기우였다. 북플라자의 안목은 여전하다. 불모지에서 뜻밖의 오아시스를 발견했다. 일단 이 책은 여태 읽어왔던 추리스릴러와는 다르다. 보통 범인은 누구인가?’ 를 쫓는 것이 스릴러 소설의 논점인데 이 책의 목적은 그것이 아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사적 구성 또한 아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재미난 소설이다.

 

얼마전 제프리 디버의 <옥토버리스트>라는 책을 읽었다. 다들 그 소설을 영화 <메멘토>와 연관지어 언급하곤 한다. 이유는 역순행 구조 때문이다. 이야기는 마지막 날부터 시작되며 그로인해 독자의 혼란을 가중된다. 이 소설도 그런 특별함이 있다. 역순행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독특한 구성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헤네퀸, 미리암, 디디 세여자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짧막하고 빠르게 전환되어 마치 영상을 보는듯 하다. 그리고 작가는 아주 대담하고 불친절하게 이 사건의 범인은 헤네퀸이며, 앞으로 헤네퀸이 행할 악행들을 미리미리 고발해준다. 결국 헤네퀸이 저지르는 일을 헤네퀸 시점에서보고 그 뒤에 이은 디디의 시점을 읽게된다. 독자는 디디의 시점을 읽을 때 사건을 좀 더 앞서 기다리고 있는 샘이다. 하여 사건은 긴박하지 않다. 독자는 이미 헤네퀸이 어떤 생각인지 알고 있고, 디디가 어떻게 당할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범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추격하는 긴박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독자을 매력적으로 끌어당긴다. 이유는 긴박감보다 더한 조마조마함이 있기 때문이다. 범인을 쫓느라 다급하고 절박함에서 오는 '긴박감'이 아니라, 범인이 저지르는 악행들을 미리 알고 있기에 닥쳐올 미래에 대한 초조와 불안감이 속이 타들어갈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묘사되기 때문에 독자는 심리적 압박감과 함께 '조마조마함'을 느낀다.


또한 범인을 밝혀두었으나, 헤네퀸의 과거를 찾는 여정은 여전히 미스터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궁금증이 중간중간 고개를 처들고 나와 환기를 시킨다. 세여자의 악연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독자는 고심하며 더욱 더 몰입하게 된다. 

 

마지막 반전 또한 구성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한다. 매번 독자에게 까놓고 패를 보여주는 터라, 독자는 이미 볼장 다 본 사람처럼 방심하고 있는데, 그 틈을 비집고 경악할 반전을 선사한다. 작가의 불친절한 스포 진행임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은 매우 친절한 맛 좋은 반전을 준다. 소름과 경기가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준달까? 이 책의 결말은  '방심하면 큰 코 다친다' 라는 말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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