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 다이어리 1
정수현.김영은 지음 / 곁(beside)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 조선의 핫플레이스에서 펼쳐지는 운명적 사극 로맨스

조선의 25대왕 철종. 강화도령 원범인 그는 눈물을 흘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지였다. 왕의 자리에 앉은 그가 아무 힘도 없이 사랑하는 여인과 아이를 잃었다. 자객에게 잔인하게 살해되었다. 누가 감히 왕의 여인과 아이를 죽였을까? 사실 원범은 이름뿐인 왕이였다.

옛날 따뜻하고 선한 눈매를 가진 그는 역모라는 누명을 쓰고 강화도로 유배되었었다. 가족은 작은형을 빼고는 모두 목숨을 잃었고 강화도에서 만난 첫 연정의 여인 향이, 그에게 가족은 둘뿐이였다. 원범은 두 명의 가족과 평화로이 여생을 마감하길 꿈꿨다. 하지만 그에게 운명은 소박한 꿈마저도 허락지 않았다.

안동 김씨가 그를 조선의 왕으로 만들었다. 권력에 미친자들 때문에 원범은 그렇게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강화도를 떠나 한양으로 와 허수아비 왕이 되었다. 그리고 두고 온 정인 향이와 자신과 향이 사이에 있던 아이가 자객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원범은 슬픔과 죄책감에 시달렸다. 또한 끊어오르는 분노와 채우지 못하는 그리움을 비뚤어진 욕정으로 풀어냈다. 많은 여인을 향이 대신 탐했다. 그가 품은 여인들의 아이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하나같이 일찍 죽었고 원범(철종) 역시 얼마 안가 정체 모를 병을 얻었다.

시름시름 앓던 원범의 죽음이 다가오자 안동 김씨에게 원한이 있던 조 대비와 이하응(흥선대원군)은 극비리에 손을 잡았다. 왕의 후사가 없으니 이하응의 둘째 아들을 왕으로 등극시킬 속셈이였다. 그리고 뒤이어 조선의 하늘이 흔들렸다. 원범이 죽자 이하응의 둘째아들이 왕으로 등극했다. 원범에 이은 또 다른 허수아비 왕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권력을 탐하는 이하응과 조대비가 있었다.

시간이 흐리고 세월은 변한다. 변하지 않은 것은 이하응의 권력욕뿐이였다. 그의 둘째 아들 이태원(고종)은 미모,지위,교양 모든 것을 갖춘 젊은 왕으로 성장한다. 허나 아버지 이하응의 권력욕 때문에 친정을 하지 못한다. 이런 그의 막막함을 이해하는 친우가 있었으니. 그는 을지로라는 풍운아다. ‘오는 여인 막지 않고 가는 여인 등 떠민다’는 조선 시대 최고의 카사노바. 그는 조 대비의 조카이자 병조판서 조병준의 서자이다. 서자로 살아갈 운명을 외면하려 애써 바람 같은 삶을 청한다.

이 두 사내의 우애에 춘풍이 불었으니. 바람 같은 사내 을지로에게 운명 같은 여인이 찾아온다. 신분의 고하없이 청춘남녀 죽돌이 죽순이들이 모여 색을 탐하는 ‘구락부 원’(현:클럽) 안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의 어린 주인 신청담이 그 주인공이다. 향초며 화장품을 만들어 파는 명랑, 쾌활, 활발한 성격에 돌직구 화법을 구사하는 맹랑한 여인. 실은 입맞춤 한번 한적 없는 순진한 처자이다. 이 여인의 입술을 훔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니 그 것이 춘풍의 시작이였다.

구락부 원의 죽돌이자 바람둥이 을지로는 어느때처럼 여인을 꼬여내 여인의 집으로 향한다. 헌데 이 여인이 알고 보니 유부녀였고 험악한 사내를 남편으로 두고 있다. 빈집인줄 알았는데 사내라는 남편이 떡하니 버티고 있고 을지로는 매타작 당할 위기에 처한다. 도망치는 도중 우연한 만남으로 청담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발견될 위기에 처하자 그녀에게 입을 맞춰버린다. 여느 여인이라면 놀라 나자빠지거나 빰을 한 대 후려칠법한 일인데 청담은 담담하다. 더군다나 추격해오는 남편무리들을 따돌릴 재기까지 보여준다. 청담으로 인해 매타작을 면한 을지로는 다른 여인에게 없는 것을 청담에게 보게된다. 그리고 풍운아 을지로, 한 여자에게 운명을 걸기로 결심한다.

신청담에게 한눈에 반한 을지로는 평생의 지기이자 왕인 이태원에게 신청담을 소개해주기로 한다. 그리하여 지로와 태원은 구락부 원에 함께 가게 된다. 지금까지 접해본 세상과는 판이하게 다른 신세계 구락부 원에서 떨어져 방황하던 태원은 우여곡절 끝에 청담을 만나게 된다. 지기가 마음에 품은 여인인줄 모르고 청담과 첫 만남을 가지게된다. 청담의 당차고 야무진 성품에 태원마저 마음을 빼앗기게되고, 운명의 장난처럼 두 친구는 한 여인을 사랑하게 되버린다.

태원은 청담을 사랑하게되지만 왕으로써 국혼을 진행하게되고 그 국혼에 참가하는 여인이 있으니 그 여인은 민자영, 이미 내정된 왕의 여인. 아무것도 모르는 청담은 어렸을적부터 친구인 자영을 도와주겠다고 나선다. 자영은 지로와의 계약으로 왕의 초상화를 얻는데 헌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친구인 청담을 좋아하던 사내 태원이 왕과 꼭 닮아있다. 

4남녀의 우정과 사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여기에 음험한 세력이 가담하니 이야기는 겉잡을 수 없이 몰아친다. 죽은 원범(철종)의 후사가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이하응의 귀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후사가 다름 아님 청담이였던 것. 지로와 태원의 집안과 배후세력들이 청담의 목숨을 노리게 된다. 두 남자는 한 여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게 되나 잔인한 운명은 그들을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데... 한 여인을 사랑한 두 친구, 그리고 원수의 집안을 사랑하게 된 한 여인... 운명은 그들을 허락할 것인가?

-퓨전 사극 로맨스의 절정을 보여준 소설: 칙릿 문화를 보여주는 '이보다 새로울 순 없는 사극 로맨스'

작가 정수현은 말한다. 재밌게 읽고 나서 남는게 없다는 이유로 칙릿의 가벼움을 비판하는 이들이 있지만 자신은 ‘즐거움 자체도 성과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 소설은 작가 정수현의 생각이 고스런히 실현된 작품이다. 한양 다이어리는 역사를 배경으로 두되 새로운 픽션으로써의 설정을 더하고 퓨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현대에 있는 것들이 조선에 있었으면 어떠했을까라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실현된 ‘즐거운’ 소설이다. 흔히 사극 로맨스라 하면 장중하고 엄숙한 역사 분위기를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톡톡 튀고 발칙한 맛이 있다. 가비인(카페), 구락부 원(클럽), 실팔찌(클럽도장), 반짝이는 자개(미러볼), 대리말(대리운전), 박래(발렛파킹), 부루마블(놀이판) 등 현대의 것들을 타임머신에 실어 조선으로 가져다가 놓은 독툭한 아이디어는 파격적이고 코믹해 절로 웃음이 나게 만든다. 반면 역사적 배경을 둔 철종의 이야기과 흥성대원군 이하응과 조씨 일가가 주인공들에게 주는 위기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리고 그 고난과 역경속에 피어나는 사랑은 안타깝고 애절해서 로맨스 소설의 본래 역할을 다한다. 이 소설은 '퓨전' '사극' '로맨스'라는 3가지 키워드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사극 로맨스를 보고 싶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이보다 새로울 수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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