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차의 애프터 파이브 - 막차의 신, 두 번째 이야기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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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와 다이주의 <막차의 신>은 퇴근 막차의 한 풍경을 배경으로 그 안에 실린 승객의 7가지 이야기를 담아낸다. 사람들로 빽빽한 막차,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떠나는 개별의 이야기인듯하지만 연결고리가 있는 이야기들. 치한을 만난 여자, 납기 마감일을 앞둔 상황에 갑작스럽게 휴가 명령을 받은 엔지니어, 이미 남자친구에게 이별 통보 편지를 보낸 뒤 마지막 밤을 보내기로 결심한 여자, 임종 직전의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발걸음이 다급한 회사원,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서 여장 콩트 작가가 된 남자, 선로로 뛰어들려는 남학생을 발견한 인간 혐오증을 가진 여고생 등 주인공과 그들의 상황과 사연은 제각각이고 낯설게도 느껴지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복잡한 도시에 서로 부대끼고 갈등하고 보듬고 위로하는 이야기들. 퇴근길 막차에 지친 몸을 기대고 각자의 돌아갈 곳을 향해 가는 일상적이지만 좌절과 희망 섞인 삶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그 두 번째 이야기인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이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생활패턴과 삶을 가진 주인공들이 보여진다. 고단한 일상을 마치고 첫차시간까지의 고민과 비밀에 관한 사연은? 신주쿠 밤거리, 비주류의 삶이 적나라게 훤히 드러나 퍽퍽하지만 춥지 않은 이야기를 소개한다.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모두 막차로 돌아갈 시간이야.”

... 조금 전까지 만원이었던 가게 안에 우리 둘만 남았다.

와타나베 씨가 불쑥 입을 열었다.

막차를 타러 서둘러 가는 사람들을 볼 때가 제일 외로워.”

막차는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을 위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는 와타나베 씨, 돌아갈 곳을 버리고 떠나온 나.

대화가 잠시 끊긴 사이, 어쩌면 우리 두 사람은 같은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첫차의 애프터 파이브][스탠 바이 미][초보자 환영, 경력 불문][막차의 여왕][밤의 가족] 5편의 단편에는 자신의 꿈이 어그러지거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긋나버린 삶을 사는 사람들의 삶이 소개되어 있다. 일반사람들이 보면 생각지도 못할 그들만의 풍경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대기업 상사맨으로 오랜 해외생활을 할 정도로 잘나갔었는데, 새 업무 실패로 인한 손실로 책임을 진 채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중년의 나이지만 결혼도 하지 않았기에 돌아갈 집조차 없는 그는 러브호텔에서 배관청소 따위를 하며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밖에도 노래를 하고 싶어 고향땅을 떠나 신주쿠에 왔지만 용기가 없어 망설이던 끝에 한 노숙자를 만나 버스킹을 하게 된 사연, 동일본 지진 재해로 사무소가 폐업하는 바람에 바텐더로 일하게 되면서 밤의 무대에 서게 된 사연, 오래전 헤어진 연인이 막차를 탄다는 말을 전하고 연락두절 되고 사라져버려 그 행방을 쫓는 사연, 유흥업소 여자들을 호텔까지 픽업해 주는 운전기사와 아버지의 빚으로 유흥업소에서 일하게 된 여성의 사연이 담겨있다. 제각각의 사연이 다 씁쓸하고 때론 기구하기도 하다.

 

이 소설은 <막차의 신>으로 에키나카 서점대상을 수상한 아가와 다이주의 작품이다. 5편의 이야기로 단편처럼 수록되어 있으며, <막차의 신>이 일상적이게 느껴질 만큼 더 비일상적이고 비주류의 삶을 소재로 한다. 대도시의 번화가, 밤의 휘황찬란한 거리, 신주쿠의 밤거리와 그 주변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며, 주인공들은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자, 돌아갈 곳이 없거나, 떠나왔거나, 정처 없이 떠도는 어떻게 보면 하류인생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인 주류들처럼 막차를 타지 못해 외롭고 서글프지만, 곧 그들만의 막차인 첫차가 올 것이라는 희망이 숨겨져 있다. 팍팍하지만 슬프지 않고, 불운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이야기랄까.


답답하고 씁쓸한 구석진 이야기들을 담담하고 태연하게 머금듯이 풀어내는 알수없는 여운을 지닌 소설을 찾는다면 추천한다. 커다란 사건이나 반전 결말이나 독자가 희망한 해피엔딩이 없이 이게 끝이야?’ 같은 허무한 스토리일지도 모르지만, 하류인생 불운의 끝 그 삭막함을 때론 용기있게 때론 편안하게 살아내는 주인공들을 보면, 우리들의 외롭고 눈물 맺힐 일들도 그저 일상의 한 부분처럼 지나치듯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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