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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조 사회 1 - 존재의 방식
도선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10월
평점 :
SF 액션 영화중에 명장면으로 인상 깊은 영화가 있다. 감독 워쇼스키 남매와 주연 키아누 리브스의 영화 <매트릭스>이다. 특유의 BGM과 함께 총탄을 피해 슬로우모션으로 누워버리는 액션신, 당시 이 신은 많은 사람들이 따라할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이 영화는 서기 2199년 인공지능 AI에 의해 지배되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상현실인 ‘매트릭스’를 배경으로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기계가 꾸며낸 가짜이고, 현실은 디스토피아인 것이다. 여기,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하는 소설이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가짜고 설계된 세상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하게 만드는 소설 <모조사회>. 이제껏 살아온 자신의 삶의 허구라면 과연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정의에 관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추리소설 <저스티스맨>으로 제13회 세계문학상 수상자인 도선우 의 SF장르로의 변화, <모조사회>를 소개한다.
“당신은 지금까지 당신의 세계를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은수 씨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가 진짜라고 믿느냐는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계요?”
“네. 은수 씨가 수학 교사로 살던 그 세계요.”
“그게 무슨,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은수 씨.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는 은수 씨가 살던 세계를 모듈이라고 불러요.
모듈화된 세계. 진짜가 아니에요. 필요에 의해 설계된 세상이에요...“
- 대재난 이후 300년, 인류가 도달한 두 개의 미래
그들의 진짜 삶에 관한 믿기지 않는 진실이 시작된다!
고등학교 수학교사인 은수는 매일 악몽같은 독특한 꿈이 시달린다. 자각몽으로 이것이 분명 꿈인줄 알면서도 통제할 수가 없다. 관찰자나 기록자같이 그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기 똑같은 자각몽을 경험하는 두 남자가 있다. 외인부대 용병 출신으로 택배일을 하는 류건. 부와 인맥을 가진 정신과의사인 정탄이다. 예전 해외에서 폭탄 테러가 생겼을 당시에 류건이 정탄의 생명을 구한 것이 인연이 된 두 사람. 이 둘도 묘한 자각몽을 꾼다. 그리고 어느날, 이 세 사람은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치게 된다. 이들은 꿈속에서 서로 본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고 그 순간 대지진이 일어난다. 그 지진으로 인해 세 사람은 미지의 세계로 빨려 들어 간다. 마치 차원이동을 한 듯이.
그들이 가게 된 곳은 300년 후의 세상.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이 존재하지만, 신분이 나눠진 계급사회이다. 그 곳은 자연과 기계가 공존하고, 오색찬란한 빛과 비행물체가 날라다니는 빌딩 숲이 존재한다. 한편으론 바이러스와 살인기계로 기괴함과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이 이상한 세계에 떨어진 세 사람. 그리고 그 중 은수는 과학자 랭에게 뜻밖의 진실을 전해 듣는다. 여지껏 살아온 삶이 전부 가짜라는 것. 그들은 노예계급에 불과했고, 그간의 삶은 머릿속 신경회로 컨트롤러가 심은 가짜 기억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은수의 진짜 삶을 찾기 위한 여정은?
- 저자의 해박한 과학지식과 화려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디스토피아 세계
모든 SF소재를 섞어 놓은 듯한 꽉찬 이야기, 다만, 너무 지나친 설정?
글쎄, 우선 도진우작가의 <저스티스 맨>을 봐온 독자로써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지 어렵다. 장점은 <저스티스 맨>의 꼼꼼한 설정과 꽉찬 구성, 멋진 반전이 보여진다. 영화 <매트릭스>를 연상하게 만드는 소재거리인 ‘꾸며진 진짜같은 가짜 삶’을 시작으로 300년 후의 디스토피아 세계를 암울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낸다. 환경오염으로 변이된 자연과 편리를 위해 고도로 발달된 과학기술, 바이러스와 로봇전쟁, 권력층인 감시자들에 의한 계급사회, 권력층에 대항하는 진실을 찾고자 하는 반란 공동체의 선동. 분명 많은 SF영화에서 보여진 키워드들이 등장하는데, 그 곳에 작가만의 디테일한 설정을 가득 불어 넣는다. 양자 나노기술, 두뇌 업로딩, 신경회로 컨트롤러, 초확장 현실, 오염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으로의 이주인 테라포밍 계획 등. 읽는 내내 ‘무한한 상상력’이 꽉찼다는 인상을 받는다. 저자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상상해 내기 위해 관련 서적은 100권이나 읽었다고 하니 그의 치밀함, 그 설계된 모든 상상력은 읽는 내내 감탄을 하게 만든다.
다만, 단점이라는 소재거리가 많아서인지, 저자가 상상한 미래세계를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다소 많은 정보를 전달함으로 전작인 <저스티스>같은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불필요한 묘사나 설명이 많다고나 할까?) 또한 모든 SF장르처럼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대결구도가 그려지고, 식민 구역을 해방할 수 있는 유일한 능력자가 주인공인 은수라는 점, 그리고 은수의 진짜 삶에는 모든 영웅들이 그랬듯 권력자에 의한 고통스러운 가족사가 있다는 점, 결국 복수를 꿈꾸게 된다는 점 등 독자에게는 다소 익숙한 전개가 보여진다.
재밌기는 한데, 과연 전작만큼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인가?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SF팬이라면 추천하고, 그렇지 않다면 저자의 전작 <저스티스 맨>을 추천한다. 기술과 진보, 권력과 인간본성, 인공지능과 자유의지, 환경오염과 자연주의 등 시의적절한 문제점을 주제로 하며, 모든 SF소재를 가득 끌어모아 저자만의 디테일한 설정으로 화려함과 웅장함을 겸비한 소설 <모조사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