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낭자 뎐
이재인 지음 / 연담L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담 L의 출판사 작품은 조영주의 <반전이 없다>와 초연의 <암흑 검사>, 전해연의 <내가 죽였다>를 읽어보았다. 이 작품들의 특징들은 카카오 페이지 연재작품이라는 점인데, 그래서 인지 장면, 에피소드의 전환이 빠르고, 스토리의 전개 또한 빠르며 문체 또한 쉽고 간결해 읽기편한 작품들인데 비해, 놀랍도록 탄탄한 스토리에 대중적인 재미가 듬뿍담긴 매력적인 소설들이었다. 이번에는 이재인의 <호랑낭자뎐>이다. 다만 전작과 다른 점들이 있다면 연담L에서 처음으로 출간하는 사극 판타지라는 점이다. 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인 존재들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신비로운 세계에 조선시대 사극을 입힌 독특한 배경, 거기에다 미스터리한 살인사건과 궁중 권력암투 까지 섞인 조선판 CSI, 과연 이 많은 것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담아낼까?

저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이의 낯을 보며 해랑은 제 기억을 헤집어댔다.

그러다가 눈을 크게 치떴다.

지난가을, 무영과 함께 숨어 들어간 임금의 연회에서 본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그 이름을 떠올리려 애를 쓰고 있다니

어느새 해랑과 마주선 이가 위에서 아래로 해랑을 훑어보았다.

너로구나? 살아남은 새끼 호랑이가.”

그믐밤. 자미재 뜰 안으로 민도식의 목소리가 차게 내려앉았다.

 

무영 이휘. 선왕과 그의 귀비 김 씨 사이에서 태어난 조선의 제이 왕자이면서 동시에 천것인 사내이다. 왕자군을 칭호를 얻어야 했지만, 어미가 귀비였던 탓에 왕자군으로 봉군되지는 못한 것이다. 당시 선왕의 죽음이 있었고 새로운 왕이 즉위할 때, 새로운 왕인 무영의 이복형제 이광은 자신의 어미를 죽게 만든 후궁들을 죽이고 그 자식들을 유배 보낸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영 역시 궁 밖에서 살게 된다. 이런 무영이 다시 궁궐 땅을 밟게 된다. 임금의 부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영은 귀비의 자식이 대개 그렇듯 사령을 볼 줄 아는 사내였는데, 임금은 광증탓인지 부엉이 소리가 들린다며 궁안에 사령을 잡으라 명하기 위해 그를 불러들인 것이다. 무영은 삼년 전 어미와 정인을 모두 잃었지만 임금의 명을 받고 도성을 둘러보기로 한다.

 

무영과 마찬가지로 불운한 과거를 가진 해랑. 호족이 멸문하던 날 태어난 아이인 해랑은 어릴적 무영에게 거둬져 그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그렇게 스승인 무영과 제자인 해랑은 전국을 다니며 해괴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아니다 다를까 이번에도 그들곁에 해괴한 사건이 벌어진다. 장마철 광통교에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좌포청 종사관 최주혁은 시신에 별다른 사인이 보이지 않으나, 딱히 실족사로 보기도 어렵고, 일대를 탐문하였으나 여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가 없어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워하고, 그 무렵 마을에서는 밤마다 광통교에서 여인의 혼이 흐느낀다는 해괴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한다. 결국 최주혁은 무영에게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과연 무영과 해랑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연담L이라는 출판사라는 점에서 기대가 많이됬고, 판타지와 미스터리 사극에 과학 수사까지 결합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역시 조선판 CSI'라는 카카오페이지의 독자들 평가답게, 어울리지 않은 것을 잘 매치시키면서 색다른 스토리와 쫄깃한 전개를 잘 뽑아낸다. 이 소설은 인간의 탐욕과 귀신의 원한이 서린 기묘한 사건들을 펼쳐지는데 그것들을 해결하는 것들이 과학적인 시신검안 같은 조선판 CSI적인 면과 사령을 보고 듣는 다는 특별한 능력과 부적을 쓸 줄아는 타고난 능력이 있는 주인공의 판타지적인 면이 결합되기에, 과학과 비과학, 현실과 판타지, 정극과 퓨전사극을 넘나드는 미묘하고 복잡한 세계와 분위기를 보여준다. 또한 무영과 해랑이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하면서 그들의 과거사들도 밝혀지는데, 그와 더불어 벌어지는 간간한 로맨스 또한 있으니 한 때 열풍이었던 남장여자사극로맨스물을 좋아하는 독자에게도 환영받을만한 소설이다. 다소 많은 것이 믹스되었으나, 그러기에 폭넓게 읽히기에 좋은 소설! <호랑낭자뎐>! 가독성 좋은 퓨전사극물을 맛보고 싶다면 적극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