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신카이 마코토 지음, 민경욱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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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대사, 풍요로운 영상미, 환상적인 스토리로 무장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간이 출간됬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 등 매번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상미,스토리,음악의 3중주를 보여준 그는 모든 작품을 혼자 도맡아 하기로 유명한 데, 특히 <구름의 저변, 약속의 장소>이후 작화 전문 애니메이터를 섭외해 그림체까지 완벽함을 더하고 있다. 실상, 그의 작품은 ‘눈으로 보고, 귀로 즐기는’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색채의 마술사’란 별명답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보이고, 짧고 간결한 대사 대신 그 자리에 등장인물의 감정선을 매워주는 감미로운 OST를 들려준다. 이런 그의 신작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의 원작 소설을 읽는다면? 영상과 음향으로 표현할 수 없는 소설의 특징을 잘 살린 <날씨의 아이>는 어떤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을까?



“봐, 이제부터 맑아질 거야.”

“뭐?”

나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봤다. 회색 비구름과 하염없이 내리는 비.

소녀를 보니 양손을 포개고 기도하듯 눈을 감고 있었다.

“저기, 지금 뭐 하는 거...” 말을 걸려다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소녀가 살며시 빛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

옅은 빛이 소녀를 비추고 있었다.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소녀의 갈래머리를 훅 들어올렸다.

점차 빛이 강해졌다. 소녀의 피부와 머리카락이 빛을 받아 금색으로 빛났다.

설마.

- <너의 이름은>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날씨의 아이>의 원작소설

도쿄의 하늘 위에서 우리는 세계의 형태를 바꿔버렸다!

고등학교 1학년 여름, 가출소년 호다카는 도쿄로 향한다. 어린소년에게 대도시에서의 삶은 화려하고 멋들어지지 않았다. 딱히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해둔 일자리가 있은게 아니라 금새 돈은 바닥났고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한 남성을 구해준 것을 계기로 그의 사무실에서 일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다소 기이한 소문과도 같은 이야기를 듣게되나. 이 도시에는 날씨를 다스리는 ‘맑음 소녀’가 있다는 것. 그녀가 기도를 하면 비가 오는 날도 맑게 개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곧 매일 하늘에 구멍이 난 듯 쏟아지는 장맛비가 익숙해질 무렵, 그 흐려진 날씨, 어두운 하늘에 환한 빛을 가져오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소녀를 만나게 된다. 짙은 파랑 셔츠와 검은 스커트의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 겉보기에는 평범한 소녀가 이상한 말을 한다. ‘봐 이제부터 맑아질 거야’ 그리고 거짓말처럼 푸른색을 되찾고 맑아지는 하늘, 그녀는 날씨를 맑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바로 그 ‘맑음 소녀’였는데...



-영화에서 즐길 수 없는 묘사의 즐거움!

소설로 읽는 신카이 마코토의 이야기는 상상의 즐거움을 준다!

앞서 말했듯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점은 눈과 귀를 즐겁게 만든다는 점이다. 때문에 원작소설이라해도 그의 역량을 온전히 담아낼지 의문이 들었다. 읽어보면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는 소설만의 매력이 묻어난다. 애니메이션은 인물들의 속도감있는 짧은 대사, 표정, 배경색깔, 목소리의 감정과 리듬, 효과음과 BGM의 향연이다. 방대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합중주인 것이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장치가 없다. 문자 그대로 전달되는 스토리를 읽고 독자 나름의 상상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소 귀찮거나, 지루하거나, 단조롭지는 않을까? 이번 원작소설을 읽은 결과 그 걱정을 내려놓아도 될 듯 싶다.

일단, 감독 특유의 환상적이고 동화적인 상상력을 담은 신선한 ‘맑음 소녀’라는 소재, 등장인물들이 선사하는 풋풋하고 따뜻한 관계, 여주인공에게 주어진 슬프지만 인상깊은 결말 등 스토리 자체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글로 읽기 때문에 짧은 대사 뒤에 감춰진 인물들의 심리와 미세한 관계의 차이를 느낄수 있으며, 또한 영상과 음향이 아닌 문자로 읽고 상상하는 묘사의 힘이 머릿속 가득 풍부하고 아름답게 차오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읽어보자! 애니메이션 영화가 줄 수 있는 감흥, 그 것과는 또다른 즐거움이 있으니, 영상을 봤든 안 봤든 상관없이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인물과 복잡한 관계, 극적인 전개없이도 인상깊은 스토리란 이런 것이다!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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