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줘
이경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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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나오키문학상 서점대상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의 수상작품을 주로 읽는데, 최근 관심이 생긴 한국문학상이 있다. 한국문학의 위대한 발자취를 남긴 소설가 김유정의 문학적 업적과 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김유정문학상이다. 한 해동안 모든 중 단편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선정해 삼천만원의 상금을 지급하는 이 문학상은 김유정의 문학혼을 기리는 한편으로는 역량있는 한국 신예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상인데, 최근 주변에서 평이 좋은 편이라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임에도 유독 눈길이 갔다. <소원을 말해줘>2007<토큰>이라는 단편소설로 당선된 작가 이경의 재난,공포,SF 소설이다. 뱀처럼 허물이 온몸을 뒤덮는 병, 그 병으로 격리되어 가는 구역, 그 구역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소원을 말해줘>를 소개한다.

 

 

다른 구역 사람들에게 D구역 사람들의 피부는 깨끗하다 해도 깨끗한 것이 아니었다.

언제라도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숙주와 다르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레 초래하는 귀결은 D구역은 다른 구역과 격리돼야 한다는 거였다.

그것은 다분히 정서적인 것이었지만 확실하게 작용하는 금기의 전제가 됐다.

간혹 원거리 여행을 떠나는 철새들처럼 훌쩍 떠나갔던 사람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기름에 흠뻑 젖은 깃털을 질질 끌며 구사일생 자신의 둥지로 되돌아왔다.‘

 

 

거대 제약 회사가 지배하는 기획 도시. ‘그녀는 그 도시의 동물원 파충류 사육사이다. 석달 전 폭풍이 온 날 거센 비바람에 의해 산이 무너졌고, 흙과 돌너미 빗물이 동울원을 덮치게 된다. 산사태로 동물원이 무너지자 야생동물은 도시 곳곳으로 흩어지고, 도시는 혼란에 휩싸인다. 호랑이가 조정 경기장에서 조정 선수를 덮치고, 코끼리는 느닷없이 동네 미용실로 돌진하는 등 인구 50만 명의 소도시가 발칵 뒤짚어 진 것이다. 방역대가 동원되어 사라진 동물을 추적했고, 그녀 역시 뱀을 찾아 새벽부터 한방중까지 도시를 돌아다니게 된다. 이 사건으로 11명의 사상자가 생기고 부실관리를 이유로 동물원은 폐쇄되고 그녀는 직장을 잃게 된다.

 

그녀는 허물이 생기는 병인 피부각화증을 앓고 있는데, 하루 두 번 프로틴을 먹어야만한다. 하지만, 사육사라는 직업을 잃은 뒤 통조림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게 됨으로써 제대로된 음식섭취와 치료는 불가능하다. 점점 통장 잔고는 바닥나고, 월세는 밀리고, 집주인을 열쇠를 바꿔 그녀를 쫓아내기에 이른다. 결국 그녀는 공원에서 노숙을 하며 뱀을 찾게된다. 뱀만있으면 사육사로 다시 일할 수 있으지도 모르니까. 그녀는 비단뱀을 찾아 D구역까지 가게된다. 그곳을 피부각화증이 심해져 뱀의 허물 같은 각질이 온 몸을 뒤덮는 풍토병이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그들은 전설 속 거대 뱀 롱롱이 허물을 벗으면 세상 모든 허물이 영원히 벗겨진다는 믿을 가지고 있는데... 롱롱을 찾으면 정말 허물을 벗을 수 있을까?

 

자연스러운 병이나 고도로발달된 과학인 SF적인 재난소설인줄만 알았던 초반부를 지나면, 결국 자연이나 과학보다 무서운 인간을 마주하게 되는 소설이다. 롱롱만 있으면 허물을 영원히 벗을 수 있다는 판타지, 그 희망의 붕괴가 가져온 비참한 현실은 잔인하고 끔찍하지만 그 모든 진실의 뒤켠에 숨겨진 도시정부와 거대 기업의 모의한 충격적인 음모는 어떤 재난보다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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