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예전 출간작들이 연달아 출간되는 추세이다. 세련된 디자인, 감각적인 색채로 표지를 바꾼 그의 작품들은 표지만큼이나 그 내용도 예전작품이라 할지라도 여전히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매번 신간을 쏟아내는 속도만큼이나, 예전 작품들이 다른 출판사에 계약되어 표지만 바꿔 선보이는 것인데, 현재도 다작중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쉽게도 그의 최근작들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물론, 히가시노 게이고이기 때문에 그 기대치가 높은 것이고, 모든 작품은 대작처럼 써내기에는 다른 작가에 비해 빠른 속도로 작품을 집필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단편보다는 장편에서 대작을 뽑아낸(백야행, 용의자x의헌신, 유성의 인연 등) 히가시노 게이고의 단편이다. 헌데, 초기작이다. 과연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초기작’이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교통경찰의 밤>은 도로위에서는 누구나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할 수 있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현실감 있는 ‘교통사고’를 소재로 한다. 때문에 92년도의 작품이지만 이질감없이 흥미롭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이야기는 총 6가지 단편이 수록되어있다. [천사의 귀][중앙분리대][위험한 초보운전][건너가세요][버리지 말아 줘][거울 속에서]이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건너가세오]를 소개한다.
유지는 퇴근 후 한통의 전화를 받는다. 익은 목소리가 아닌 낯선 남자, 그는 자신을 마에무라라고 소개하며 경찰서 교통과에서 알려준 연락처로 연락한 것이라 한다. ‘혹시’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다행이도 그는 흠집이 난 자신의 차의 가해자였던 것이다. 얼마 전, 여자친구 나오미와 새해 첫 참배를 가려고 집을 나섰을 때, 주차된 자신의 차 뒷부분이 미등은 깨졌고, 차체에는 길게 긁힌 흠집이 나버린 일이 있었는데 그 가해자가 마에무라였던 것이다. 유지는 마에무라를 만난뒤 그의 만만한 인상을 보고 수리비 견적인 5~6만엔 정도지만, 10만엔을 청구한다. 마에무라의 연락을 받은 뒤 정비 업체에 연락해 전부터 미심쩍었던 부분까지 모두 수리 한 것이다. 불법주차한 자신보다 남의 차를 치고 달아난 그(마에무라)가 더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주일뒤 유지는 마에무라를 다시 만다게 된다. 최근길 지하철 안에서 그가 불쑥 말을 건넨 것이다. 그 뒤 몇 번의 만남으로 대화를 몇 번하고 난뒤, 그는 이상한 제안을 한다. 마에무라는 일가친척 모임이 있는데, 몇 달째 자신이 별장에 가보지 못해 어떤 상태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임전에 누구든 별장에서 지내 주면서 환기도 해주고 하면 한다고. 유지는 여자친구인 나오미와 상의를 하고, 결국 나오미가 좋아하는 스키를 탈 겸 마에무라의 별장에서 연휴를 보내기로 한다. 헌데 별장에서 뜻밖에 재회를 하게 된 마에무라. 마에무라는 유지와 나오미와 식사를 하며, 친구의 ‘불행한 사고’를 이야기 한는데...‘친구 부부가 욕조를 굴러 떨어진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려다, 하필 병원으로 가는 지름길에 불법주차 된 차가 있었고, 결국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한 아이는 사망에 이르렀거든요...’
예전작품이지만, 여전히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고, 그 가해자도 피해자도 우리 중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현실은 여전하기 때문에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다. 지금도 노상주차(불법주차), 보복운전(난폭운전), 운전 중 쓰레기 무단 투기, 과속 및 음주운전 등 여전히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현실이 팽배하다. 가해자에게는 사소한 부주의나 작은 실수였을지는 몰라도, 그로인해 벌어지는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그려내며, 그에 대한 공감, 경고, 책임감을 보여주는 미스터리극. 누구든지 이 교통 미스터리의 등장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현실감으로 90년대 초반작품임에도 여전히 몰입되고 초기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