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소녀
세라 페카넨.그리어 헨드릭스 지음, 이영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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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스릴러의 대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성독자의 추리스릴러 소설의 소비가 늘어나서인지, 잔혹하고 끔찍한 엽기 살인마의 등장보다는 여성주인공을 내세워, 평범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공포감을 야기하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이들에게는 어떤 비밀이나 의심되는 정황이 주어지는데, 그것들을 파헤치거나 숨기는 활약을 통해 독자에게 몰입감과 흡입력을 선사한다. 여기, ‘심리의 심리에 의한 심리를 위한’ 심리스릴러가 출간 되었다. <익명의 소녀>는 심리 실험의 대가로 돈을 받고, 자신의 사적인 비밀을 판 한 여성과 그 비밀을 무기로 여성을 함정에 빠트리는 정신과 의사와의 아슬아슬한 심리게임이 시작된다. 대놓고 소재부터가 심리물인 심리스릴러 <익명의 소녀>. 심리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주목하자.



‘실즈 박사를 만날 땐 최대한 진실에 가깝게 말해야 한다.

그녀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몰라서만은 아니다.

그녀가 무슨 짓까지 저지를 수 있는 사라마인지 나는 아직 모른다‘

- ‘비밀을 나누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

심리 실험에서 발설한 사적인 비밀이 날 함정에 빠트린다면?

28살인 제시카는 방문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는 중이다. 그녀에게는 외상성 노손상으로 인지와 신체능력에 문제가 있는 동생 베키가 있다. 제시카는 동생 베키의 치료비를 담당하고 있는 중이라 월세내기조차 빠듯한 신세이다. 이런 그녀에게 유혹적인 일자리 하나가 들어온다. 얼마 전 고객의 메이크업을 하다가 알게 된 아르바이트 자리, 저명한 정신과 의사가 진행하는 ‘윤리와 도덕성에 대한 연구에 관련된 심리 실험’에 참가하는 것이다. 제시카는 자신의 고객이 그 실험에 참여하지 못하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녀의 자리에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피실험자로 참여하게 된다. 설문지 작성만으로 500달러를 주는 기회에 익명성 보장이니 놓칠 수 없는 기회였다.

얼마 뒤, 실험을 주관한 정신과 의사 실즈 박사에게서 연락이 온다. 실즈 박사는 제시카의 매력적인 외모와 솔직한 답변에 흥미를 느끼고, 그녀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실험을 계획한 것이다. 더 큰 액수를 제안하는 실즈 박사. 그리고 돈의 유혹을 뿌리칠 수 없는 제시카. 그렇게 제시카는 실즈 박사의 또 다른 실험에 참여하게 된다. 헌데 이번에는 한밤중 호텔 바에서 모르는 남자에게 접근하거나, 일을 가장해 모르는 사람집에 방문하는 다소 이상한 실험이다. 마치 꼭두각시처럼 문자로 전송되는 미션을 수행하는 제시카. 그러던 어느날, 실즈 박사는 카페에서 한 남성과 전화번호를 교환하라는 미션을 준다. 그리고 그 남성을 만난 제시카는 얼어버리고 만다. 얼마 전 남몰래 자신과 하룻밤 일탈을 저지른 남성이다. 제시카는 이것이 우연인지 계획인지 당황스러워 도망치듯 서둘러 자리를 빠져나온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남성에게 전화가 오고, 그는 자신이 실즈 박사의 남편이라는 충격적인 사실과 함께, 그녀를 조심하라는 알 수 없는 경고를 남기는데... 실즈 박사의 실험은 어디서부터 계획된 것인가? 자신의 남편을 유혹하라는 이 위험한 실험의 종착역은?



- 심리의 심리에 의한 심리를 위한! 소재부터가 ‘심리’인 아슬아슬 스릴러!

‘심리 실험’에 참여한 여자, ‘심리 게임’의 수렁에 빠져버리다?

이 소설의 서평 제목을 ‘심리의 심리에 의한 심리를 위한’으로 지은 이유는? 말 그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소재부터 진행까지, 아슬아슬한 심리를 기반으로 한 스릴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 여자(제시카)가 한 정신과의사(실즈)의 심리 실험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 실험의 의도와 결과가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만들며, 두 여자가 서로 알아내고자 하는 정체와 비밀이 얽혀, 숨기거나 밝히거나 하는 과정속에서 반전 섞인 결말을 초래한다. 서술 또한 이런 전개에 더 흥미진진해 질 수 있는 교차서술을 통해 진행된다.

제시카는 실즈 박사에게 돈을 받고 자신의 사적인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그것은 그녀의 과거와 도덕성이 연관되어 있음으로 가족에게조차도 숨기고픈 것들이다. 처음 설문식의 실험에서는 익명성이 보장되었기에 해방감과 자유를 느끼지만, 곧 이것을 빌미로 실즈 박사의 꼭두각시가 되고, 그녀가 지켜보는 시아 내에서 문자를 통해 지시하는 행동을 수행하면서, 뭔가 점점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실즈 박사의 실험의도가 파악될 무렵, 이미 자신의 과거는 물론 실험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저지른 모든 행동들이 자신의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되고 만다. 즉, 독자가 제시카의 시점을 읽을 때는 추리소설 속 피해자가 된 듯한, 마치 스토커에게 쫓기는 듯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맛 볼 수 있다.

반면 실즈 박사의 시점은 제시카에게 말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그녀의 예의바르고 침착한 언사와는 다르게, 그녀의 행동은 주도면밀하고 집요하며 위험하기까지 하다. 이 실험의 의도가 무엇이며, 이 실험을 하게 된 계기인 자신에게 배신감을 준 5번째 실험자와의 과거사, 또한 이 과거 5번째 실험자와 현재 52번째 실험자인 제시카의 공통점, 그리고 과거 5번째 실험자의 죽음의 진실이 가까워질수록 ‘범인은 누구인가?’가 아닌, ‘범행의 동기는 무엇인가?’로 의문점이 바뀌면서, 사랑에 대한 질투, 분노, 배신감, 비애, 희생, 어리석음 등이 터져 나온다. 즉, 독자가 실즈의 시점을 읽을 때는 추리소설 속 모든 우위를 거머쥔 교활하고 능숙한 범인이 된 듯한 자리에서 시작되지만, 종래에는 용납하진 못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공감과 비공감이라는 딜레마에 빠지며, 사랑앞에 일그러지고 추락해버린 한 여성의 복잡미묘한 감정선을 맛 볼 수 있다.

비밀을 간직한 채 그 비밀에 대한 책임으로 돈에 휘둘리는 제시카, 도덕성과 정직에 집착하지만 결국 사랑에 무너진 실즈 박사, 윤리적 선택의 미묘함을 이해하고 있는 선량하지만 어리석은 남자 토머스, 공감 가는 세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두 여자의 치밀한 심리게임인 <익명의 소녀>. 술수와 함정이 가득하고 비밀과 폭로 속에 끊임없이 옥죄어 오는 압박감을 즐기기에는 더 없이 좋은 소설이다. 소재부터 서술기법까지 모든 것이 ‘심리 스릴러’에 안성맞춤인 소설을 찾는다면, 바로 이 책 한 번 읽어볼 것!


+@ 소재, 배경, 전개, 서술방식 까지 모든것이 '심리 스릴러'에 초점이 맞춰진 심리 스릴러이다.

잔인한 것,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치정과 연관된 스릴러를 보고싶은 여성 독자에게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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