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
도널드 커시.오기 오가스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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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하기 전에는 수백만 명이 작은 상처로 인해 생명을 잃었다. 세균 감염은 패혈성 인두염, 류머티스염, 폐렴같이 치명적이 병을 가져왔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오늘날 흔하게 쓰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페니실린. 우습게도 이 대단한 약의 발명은 몇 달 동안 연구에 매진한 결과가 아닌, 알렉산더 플레밍의 세균 표본이 곰팡이의 침입으로 죽었다는 ‘우연한 사고’에 의해 시작되었다. 이처럼 약의 발명은 과학자들의 노고나 기술만으로 발명되지 않는다. 때론 어이없는 실수와 드물게 거두는 성공을 통해 우연과 운, 시행착오로 발견된다. 신석기시대 선조부터 오늘날의 제약회사까지. 우리가 복용해온 약이 어디서 어떻게 왔는지 그 역사와 효과를 새롭게 이해하게 해줄 약의 탐험인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약의 탐험가들>을 소개한다.



‘인도의 의사들은 특정 환자의 오줌에 개미가 꼬인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주석)당뇨는 '달콤한 오줌'이라는 뜻이므로 20세기 전에 당뇨병을 확인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했는지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오줌의 맛을 본 다는 건 역겹게 들리고 잠재적으로 위험하기도 하지만,

현재의 생화학 도구가 개발되기 전에는 환자의 오줌을 혀로 찍어보는 일이 흔하기도 하고 유용하기도 했다.

초창기 과학자들은 오늘날의 기분으로 무모하거나 위험한 일을 많이 했다'

- 신약을 개발하기 전과 후, 그 기괴하고 흥미진진한 약의 이야기.

인간 본연의 호기심, 우연히 걸려든 발견,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만든 약들은?

 

 

이 책은 온갖 위험을 무릎 쓰고 약을 개발해낸 사람들인 ‘약 사냥꾼’이 발견한 신약, 그 신약들의 역사를 담고 있다. 약 사냥꾼은 발견에 의미는 두는 과학자일수도, 돈을 좇는 탐험가일수도 있는데, 이들의 신약 사냥에는 돈, 인내, 창의력, 행운 등이 작용한다. 결국 신약 개발 과정은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예측불허의 난항이다. 이 역사를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야기한 책이 이 책이다. 이질 치료제인 아편, 말라리아 치료제인 퀴닌, 마취제인 에테르, 진통제인 아스피린, 매독 치료제인 살바르산, 항생제인 페니실린, 당뇨 치료제인 인슐린, 경구 피임약인 프로게스테론, 항정신병제인 클로르프로마진, 항우울제인 이미프라민 등 우리들에게 익숙한 약부터 미처 몰랐지만 많이 쓰이는 약까지 다양하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양귀비에는 각종 마약성 진통제가 나오는데, 그 중 아편은 침입자 곤충을 물리치기 위해 식물이 만든 방어용 화학물질로, 옛 사람들은 이질의 설사 증상을 막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 한 것이다. 원래부터 마약이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약학의 본질은 식물학에 있으며 약의 발견은 식물학자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225개의 약초식물을 관찰해 <조제서>를 쓴 초창기 식물학자이자 신약 사냥꾼인 코르두스는 새로운 변종 식물을 찾으러 늪지대를 탐험하다 모기에 물려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건도 있다. 또한 19세기 마취제가 없어 환자의 목을 조르거나 머리를 세게 때리는 행위가 성향한 시기에, 치과의사인 모턴은 한 유명의사의 강의에서 잠드는 효과가 있는 에테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환자를 잠재워 세계 최초로 충치를 고통 없이 뽑아내 스타의사로 급부상한다. 이렇듯 다른 용도로 시작되거나, 위험을 감수하거나, 우연한 기회거나, 알 수없는 시작으로 신약은 탄생된 것이다.

 

 

 

 

- 어렵기도 하지만, 재밌기도 한 ‘신약의 탄생기’

약을 발견하기 까지의 우연, 운, 시련, 음모, 실수까지...

 

 

이 책의 저자 도널드 커시는 3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신약 연구자이다. 그의 보유한 제약 관련 특허만 해도 24개이다. 그는 신약을 개발하는 탐험가로 이 책을 저술한 것인데, 때문에 신약 개발의 역사를 검증된 사료와 자신의 경험을 넣어 서술한다. 충분히 알려진 정면에 있는 역사는 좀 더 상세하게 기록하고, 이면에 있는 역사는 좀 더 흥미롭게 기록한다고나 할까? 읽다보면 약학의 전문적인 용어인 화학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다소 난해한 구석이 있지만, 신약 개발의 이면에 있는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은 파란만장하고 박력있게 쓰여있어 나름의 재미를 유발한다.

 

 

이 책에서는 신약 사냥에 성공하려면 4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돈, 인내, 창의력, 행운. 그에 해당하는 다양한 신약 개발에 관한 이야기는 재미를 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 4가지에 한 가지를 더 담아내기 때문이다. 바로 희생이다. 약의 사냥꾼들이 계획이든 우연이든 간에 신약개발을 시도한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필히 동반하는 것은 ‘희생’이다. 인간은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찾기 위해 개들의 췌장을 묶는 동물실험을 했고, 피임약 개발의 시작은 낙동업자들이 소의 빠른 생식력을 위해 난소(황체)를 짓이기는 행위에서 출발했다.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코르두스는 신약 개발을 위해 야생을 탐색하다 병사하고, 심프슨은 에테르의 대체물을 찾기 위해 휘발성 유기액체를 흡입했다. 파스퇴르는 생화학 실험의 결과물을 직접 맛보았으며, 마리 퀴리는 방사성 화학물질에 노출되 재생성불량으로 사망했다. 이 책을 읽어보자. 신약에 관한 정치와 탐욕, 상식과 호기심이 가득한 재미난 탄생기와 더불어, 지금의 신약이 많은 희생의 끝에 탄생했음을 알게 되는 의미있는 책이니까.

 

 

+@ 의학 약학 화학에 관한 지식이 필요한 책으로 다소 난이도가 있다 (관련 서적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 추천!)

뒤에 상당히 디테일한 각주가 있어 이해를 돕는다 (다만, 각주가 밑이 아닌, 뒤에 몰아서 있는데 해당 페이지 표시가 안되서 뒤적이면서 읽어야 하는 불편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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