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이규연의 로스트 타임 - 지연된 정의, 사라진 시간을 되찾기 위한 36개의 스포트라이트
이규연 지음 / 김영사 / 2019년 10월

우리는 본인이 ‘부정적이다’ ‘염세적이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과연 단순히 생각 때문일까? 만약 ‘정의대로’ ‘법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우리들은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희망을 가진 채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 위해 공헌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경찰, 형사, 변호사, 검사, 판사 등 하지만 이들이 공헌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을 취득할 경우, 이 부당함을 고발할 이들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이런 이의 ‘탐사보도’에 관한 책이다. 탐사보도란 기자들이 범죄, 정치 부패, 기업 비리 등 부정의와 불공정에 대해 캐내는 저널리즘을 말한다. 저자 이규연은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라는 TV프로로 이미 많은 것을 증명해 왔다. 이 책은 그 프로그램에서 다룬 내용과 더불어, 묻혀있는 진실을 발굴하고 마지막 한 조각까지 짜 맞추어 의혹을 진실로 고발하는 이야기이다. 세간의 36가지의 논란의 사건, 그 속에 우리가 알아야할 진실은 무엇일까?

‘낯선 부정을 대면할 때 공포나 분노를 느낀다.

낯선 부정이 스스로를 이길 때 공포를,

낯선 부정을 이길 때 분노를 느낀다.

탐사의 가치는 공포를 분노로 바꾸어

정의를 불러내는 것이다.‘

- 세간의 논란이 되었던 충격적인 36가지 사건!

공포를 분노로 바꾸는 우리가 알아야할 그 사건의 진실은?

‘골든 타임’이 환자의 생명을 살릴 시간이라면,

‘로스트 타임’은 피해자의 삶을 되살려줄 시간이다!

이 책의 제목인 ‘로스트 타임’은 스포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 외에 어떤 이유 때문에 지체된 시간이다. 이런 시간은 사법, 정치, 경제에도 출몰하는데, 무지와 무관심, 기만과 폭력으로 사라진 피해자들의 시간이다. 즉 ‘로스트 타임’은 피해자의 지체된 시간이자 잊혀진 시간이다.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그 사건의 피해자들은 명확한 진실, 정당한 배상, (피의자에 대한) 확고한 처벌을 희망하고, 그것들은 그들이 직면한 공포,분노,슬픔에 대한 기본적인 당연한 보상임에도 불구하고, 잊어지고 잃어버린다. 이 책은 30년간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 36가지의 사건, 그 사건의 이면을 담아낸다. 그 이면 속 ‘로스트 타임’과 함께.

이 책은 36가지 사건을 다룬다. 아마 국민의 대다수가 알만한 대대적인 사건들이다. 비극 현대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두순 사건,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사건, 미투 운동, 버닝썬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 세월호 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이영학 사건, 황우석 파동, 5.18 보도 등. 읽다보면 그 당시의 화제성과 논란성에 시끄러웠던 사회분위기가 떠오른다. 범죄, 사회, 경제, 정치, 재난 등 다양한 형태의 사건에 접근하는데, 신문이나 방송에서 취재 및 보도한 내용과 더불어 저자 이규연의 개인적인 생각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무엇보다 가슴 아픈 피해자들의 정지된 삶, 그 잃어버린 시간들의 기록과 속마음이 실려있다.

읽는내내 어떤 소설보다 마음을 뒤흔드는 사회정치책이라면, 그것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 현실이라면 믿겠는가? 읽는 동안 뉴스나 보도프로그램, 다큐 등에서 다룬 그때 그 사건이 떠오르면서 참담함에 입안이 텁텁하고, 목구멍이 아려왔다. 왜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인지, 그 엉망진창으로 파괴된 피해자들의 삶에 슬펐다가, 권력과 지위가 있는 자들의 횡포와 유착에 분노했다가, 사람임을 잃어버린 짐승같은 범죄자들의 폭력에 공포심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썩 기분좋지 않은 책을 읽어보라 감히 권한다. 저자는 말한다. 참혹하고 추악하더라도 그 것을 마주하는 것이 탐사 저널리스트라고,  그렇다면 우리들의 몫은 무엇일까? 그들이 탐사한 이야기들을 읽고 여론의 건재함을 보여, 피해자들의 '로스트 타임'을 줄이는 것, 그들의 잃어버린 삶을 되찾아줄 일말의 희망이 되야하진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