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사관 살인사건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8
오구리 무시타로 지음, 강원주 옮김 / 이상미디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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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출간하는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소설이 출간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책, 오구리 무시타로의 <흑사관 살인 사건>이다. 이 책은 국내에 벌써 3번째 출간된 책이다. 동서문화사와 북로드에서 출간되었고, 이제 이상에서 출간된 것이다. 헌데, 이상한 건 계약과 출간이 반복될 만큼 재밌다는 게 아니라, ‘재미없다라는 평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수사의뢰와 명탐정 등장, 용의자 심문으로 전형적인 고전추리소설의 형태를 띠며, 흑사관(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이 시체를 넣어둔 성관과 닮음)이라는 괴기스럽고 음울한 소재를 배경으로 하기에 개성도 있다. 때문에 대부분 일본추리소설의 오락성을 인정한 한국독자들은 환영할 만 한데도 그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추리소설 3대 기서중 하나이자, 지루함과 장광설로 가득해 악명 높은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마니아들의 끊없는 도전과 출판사들이 출간 의의를 동기로 출간하는 미스터리한 소설. 소문부터가 무성한 <흑사관 살인 사건>을 소개한다.

 

 

인간의 마음속에 악마가 살고 있다면,

그 균열 속에 남은 사람들은 범죄의 밑바닥으로 끌고 가기라도 할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은 생각지도 못한 자괴감이 일으키는 두려움을 차츰 강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통칭 흑사관이라고 불리는 후리야기관. 그 흑사관을 두고 사람들은 언젠가 기이한 공포가 생겨날 것이라 예상했다. 예전에는 켈트 르네상스 양식의 성관의 첨탑과 망루의 수와 선이 주는 기이한 감각과 더불어 용궁 아기씨를 그려 넣어 눈부시게 아름다운 볼거리였지만, 현재는 변색되고 좀먹어가듯 거칠고 황폐해진 상태이다. 언제부터인가 이 저택에 안개 같은 것이 둘러싸기 시작해 성관이 비밀 덩어리로 보이게 만들었고, 요사스러운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람들의 불길한 예감은 이런 외관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성관이 지어진 이래 기괴한 죽음을 연상시키는 변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성관의 주인 산테쓰 박사는 유럽에서 의학과 마술을 연구한 신비주의 성향을 가진 사람인데 1년 전쯤 기괴한 방법으로 자살을 했다. 산테쓰는 체크 무늬 옷을 입은 사람 실물 크기의 인형을 안고 방에 들어가 10분도 안되서 죽음을 맞이했는데, 집안사람들은 아무소리도 듣지 못했고, 외상도 흐트러진 물건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는 네명의 가족이 있는데, 현악 4중주단을 이루는 이 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40년이란 긴 세월동안 성관밖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상한 가족구성으로 더욱 호기심 어린 소문만 무성할 뿐이다. 그리고 박사의 자살사건 후 다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4중주단원 중 한명인 바이올린 연주자가 독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인데...

 

읽는 내내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라는 생각을 연달아하면서 읽어보는 추리소설은 처음이랄까? 솔직히 본인이 일본추리소설을 사랑하는 마니아이고, 이 시리즈가 일본추리소설의 역사를 더듬는 의미가 있는 시리즈물이기 때문에 호평을 하고 싶지만,‘재미있다라고는 말하진 못하겠다. 왜냐하면 현학이 난무하는 미스터리물이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지고 탐문을 하고 추적하거나 트릭을 파헤치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아슬아슬한 긴장감과 인물들의 범죄동기와 상관된 감정들이 뒤엉켜 흥미진진하게 진행되는 추리물이 아니라, 이 모든 과정을 백과사전 급으로 신학,의학,문학,과학,심리,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걸쳐서,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나열하는 식의 내용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작품의 대부분이 저자의 지식방출이랄까?

솔직히 모든 사람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추리소설마니아라면 이 책이 왜 유메노 규사쿠의 <고구라 마구라>, 나카이 히데오의 <허무에의 공물>과 함께 일본 추리소설 3대 기서인지 한번쯤 호기심에 읽어볼만하다고 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결코 재미있지는 않지만, 마니아들의 완독 도전의욕을 끓어 올릴지도 모를 소설. <흑사관 살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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