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없다
조영주 지음 / 연담L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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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추리소설과 서양 스릴러소설을 꽤나 읽어본 독자지만, 한국추리소설은 아직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최근 초연작가의 <암흑검사>와 정해연의 <내가 죽였다>를 인상깊게 읽었다. 이 두권의 공통점은 연담L이라는 출판사라는 점과 카카오 페이지 연재라는 공통점이 있는데, 그래서 인지 예전 인터넷 소설처럼 직독직해 스타일의 쭉쭉 쉽게 읽히는 문체와 빠른 전개와 환기로 긴장감을 쫀쫀하게 조여주면서 지루할 틈 없는 구성으로 오락성을 잘 보여줬다. 또한 한국작가가 썼다는 점에서 한국인의 정서와 맞닿는 부분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어투도 부자연 스러운 번역체가 아니라 더 쫙쫙 독자의 입맛에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런 연담L에서 출간하는 <반전이 없다>이다. 안면인식장애의 형사와 책에 압사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 카카오페이지에서 주최하는 추미스공모전 금상만큼의 재미를 보여줄까?

 

 

이 책들 말이죠, 반전이 없는 거 아셨어요?”

친전은 그 말에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칫했다.

누가 반전만 싹 찢어갔어요.”

나영의 말에 친전의 고개가 완벽하게 돌아갔다.

저도 모르게 책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영의 태도가 영 거슬려서 모른 척하고 싶으면서도 근질거리는 손은 막을 수 없었다.

바들바들 떨다가 나영이 테이블 위에 올려둔 책을 펴들었다.

한 권, 두 권, 뒤표지부터 거꾸로 책장을 넘겼다.

 

친전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 때문에, 지명수배범조차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정년퇴직을 앞둔 시점, 휴직에 들어간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수상해 보이는 사람을 쫓다가 포기하기를 반복해서이다.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손자의 하교시키는 일로 무료함을 달래던 중 손자에게 우비할배에 대한이야기를 듣고, 우비할배를 잡아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다. 손자가 무서워하는 우비할배는 한달 전부터 어린이 집을 찾아오는 우비를 입은 정체모를 할아버지라 한다. 진천은 어린이집 앞에서 잠복하지만 우비할배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진천은 추리소설을 읽는 것은 진전이 있지만, 우비 할배 찾기는 전혀 진전이 없는 중. 한통의 연락을 받는다. 김씨는 잠깐 왔다 가라는 짧은 말과 함께 주소를 남기고, 그가 간 곳에는 붉은 기와를 얹은 단층집에 죽은 독거노인 있다. 피해자인 독거노인의 집에는 저장강박증을 예상하게 하는 추리소설들로 가득했고, 얼핏 보기에는 천장이 뚫려 무너지면서 책더미에 깔려 압사 당한 듯 보인다. 김씨는 피해자가 우비를 입고 죽어서, 요며칠 진천이 찾는 우비할배가 이 피해자일 수도 있지 않겠냐는 의문과 함께 유가족을 찾아달라는 말을 부탁한다. 진천은 사람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지만, 이 피해자는 사고로 얼굴이 완전히 뭉겨져서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 김씨의 생각인 것이다. 결국 진천은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되고, 시체 옆에 피가 묻어 있는 책뭉치와 찢겨 나간 추리소설의 반전 페이지들을 발견하면서, 단순 사고사가 아닌 살인 사건임을 직감하게 되는데...

 

범인을 알아볼 수 없는 안면인식장애와 책에 깔려 얼굴이 완전히 뭉게진 피해자, 그리고 집안 가득한 추리소설들과 그 추리소설의 반전페이지부분이 찢겨나간 정황 등 <반전이 없다>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눈길을 끌만한 요소로 시작부터 흥미롭게 진행된다. 책으로 구타해 살인을 했음으로 흉기로 쓰인 것이 추리소설책이고, 이 추리소설책이 증거가 되어 한 출판사로 추적하는 계기가 되고, 한 남성이 쓰고 있던 추리소설책과 그 밖에 반전페이지가 뜯겨진 실존하는 유명 추리소설의 책들로 독자에게 복선과 암시를 전하는 것 역시 추리소설책이다. 때문에 추리소설 매니아 독자들을 위한 맞춤 추리소설이다. 읽는내내 쓰는 저자나 읽는 독자나 (등장하는 인물마저)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 반갑다고나 할까? 초이세 작가의 <짐승의 문>, <점과 선>이나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오리엔트 특급살인> 등장에 의외의 친근함은 물론, 추리소설이 흉기와 증거 그리고 트릭의 해결책으로 쓰일지도 모르는 알쏭달쏭함을 품어 추리매니아들의 도전의욕을 불태울 수 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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