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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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안 변해.

자기 엄마아빠보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정말 최선을 다 한 게 지금 모습이거든.

그러니까 가윤아, 너도 너네 엄마아빠보다 좋은 사람이 될 거야.

<겨울 왕국>에서 엘사가 집 나가서 자기 마음대로 하면서 진짜 왕이 되잖아.

커서 어떤 어른이 될지 계속 생각해야 돼.

그래야 독립하면 네가 진짜로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

 


- 마음은 본격 하드보일드 느와르 첩보 액션 탐정이지만

현실은 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안되는 생계형 탐정, 반백수 여탐정의 생활밀착형 추리극?

 

 

대대로 탐정 집안 후계자인 전일도. 딱히 좋은 학력이나 경력없이 부모님 댁에 얹혀사는 미운오리새끼 반백수이다. 그녀가 탐정이 된 것은 자의반 타의반이다. 경찰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데다, 특이한 집안내력 탓이다. 그녀의 부모님은 두 분 다 탐정이다. 엄마는 그녀의 나이 때 남자친구가 바람 피는 현장을 잡아 탐정의 재능을 발견했고, 아빠의 집안은 오래전에 성씨를 바꾸고, 숨어살고 숨은 누군가를 찾다보니, 추노꾼으로 활약할 만큼 오래 전부터 탐정일을 해왔다고 한다. 게다가 할아버지는 불륜탐정이셨다. 마음만은 추리소설 속 강력범죄의 범인을 잡는 하드보일드 액션 탐정을 꿈꾸지만, 결국 집안 분위기에 따라 생계형 탐정이 되고, 그나마 불륜탐정은 하기 싫어 선택한 길은 ‘실종탐정’이다. 이런 그녀에게 한 남자의 절실한 의뢰가 들어온다.

 

 

부모님께 전세금을 보조 받기 위해 ‘스파게티 교’ 신도의 여성과 결혼한 의뢰인. 이 남자는 공무원이지만 착착버는 돈만큼, 명절때면 착착 강탈당하는 친인척 아이들의 새뱃돈과 결혼안하냐는 어른들의 아우성에 지쳐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 전세 재계약 시즌이 되었는데, 전세금이 미친 듯이 오르니, 한 가지 기발한 사기행각이 떠오른다. 부모님께 신혼집 전셋집 자금을 도움받기 위해 ‘계약 결혼’을 하기로 한 것 이다. 이런 미친 제안이자 사기극에 동참해줄 여자를 소개팅 앱에서 찾고, 결국 충동적으로 계약결혼까지 감행한 남자. 그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쉐프라는 스파게티를 잘 만드는 '살짝 이상한' 그녀와 소소한 신혼생활에 빠져든다. 결국 그녀와 진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고,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다. 그리고 대망의 프로포즈날, 계약 아내가 사라진다. 아내가 말한 직장도, 부모님도 전부 가짜인 상황. 남자는 실종탐정 전일도에게 ‘사라진 (가짜)아내를 찾아주세요’ 의뢰를 하는데...



- 우리네 이야기, '지금'을 소재로한 탐정, 미스터리 소설은? 

사회파를 코지 미스터리로 둔갑시키다! 팩폭유머에 현실감쪄는 트랜드 미스터리!

 

 

이 책의 가장 매력포인트는 쉽고 재밌게 읽히는 코지 미스터리이면서도, 현실에 충실한 소재를 녹여냈다는 점이다. 현실 문제를 다루다 보면, 묵직한 사회파 미스터리가 될 수도 있는데, 그것들을 어떤 독자라도 쉽게 접근해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썩 매력적이다. 읽다보면 ‘와, 대박, 그치그치!’ 하는 뼈때리는 팩폭 유머 대사로 실종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블랙코미디화 되어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데, 때론 그 대사들이 콕콕 박혀 따끔하기도, 살살 어루만지며 따뜻하기도 하다. 

 

경시대회에 나가기 싫은 초등학생, 왕따로 자살한 친구를 둔 중학생, 데뷔에 실패하고 공시생으로 전환한 아이돌 연습생, 지원한 회사마다 낙방해 괴로운 취준생, 매일 퇴사를 생각하는 회사원, 집값과 육아문제로 골머리 썩는 엄마와 아빠, 황혼이혼 후 새 삶을 찾아 나선 할머니 등  현 사회에 트렌디한 현상과 분위기, 사회적 문제점와 현재 대중의 가치관을 소재로 쓰이는 '생활밀착형' 추리스토리이다. 이 시대의 각 종 문제들, 결혼, 비혼, 이혼, 집값, 취업, 퇴사, 진학, 사교육, 왕따, 미투, 육아까지 다양한 세대의 다채로운 문제와 고민들을 아우르고 있어, 일반 추리소설을 읽고 난 것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오며 공감과 이입도 역시 깊이있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어보자, 전세값이 무섭고, 결혼보단 비혼을 택하며, 취업전선에 치이고, 독박육아에 피마르고, 과한사교육에 붕 떠다니다 헤메이는 우리네 사람들. 바로, 내 이야기 그리고 당신이야기가 될 수 있는 '지금'을 현실적이고 코믹하게 풀어내니까. 어쩌면 고민상담해주는 실종탐정 전일도가 우리들의 실종된 해답을 찾아줄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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