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일반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너는 왜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소녀와 함께한 어느 소년의 이야기

 

죽음을 마주하면서 좋았던 점이라면

매일매일 살아있다고 실감하면서 살게 된 거야

산다는 건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리켜 산다고 하는거야

 

<너의 췌장을 먹고싶어>는 놀랍도록 신선한 작품이다. 넘쳐나는 청춘 로맨스에 뻔한 엔딩을 보여주는 시한부라는 설정은 이미 여러 작품에서 닳고 닳도록 써져왔다. (일본 작품으로만 봐도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13월의 미오카> <1리터의 눈물> 등이 있다) 이미 결말은 예감하고 있고 질리도록 봐온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는 신선함특별함이 존재한다.

 

- 신선함이 빚어낸 놀라운 특별함은 더 진한 감동을 선물한다

 

로맨스소설에 쓰이지 않을 그로테스크한 제목인 췌장을 먹고싶다는 타이틀과 그에 반하는 풍성하고 아름다운 벚꽃배경, 그리고 서로를 마주하지 않은 소년과 소녀, 로맨스 장르에서는 절대 쓰이질 않을 제목과 제법 쓰일법한 배경의 격차는 독자의 호기심을 사로잡기에는 충분했다. 다만 이것이 눈길을 사로잡는데서 끝난다면 그 많은 소설 중 그냥 그런 소설 중에 하나로 그치겠지만 췌장을 먹고 싶다는 고백의 의미와 처음만난 벚꽃배경의 상징, 이별을 예감하는 듯한 시선처리는 책장을 덮고 나서야 비로서 뭔가 탁하고 스위치가 켜진 듯한 느낌과 함께 펑펑 모든 것을 쏟아낼 듯 오열하게 만든다. 신선함이 빚어낸 특별함의 존재랄까.

 

-로맨스에서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이 일어난다

 

이 소설은 제목에서 강렬한 신선함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 숨은 의미가 특별함을 가져옴은 물론 추리소설 같은 촘촘한 전개와 복선,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하는 결말과 다르진 않지만 결말을 향하는 절정 부분에서 생각지도 못한 끔찍하리만큼 놀라운 반전이 존재한다. 독자는 분명 로맨스 소설을 읽다가 점점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스쳐지나가듯 읽던 부분들이 마지막 결말부에 그 의미들이 확하고 터져나올 때, 숨은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때, 그것들이 밀고 오는 파급력은 남자주인공이 우연하게 그리고 늦게 깨달은 감정처럼 이미 예감한 불행한 결말의 슬픔을 더 짙고 깊게 만든다.

 

-개성 넘쳐 웃음나는 대사들과 마음을 꺾어버리는 명대사까지

 

주인공의 대사나 감정묘사 또한 특별하다. 로맨스소설에서는 절대 읽을 수 없는 대사들이 줄을 지은다. 개성 넘치다 못해 어이없는 상황이 재미있게 연출되곤 한다. 마치 한편의 블랙코미디와 일본 청춘영화를 섞어보는 듯한 묘한 맛이 랄까. 췌장 병에 관한 일기를 남자 주인공에게 들켰을 때 보통 여자주인공은 화를 내거나 슬퍼야할 시점에 '와하핫' 하고 소리내서 웃어 대고, 시한부 여주인공이 자살용 밧줄이 있냐고 점원에게 태연하게 묻기도 하며, 그런 여자주인공을 머리가 돈 것 같다고 표현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은 새드 로맨스 소설과는 거리가 먼 톡톡 튀는 개성이 존재한다. 물론 유쾌와 재미만 있지는 않는다. 본래의 목적에 맞는 아릿한 맛의 묵직한 대사 또한 사람을 마음을 쉽게 꺾어버린다. 처음이라는 서툴고 어설픈 감정들이 만들어내는 솔직하고 의미있는 명대사들는 그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삶이나 사랑의 의미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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