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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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라는 표현은 일본의 오타쿠를 한국식 발음으로 줄인마이다. 어떤 한 분야에 몰두에 전문가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 때론 전문가도 이 덕후에 속하기도 한다. 예전에 곤충 덕후 여성의 로맨스를 그린 일본 드라마가 있었는데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기분 나쁜 유전자>이다. 곤충학을 전공하는 여주인공과 유명 학자인 남자주인공이 유전학과 생물학 관련이야기를 펼치며, 논쟁을 펼치는 이 드라마는 곤충과 인간을 비교하며, 사랑이 존재하는가? 에 관한 이야기 혹은 바람은 본능이다?에 관한 이야기 등을 나누며 연애를 하는 로맨스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인 <사랑 없는 세계>는 식물 덕후인 주인공의 로맨스물이다. 식물에 매료된 대학원생과 그녀를 좋아하는 요리사의 식물학 로맨스! 이름 모를 풀 때문에 구애에 난항을 겪는 주인공의 특별하고도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소개한다.

가끔 생각해요. 식물은 광합성을 하며 살고,

동물은 그 식물을 먹고 살고, 그 동물을 먹고 사는 동물도 있고...

결국, 지구상의 생물은 모두 빛을 먹고 살고 있구나 하고요.”

빛을 먹고...”

. 후지마루 씨도, 저도, 식물도, 다 똑같이.”

웃음 짓는 모토무라의 눈에는 희망을 닮은 빛이 비쳤다.

고맙습니다, 후지마루 씨.” 

 

국립 T대학의 아카몬 앞을 지나는 혼고 대로 바로 건너편 쪽 길가의 좁은 길, 그곳에 자리한 양식당 엔푸쿠테이‘. 그 곳의 입주 종업원이인 후지마루는 양식당 주인인 쓰부라야를 스승같은 대장으로 모시며 요리사의 길을 꿈꾸고 있다. 열심히 조리번문학교를 다니고, 영양학 수업을 들으며 일식집 접시닦이를 하면서 국물 내는 법을 배우거나, 이탈리아 식당에서 홀서빙을 하며 토마토의 맛을 익히기도 했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엌칼 하나를 쥐고 곳곳을 떠돌며 배우던 그가 이 허름한 양식당에 머물게 된 것은 무엇보다 맛이 훌륭했기 때문이다. 신기한 기예를 뽐내지는 않았지만, 정성껏 만든 마음이 전달되는 음식이 있는 곳. 그 역시 마음이 담신 음식으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이런 그가 마음이 담긴 사랑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꿈을 꾸게 된다.

 

요리에만 열정을 쏟는 후지마루의 인생에 갑자기 찾아온 사랑. 양식당의 음식을 배달하러 간 T대의 자연과학부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 곳에 식물학에 매진하고 있는 모토무라를 만난 후지마루는 그 후 몇마디 이야기를 통해 식물학의 세계에 빠져든 그녀의 모습에 반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해 버리지만, 며칠 후 그녀는 그 고백을 거절해 버리는데... 그 거절이유가 사람이 아닌 식물 때문이라면? ‘사랑 없는 세계를 사는 식물 연구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라는 그녀. 식물 덕후 그녀를 사랑 가득한 세계로 이끌 수 있을까?

 

누군가 이 책에 대해 묻는다면,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다른책들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라면 답이 되었을까? 이 책은 한 요리사가 식물 덕후를 향한 러브 스토리임과 동시에 사람과 사람간의 인연과 연대 그리고 개인의 꿈과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실상 이런 소재들은 일본 특유의 따뜻한 정서가 담긴 힐링 소설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소설이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이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의 소재거리들을 식물에 비유하면서 섬세하고 인상깊에 짚어 낸다는 점이다. 빛을 먹고 살아가는 식물처럼 사랑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무의미에서 의미로 나아가는 여정의 일환들을 과학적 상상력과 정확한 묘사를 통해 식물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로 표현해 내는 소설. 미우라 시온의 <사랑 없는 세계>, 제목과는 다르게 사랑 가득한 세계와 식물학의 세계를 탐험해 보고 싶다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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