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들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10
요시다 슈이치 지음, 오유리 옮김 / 북스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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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인들의 불안정한 일상과 작은 실패의 풍경을 그린 연작.

도쿄의 지도 위에 교차하는 다섯 개의 외로움...

 

여기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색은 다르지만 같은 명도를 지녔다. 다섯가지의 이야기는 전개도 인물도 각각이다. 그래서 다른 색을 지녔다. 하지만 같은 명도를 지녔다. 이 이야기는 회색빛 풍경의 도심속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른 인물과 다른 사건이지만 그들의 느끼는 감정의 톤은 비슷하다. 그들이 사는 도시는 복잡하고 어지럽고 다양하고 풍성하다. 도시는 살기는 편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 붐비지만 때론 외롭다. 도시가 가진 이면. 외로움과 불안감 그것을 일본소설답게 담백하고 정갈하게 담아냈다. <악인>이란 강렬하고 파격적인 추리소설을 쓴 요시다 슈이치가 다시한번 <동경만경>같은 차분한 소설을 내놓았다. 담담하나 단단한 문체. 일상적인 내용을 부드럽게 구사하지만 그 안에 단단한 심같은 메세지를 박아 놓았다. 요시다 슈이치는 이 책을 통해 사람에게는 실패와 좌절이 찾아오며 그럴 땐 잠시 멈춰서 되돌아온 길과 현재의 발밑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한다. 각자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다섯편의 사람들은 제목처럼 일요일에 관한 추억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는 일요일이 단순한 휴일이 아니다. 삶의 한 여백인 것이다. 그들의 일요일을 들여다보자.

 

-일요일의 엘리베이터

와타나베는 해운회사에서 일하다 해고당한다.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 된 그는 이삿짐센터 알바인 일용직을 하게된다. 하루 벌고 하루 먹는 삶을 살고 삶을 산다기 보다는 그럭저럭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백수나 다름없는 그에게 재일 한국인이 게이코라는 여자친구가 있다. 와타나베는 게이코가 간호대학을 다닐거라 짐작했지만 후에 알고보니 의과대학을 다니는 외과의사 지망생임을 알게된다. 그때부터였을까? 그들사이에는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게이코는 의과대학을 다니면 열정을 가지고 바쁘게 살아가나 와타나베는 반백수로 권태롭게 살아간다. 삶의 방식이 다르니 와타나베 입장에서는 묘한 자격지심과 그녀와의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언젠가 둘이 여행을 가자고 약속했었는데 어느날 게이코가 말도 없이 해외로 떠나는 티켓을 사왔다...

 

-일요일의 피해자

말이 적고 조신한 성격인 치카게, 밝고 활달한 성격에 이성을 좋아하는 아야, 서로다른 두 친구 사이의 조정자 나츠키 셋은 친구이다. 셋은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서로 다른 성격으로 치카게와 아야가 싸우면서 세 친구의 관계는 서서히 멀어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나츠키는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치카게가 강도를 당했다는 이야기이다. 나츠키는 치카게가 느꼈을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낀다. 혼자서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에 한밤중에 집밖을 나온다. 애인을 만나러 가게 된다...

 

-일요일의 남자들

헌신적인 아내가 있었던 마사카츠는 늘 아내에게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였다. 아내가 죽고나자 가부장적이였던 그는 직접 집안일을 하며 아내의 빈자리르 채우며 살아간다. 한편 마사카츠의 아들인 게이고는 일찌감치 집을 나와 도쿄에서 혼자살게된다. 그리고 여자친구를 사귀고 나름의 미래를 설계해나가지만 뜻하지 않는 사고를 여자친구를 잃고만다. 친구의 아들 결혼식 참석을 위해 도시로 올라온 마사카츠는 오랜만에 아들 게이고를 만나고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보게되는데...

 

-일요일의 운세

스물셋의 다바타는 뭐든 쉽게 포기하고 떠밀려하는 성격이다. 명문 대학도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여자친구에 의해 입학했고 증권회사에 들어가는 일도 그닥 자신의 의지가 아니였다. 이런 잔잔한 인생에 엄청난 파급이 불어온다. 회사에서 만난 유부녀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의 도피까지 하지만 1년뒤 유부녀는 남편의 곁으로 돌아가고 다바타는 버림을 받게 되는데...

 

-일요일들

도쿄에서 파견사원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던 노리코는 이사를 하기로 결심한다. 오래 살아 정이 든 집이지만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시기인 것이다. 노리코에게는 남다른 아픔이 있다. 이삿짐 센터 일용직 아르바이트생 교이치와 교제를 하지만 점점 그의 거친 성격이 들어나 고스란히 폭력에 노출되게 된다. 상처받은 노리코는 현재의 삶을 버리고 자립센터로 가게되고 그곳에서 가출한 어린 형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 소설을 읽다보면 권태롭고 나태하고 시간의 경계의 흐름이 흐지부지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쩌면 휴식을 하라는 작가의 의도인지도 모른다. 분명히 얇은 단편의 모음인데도 빠르고 푹 빠질만한 요소는 없다. 단조롭고 조용하게 관망하게 된다. 이 소설의 인물들은 다 각자의 고민과 역경이 있다. 하지만 다른 소설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내세우며 찬란하게 빛나진 않는다. 힘내라고 뻔한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지도 않는다. 다만 인물들을 지켜보며 인물을이 그려내는 이야기를 가만히 지켜보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면 여백을 느끼게 되고 각자의 삶이 계속되며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될 수 있다는 꿈같은 미래를 그려보게 된다. 읽는다기보다는 느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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