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넥스트 도어
알렉스 마우드 지음, 이한이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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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웃집에 잔인한 살인범이 살고 있다!


셰릴이란 소녀는 담배를 피우고 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간 곳에는 형사들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있었다. 그곳은 취조실. 버나드 경장과 체이니 경위는 그 사람이 준 텔레비전 이야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사람이 텔레비전을 주는 대가로 무엇을 바랬는지 얼핏 알았지만 그런 위험한 상황도 별 개의치 않을 정도로 녹록지 않은 삶을 살아온지라 셰릴은 별 의심없이 그 남자와 함께하게 된 몇일을 이야기 했다. 역겨운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 원인이 ‘그것’ 때문인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곧 이여 형사들은 서류철에서 리사 던이라는 이름의 여인의 사진을 꺼내 보여주었다. 셰릴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리사 던이 아니라 콜레트다. 6월 초쯤 이사온 여자, 니키 언니가 실종되고 나서 이사 온 여자였다. 얼이 빠진듯한 셰릴에게 형사는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건넨다. 그 남자가 자기 냉장고 냉동실에 ‘그것’을 두었는데 거기서 잘려진 손가락 두세개가 발견되었고 지문 조회를 해보니 리사 던 아니 콜레트와 일치하다는 이야기였다. 실종된 니키는 어디있는 것일까? 콜레트(=리사 던)는 손가락이 잘린채 살아있을까 죽어있을까?


이야기는 콜레트(=리사 던)가 이사한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년전 클럽에서 일하던 리사 던은 우연히 사장의 살인사건을 목격하고 거금을 돈가방을 들고 스페인으로 도주한다. 그리고 돌아온 지금 당시의 범인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을 콜레트란 이름으로 세탁해 런던의 노스본 23번지의 허름한 아파트로 이사한다. 주변의 개발되는 지역에 비해 누추했지만 요양원에 있는 엄마를 만나기 위해 요양원과 가까운 거리를 선택해야만 했고 도망자 신분에 걸맞게 신원보증이 필요 없는 현금 거래가 가능한 아파트 였기에 그녀에게는 허름하지만 최적의 아파트였다. 이 최적의 아파트, 아니 이 허름한 아파트에 허름함과 어울리는 최적의? 이웃들이 살고 있었다.


사회보호센터를 나와 거리에서 남자들은 유혹해 돈을 빼앗고 상점에서 물건을 훔쳐 파는 소매치기와 좀도둑질로 하루하루를 연명해가고 있는 15세 가출 소녀 셰릴, 예산 삭감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고독한 독신남이자 사회복지사인 토머스, 오로지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고 자기만의 세계에 홀로 살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이자 음악교사인 제라드, 아내를 잃고 홀로 영국으로 망명와 망명절차를 밟고 있는 친절한 이란인 호세인, 칠십 평생을 부모에게 물려받은 이 아파트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노인 베스타까지... 사회에 소외되어있고 어딘가 부서진 삶을 살아온 그들은 각각이 자신의 이익과 안위를 위해 반드시 숨겨야할 비밀이 있는데, 그래서 인지 서로 어느 적정선을 넘지 않으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런 기묘한 이웃들과의 콜레트의 동거 아닌 동거는 어느 시점에서 위험한 기류를 타고 적정선을 넘어가된다.


사건의 발생은 베스타 할머니의 하수구에서 시작된다. 베스타의 집 부엌 하수구에서 이상한 악취가 풍기고 오물이 넘쳐나면서 베스타는 집주인에게 항의를 하게 되지만 집주인은 배관수리는 하지 않을뿐더러 베스타가 귀찮고 빨리 그녀를 내보낼 궁리를 하게 된다. 집주인은 어떤 속셈으로 베스타의 집까지 몰래 침입하게 되고 베스타는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에 물건을 휘둘르고 거기에 맞은 주인이 어이없게 죽자 베스타는 황망해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파트 내부인들은 모두 각자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사건 신고가 아닌 사건 매장을 하기로 하는데...   


한편, 이렇게 결의한 이웃들은 이제 시체유기죄를 뒤집어쓴 범죄의 공모자가 되었는데 각자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공모를 한 이들에게 더 위험한 것이 있었으니... 이 중 한명은 진짜 살인범이였다는 것. 그들 중 한명은 극악한 연쇄살인마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고이 곁에 두고 평생을 사랑하기로 하여 살해하고 시체로 만들어 보관하는 연쇄살인마. 그는 이제 그의 연인들 중 실증 난 시체 한구를 폐기하고 이웃들 중 한명을 새로운 연인으로 맞이하겠다고 다짐한다.


각자의 사정과 비밀로 베스티의 살인죄를 감추기 위해 한순간에 공범이 된 기묘한 이웃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숨겨진 진짜 살인마... 평범한 하루, 권태로운 일과는 어느덧 함정과 매장 살인으로 얼룩져 버리는데...


-일상을 지내는 공간 아파트, 평범한 무대가 주는 강렬한 서스펜스


사람이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 집, 그 중에서도 대부분의 한국인이 살아가는 주거공간은 아파트가 많다. 좁은 땅덩어리에 옹기종기 혹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고층 빌딩은 밤이면 작은 창 사이로 불빛을 뿜으며 각각의 그림자가 그들만의 이야기로 움직인다. 이 소설이 한국인에게 더 먹힐 것 같은 이유는 바로 무대가 이런 ‘아파트’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삶을 사는 것 같으면서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주민이라는 공동체에 속하게 되며, 우연히 마주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의미한 안부를 묻고, 공동의 목적을 위해 반상회라는 것을 열며, 겉으로 포장된 친목회를 가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무의미한 관계가 의미를 가지게 되는 순간이 관심이나 친애가 아니라 ‘살인’이라면? 내가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집’ 그 집 바로 옆집에 살인자가 산다면? 이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무대가 주는 서스펜스는 누구나 상상해봤기 때문에 가능한 최대의 상상력을 키워내고 더 큰 공포심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은 경우 얼마 전 하남시에서 발생한 층간소음살인사건을 떠올린다면 이 무대가 주는 소설의 실현 가능성은 더욱 더 가능한 이야기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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