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오케스트라 1
치고지에 오비오마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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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문학작품의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 북유럽(주로 스웨덴)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에는 (서점에서) 기타나라로 분류되곤 하는데, 이번에 소개할 책은 ‘기타 나라’에 속하는 소설로, 고전문학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나이지리아 이보 신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한 소설이다. 이 소설에 가장 주목할 점은 작가가 나이지리아 인이라는 점이다. 예전 남아프리카 공화국 작가인 디온 메이어의 <베니 그리설 시리즈>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당시 케이프 타운을 배경으로 해 이국적인 색감을 더하고, 그 나라의 현실 문제인 인종차별, 절대빈곤, 무의미한 치안, 성범죄, 마약범죄 등을 사실적으로 다뤄 인상에 남았다. 아마, 익숙한 배경과 소재가 아닌, 이국적인 것들의 조합은 늘 새로움으로 다가와 흥미를 끌고, 우리나라의 실정과 분위기와 달라 비교하다보니 더 오래 인상에 남는 것 같다. 과연, 나이지리아 작가의 작품은 어떤 인상을 줄까?


- 어렵다. 낯설다. 하지만 ‘가치는 있다’

나이지리아의 ‘이보 신화’의 개념과 특이한 문제가 만들어가는 고난과 비극속의 사랑은?

일단, 어렵다. 낯설다. 처음부터 끝까지 ‘난해하다’. 읽는 내내 도통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소설이다. 이유는 소설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문체와 소설 앞부분의 ‘이보 신화’에 대한 개념부분과 뒷부분의 저자의 각주를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소설의 내용에 수월하게 다가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여, 이 부분을 먼저 읽거나 반복해서 읽기는 권한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높은 소설을 왜 읽어야만 하는 걸까? 소설을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함이 아닌가? 아마 초반에는 이런 불만과 투정이 계속될 것이다.(나 역시도 그랬으니)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 소설은 단순 ‘재미’가 아닌, 다른 목적과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통속적이지만 현실적인 주제를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이아>와 나이지리아의 전통적인 우주론(이보 신화)를 입히고 비틀어 놓은 복잡한 체계를 가진 ‘작품성’, 즉 ‘문학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설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라는 타이틀이 납득이 될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나라의 전통성과 개인의 신념을 글로 표현함과 동시에, 신학이나 철학으로만 여겨온 것들을 소설이라는 문학 분야로 끌어냈기 때문에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재미로만 소설을 읽어왔다면, 역사적 현실, 고전 서사시, 이국 전통 신화를 개입시킨 특색있는 소설에 도전해 보면 어떨까? (솔직히 ‘도전’이라 붙인 이유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려워도 새로움을 맛볼 준비가 되었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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