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여자
가쓰라 노조미 지음, 김효진 옮김 / 북펌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연적과 동지사이,

여우같은 여자와 곰같은 여자의 대결이 아닌 공존이라는 새로운 형식

흑백논리로 정형화 할 수 없는 우리들의 현실감 있는 인생사

 

<싫은 여자>는 우리 주변에 한번쯤 경험해본 대표적인 두 가지 유형의 여자들이 나온다. 특히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감지해 내는 전혀 다른 두 여자의 이야기랄까? 곰 같은 여자 테츠코가 이야기하는 여우같은 여자 나츠코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이야기 이다. 그리고 제목 <싫은 여자>는 바로 나츠코를 이야기 한다. 여자들 중에서도 여우같은 여자. 축복받은 예쁜 외모, 태생부터 자연스러운 교태, 고양이 같은 낭창낭창한 몸놀림을 무기로 뭇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남성의 푼돈을 터는 소악마같은 사기꾼.

 

예전 일드 <실연 쇼콜라티에>에 나오는 이시하라 사토미가 사기꾼 이라면? 이라는 설정을 가진듯한 이야기다. 일드 <실연 쇼콜라티에>에서 사토미는 양다리를 걸치고, 유부녀임에도 남자에게 줄 듯 안주는 묘한 꼬임으로 위험한 매력을 발산한다. 그 이야기는 연애이야기지만 <싫은 여자>는 인생사를 이야기 하는 것만 다르고 여자들의 적은 여자!’라는 냄새를 폴폴 풍기는 캐릭터 설정은 묘하게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실연 쇼콜라티에><싫은 여자>도 스스로 뭔가를 이룬다기 보다 남자들을 쉽게 쉽게 차지하며 기생하는 듯한 사는 삶의 방식과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여자들의 적이라는 점은 같은데 둘 다 밉지가 않다. 사기꾼인데 의외의 어설픔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어른여성임에도 천진난만함을 간직한 솔직함에 허를 찔린 듯 감탄하기도 한다. 그리고 끝내 그녀들이 선사한 묘한 쾌감에 그녀들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나츠코는 사기꾼이다. 그리고 흑백에서는 흑 즉 정설에 따르면 악역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사기를 칠때도 엉성하고 작은 푼돈이나 뜯어서 피해자 남자에게 큰 피해를 주지는 않지만 분명 도덕적 관념에서 잘못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의 일탈 같은 삶, 어른임에도 간직한 솔직함, 두려움을 넘어선 사람들과의 교제, 교제 당시만큼은 온 마음을 전념하는 충실한 사랑은 모든 곰 같은 여자들이 바라는 삶의 단면이다. 그녀가 태연하게 사는 악역 같은 삶이 진정 대부분의 여성들이 바라지만 남의 눈과 사회의 굴레가 두려워 감히 실천하지 못하는 숨은 욕망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대부분의 여성이 나츠코같은 여성들을 질투에 미워하고, 비판함으로써 자신의 삶이 더 옳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건지도 모른다.

 

<싫은 여자>는 이렇듯 나츠코라는 여우같은 여자의 사정뒷이야기를 담아낸다. 교활하지만 한없이 어설프고, 탐욕스럽지만 의외의 위로를 주는 마냥 싫어할 수 없는 악녀의 좌충우돌 사기행각은 여우과 곰의 대결구도라는 흔한 소설 구도를 벗어나 함께 공존하며 각자의 인생, , 삶의 방식, 사랑에 관해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인정하고 응원하기에 이르는 유쾌하고 감동적인 결말에 이른다. 여자들의 대표적인 두 유형, 곰과 여우를 동지와 연적 그 사이 어디쯤 애매하게 관계 설정을 하는 현실감있는 캐릭터 관계설정과 서로 다른 성질의 여자들의 대결이 아닌 공존으로 결말을 만들어내는 것은 신선함과 유쾌함 그리고 현실감을 잘 구현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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