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킬러 시리즈 2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하는 소설가이자, 재치와 유머를 겸비하지만 사회적 문제에 주목하는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그의 작품은 많이 읽진 못했지만, 왜 그의 팬들이 이사카 월드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그의 작품이 인기리에 영상화 되는지 이해가 간다. 추리소설이 가져야할 치밀한 구성과 놀라운 반전은 물론이고, 다양한 소재와 독특한 세계관은 물론, 단순 오락 소설이라고 보기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는 대사 한줄 한줄이 곱씹으면서 읽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그가 이번에는 선과 악에 주목한다. 이번에 소개할 <마리아비틀>은 이사카 고타로의 <킬러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로, 인간의 폭력과 악의 근원을 탐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자, 질주하는 기차 속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킬러들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그린 작품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전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착하지도 악하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그건 어느 쪽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뇨, 선이나 악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왕년에는 킬러, 현재는 알콜 의존증에 경비원일까지 그만둔 실업자인 기무라. 그는 술을 끊고 비장한 각오로 도쿄에서 모리오카로 향하는 신칸센에 오른다. 안주머니에는 권총 한 자루를 품은 채. 그는 여섯 살 난 아들 와타루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갈고 있다. 여섯 살된 자신의 아들을 백화점 옥상에서 떠밀어 중태에 빠트린 소년 왕자. 기무라는 예전 동료에게 입수한 정보로 왕자를 찾는 중이고, 그 아이가 지금 이 열차안에 있다는 것이다. 기무라는 다섯 번째 차량에서 하얀 옷깃이 달린 셔츠를 입은 착실한 우등생처럼 보이는 중학생 소년을 발견한다. 저렇게 천진난만해 보이는 아이(왕자)가 정말로 악의가 있었을까? 하는 의혹이 솟구치는 순간, 기무라의 눈앞에서 커다란 불꽃이 튀었다.

 

기무라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양쪽 손목과 발목이 묶인 채로 창가 자리에 앉혀 있는 상태이다. 영악한 두뇌를 가진 왕자가 기무라의 예전 동료에게 일부러 정보를 흘리게 만든 것이다. 이미 기무라가 올 것을 대비한 왕자는 전기 충격기로 기무라를 기절시킨 것. 왕자는 기무라를 무서워하긴 커녕 흥미로운 게임을 하듯 그와 대화를 시작하고, 기무라는 고작 중학생인 왕자가 열명을 죽인 사이코패스이며,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 심부름꾼을 심어두어 언제든 아들의 호홉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한편, 킬러 콤비인 밀감과 레몬은 인질로 잡혀있던 보스의 아들을 구하고, 몸값이 든 검은 트렁크를 들고 신칸센에 오른다. 하지만 한눈을 판 사이 트렁크는 사라지고, 보스의 아들은 누군가에게 독살당하고 만다. 같은 시각, 마리아의 지시로 검은 트렁크를 찾아내 다음 역에서 내리라는 지시를 받은 나나오는 예상치 못하게 청부업자 늑대를 만나게 되고, 평소 원한이 있던 늑대가 나나오에게 빚을 갚겠다고 하자, 나나오는 위협만 주려다 불운한 실수로 늑대를 죽이고 마는데... 과연 두 시간 반 동안 밀폐된 기차 안에서 이들은 각자의 목적을 이루고 무사탈출 할 수 있을 것인가?

 

초고속 열차에서 펼쳐지는 킬러들의 기묘한 추격전을 그린 <마리아비틀>. 이 소설은 기무라, 밀감과 레몬, 나나오의 시점으로 바꿔가면서 진행되지만, 이들은 모두 달리는 열차 안에서 종착역까지 남은 단 2시간 30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들의 배경과 각자 처한 사정, 즉 이 열차에 탄 임무와 그 목적과는 다르게 벌어지는 긴박한 사건과 사투가 질주하는 신칸센만큼이나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데, 열차 배경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가 어느 한 부분의 지루함없이 설정되어 있다. 어린 아들을 의식불명으로 만든 사이코 패스(왕자)에게 복수하려는 알콜 중독의 전직 살인청부업자인 기무라, 조직폭력배 거물에게 도련님의 무사귀환 임무를 맞게 된 조직원 밀감과 레몬, 죽일 의도는 없었지만 불운의 사고로 성가신 시체를 떠안게 된 청부업자인 나나오까지

 

주행하는 열차지만, 종착역이 아니면 탈출할 수 없는 상자와 같은 열자칸이라는 배경만큼이나 매력적인 청부살인업자들의 캐릭터와 윤리관과 도덕 및 감정이 결여된 '악의 근원' 캐릭터인 왕자라는 캐릭터의 결투와 추격을 통해 박진감과 속도감있는 스릴를 맛보여주는 미스터리 엔터테인먼트 소설 <마리아비틀>. 달리는 열차 속, 살인청부업자지만 너무나'사람'같은 이들의 행운과 불행, 우연과 필연 등의 엇갈림과 얽힘을 통해, 짜릿한 재미와 촘촘한 복선, 유머처럼 쉽게 읽히지만 답하기 어려운 철학적 질문이 담긴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적극 추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