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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죽는 꿈을 꾸었습니까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가벼운 일본 소설을 출간한 제우미디어에서 츠지도 유메의 <지금, 죽는 꿈을 꾸었습니까>를 출간했다. 츠지도 유메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수상한 이력이 있는 작가로 국내에서는 <나와 그녀의 왼손>이란 작품을 출간한 이력이 있다.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를 배출한 만큼 과연 기대에 부흥할 수 있을 까? 이번에 소개할 책은 ‘예지몽’에 관한 미스터리물이다. 미래를 예언한다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보단 부정적인 효과일 때가 많고, 이 역시 불행을 예감하는 꿈이다. 꿈이 현실이 되기 전에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아야 하는 남자 이세. 그리고 알 수 없는 꿈에 관한이야기를 털어놓은 의문의 소녀 사요. 과연 두사람의 미래는 예지몽대로 이뤄질 것인가? 아니면, 예지몽을 바꿔버릴 수 있을까?
‘제발 저처럼 되지 말아주세요. 꿈에서 본 사실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말아주세요.
바꾸려고 하면 할수록 미래는 점점 안 좋은 방향으로 향해가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더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아요.
우리는 꿈에서 본 날에 죽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남은 생을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예요.
예지몽대로 된다는 건 억울하지만, 그게 가장 올바른 길이에요.
목숨을 잃는 그 날까지 어떻게 살 것인가,
저는 지금 그것만을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20대인 이세는 출소한지 반년된 청년이다. 그에게 길을 물어보는 사람은 물론 이자카야에서 말을 걸어오는 사람도 없다. 이런 그에게 한 소녀가 말을 건다. 이세가 깜짝 놀라 깨는 모양새를 보고는 ‘루시드 드림’이 아니냐고 묻는 것이다. 루시드 드림은 꿈인줄 알면서 꾸는 꿈이라 한다. 소녀는 이세가 누군가에게 떠밀려 전철에 부딪쳐 죽는 꿈을 꾸는 그 내용까지도 알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 또한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고백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불길한 꿈을 몇 번이고 꿔왔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도움을 준 고미부치랑 함께 승강장에서 떠밀려 죽는 꿈, 최근에는 만난적도 없는 중학교 동창인 카스야에게 피 묻은 나이프를 뺏어 복수하듯 찔러버려 죽여버린 꿈. 잠에서 깼는데도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옆자리 소녀는 ‘어차피 우리들은 죽어요’라는 알 수 없는 말을 남긴체 사라진다.
며칠 뒤 다시 만난 소녀 사요. 그녀는 자신이 다섯달 전부터 ‘루시드 드림’을 꿔왔고 과거든 미래든 그 꿈의 내용은 현실에서 벌어지는 예지몽이라고 말한다. 사요는 다섯 달 동안 꾸었던 여러 가지 기묘한 꿈 내용들을 몇 개나 이야기 했고, 자신 역시 7년뒤 전철에 치여죽을 거라고 고백하는데... ‘전철에 치여 죽을 예정인 사람만 루시드 드림을 꾼다는 말이야?’ 주마등처럼 떠올려지는 예지몽. 과연 예정된 죽음의 결말을 바꿔낼 수 있을까?
예지몽이란 흔한 소재를 가지고 시작되지만, 읽는 내내 이 흔한 소재를 이렇게 풀어갈 수도 있구나 하면서 읽게 만든 소설이다. 기대했던 결말은 아니었지만, 기대했던 결말이 아니었기 때문에 반전이 있었고, 미스터리에서 빠질수 없는 묘미 또한 반전이기에 상당히 인상 깊다. 사후, 운명, 해후, 인연 이란 키워드를 예지몽이란 키워드로 한 대 엮어 미스터리 로맨스로 소화한 소설. 인과응보같은 당연한 결말이 주어지지만 희망적이기보단 비관적으로 다가오는 씁쓸한 이야기. 미스터리 로맨스물이나 운명론, 시간여행같은 소재를 좋아한다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