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지독한 오후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수수께끼 가득한 하나의 사건, 그것을 바라보는 여러 개의 시선.
한가로운 주말 오후, 그 날이 ‘정말 지독한 오후’가 될줄은 아무도 몰랐다...

한가로운 주말 오후 날. 이웃 부부들이 모여 바비큐 파티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날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평화로운 오후는 엉망진창이 되버린다. 이 소설은 기억하기 싫은 그날 ‘정말 지독한 오후’ 라는 과거와 그 후 변화된 일상인 현재가 교차 서술되며 진행된다. 즉 시간에 따른 전개가 아니라 인물의 일상과 기억에 의존해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끝까지 ‘왜?’ ‘무슨일이 있었길래?’ 라며 추측과 예감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다.

이야기의 시작은 ‘정말 지독한 오후’ 그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 클레멘타인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강연장에서 클레멘타인의 모습을 바라보는 친구 에리카. 클레멘타인과 에리카의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눈빛으로 부딪친다.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의 이야기를 듣다가 끝내 못 견뎌 강연장을 뛰쳐 나오게 된다. 이들은 어떤 관계인 것일까?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어릴적부터 함께 한 친한 친구사이이다. 헌데 그 ‘친한’은 겉보기에만 친할 뿐이고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 만들어진 관계였다. 어릴적 클레멘타인과 에리카는 만남은 시작부터가 남(클레멘타인의 엄마)이 만들어준 관계였다. 에리카는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였다. 에리카의 엄마는 남편이 떠나자 ‘수집병’에 걸려 어린 딸을 돌보기보다는 쓰레기 같은 물건을 모아 수집하는데만 집착했고 어린 딸은 보호가 아니라 상처만 받고 커갔다. 이런 에리카에게 처음으로 다가온 것은 클레멘타인이였다. 클레멘타인은 더럽고 떡진 머리에 피부에 상처 딱지가 있는 개미와 낙옆을 가지고 노는 외톨이 에리카에게 말을 건냈고 그 둘은 친구가 되었다. 클레멘타인의 엄마는 딸의 친구인 에리카를 친딸처럼 예뻐하며 지내게 되었고 그 둘은 가족 같은 친구로 남들이 보기에는 부러워할만한 관계를 이여 나가게 되었다.

헌데 사실 이 아름다운 두 친구는 만들어진 관계였다. 사회복지사인 클레멘타인의 엄마는 클레멘타인에게 먼저 에리카에게 친구가 되라고 했고 클레멘타인은 그저 엄마에게 착한아이라는 칭찬을 받고 싶어 반강제로 에리카와 친구가 된 것이였다. 속내는 평범한 친구들은 사귀고 싶었고 엄마가 에리카를 친딸처럼 예뻐하는게 불만족스러웠다. 한편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에게 동경과 선망가지며 동시에 남모를 질투를 느꼈다. 자신이 가지지못한 평범한 가정에서 사랑받고 지내는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들은 어른이 되었고 여전히 함께 했으며  문제의 ‘정말 지독한 오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웃부부인 비드와 티파니가 바비큐 파티를 열었고 클레멘타인과 샘, 에리카와 올리버 부부는 이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그리고 이 파티에서 에리카의 뜻밖의 부탁으로 인해 이들 사이에 균혈이 가기 시작한다. 에리카는 클레멘타인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자신과 올리버가 오랫동안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했지만 불임이라 가지지 못했고 그래서 클레멘타인의 난자를 기증해 달라는 부탁이였다. 클레멘타인은 겉으로는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역겹다고 생각하고 그 속내를 남편 샘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에리카와 마주치게 된다. 클레멘타인은 에리카가 자신의 속내를 들었을까 불안해 한다. 이런 가운데 아이들, 클레멘타인과 샘의 두 딸아이와 비드와 티파니의 딸은 아이들 끼리 놀고 있는데 어른들이 그들의 생각으로 꽉차있는 사이, 어른들의 눈을 피해 커다란 일이 터지고 만다.

화창한 그 날 파티 이후, 지독한 장대비가 쏟아진다. 그리고 폭우만큼 그들의 평범한 일상에 엄청난 풍파가 몰아닥친다. 클레멘타인과 샘은 자책과 비난을 하며 귄태기가 점점 더 심해지고 부부사이의 골은 깊어진다. 에리카는 그날의 기억을 잃어서 흩어진 기억들의 조각을 모으느라 불안정하고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비드와 티파니의 딸은 자해를 시도하게 된다. 옆집의 불평불만 시비를 걸던 노인 해리는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그 날 오후, 그 뒤로 평범한 가정들이 마구잡이로 붕괴된다. 그들에게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 평범한 이들의 사소한 이야기 속, 누구나 공감할만한 비밀들. 하지만 대놓고 꺼내기 어려운 솔직하지만 어두운 속내.

여기 세쌍의 부부와 그들의 세아이, 그리고 고집스런 이웃이 있다. 평범한 이들의 사소한 일상. 어느 곳을 둘러봐도 있음직한 이들이 간직한 비밀은 사실 알고 보면 누구나 공감할 수는 있지만 쉬쉬하고 있는 이야기 들이다. 여자의 심리를 칼날같이 섬세하고 위험하게 파고드는 리안 모리아티의 이번 작품 역시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묘사가 압권이다. 수수께끼인 그날 오후의 사건을 두고 각자 다른 인물들의 다른 시선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은 '그날'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자아내며 두께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사건 전후로 달라지는 권태기 부부의 외면, 책임지지 못한 자식에 대한 부모 스스로의 책망, 이웃들의 은밀한 험담, 여자친구들의 거짓우정과 겉치레들, 누구나 해당가능한 이야기들이 세밀하다 못해 현실감있게 다루어 불편함을 자극하기도 한다. 그 불편함은 마치 내 이야기 혹은 내 주변의 이야기로 감정이 이입되기 때문이다. 또한 아주 친밀한 관계, 가족이나, 부부, 친구 사이에도 서로 결코 알지 못하는 비밀과 문제들이 존재하며, 그것들이 밝혀졌을 때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진정한 관계는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에 대한 답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 소설의 전개는 그 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가에 대해 추적하는 소설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추적의 끝에 있는게 아니라 그 추척을 따라가는 등장인물속에 숨겨져 있다.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자신이라면 어땠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든다. 평범함이 주는 몰입감은 위대하다. 이 소설은 다른 스릴러 소설처럼 자극적이고 공포감을 일으킬만한 소재는 아니다. 그저 '누구에게나'라는 전제하에 평범함이 주는 소재는 높은 몰입감을 만들고, 그 몰입감이 위대한 스릴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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