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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곧 쉬게 될거야
비프케 로렌츠 지음, 서유리 옮김 / 고요한숨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간혹 작가들은 ‘필명’과 ‘본명’을 나눠 가지거나, 여러개의 필명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여러 가지 필명을 가지며, 그 필명의 알맞은 특정 장르소설을 쓰기 위함이다. 마치 전혀 다른 작가가 쓴 것처럼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의 저자 비프케 로렌츠 역시 그렇다. 달콤한 로맨스부터 어두운 미스터리까지 쓰는 저자는 안네 헤르츠란 필명으로(두 명의 자매 소설가의 공동 필명) <포춘 쿠키>를, 샤를로테 루카스란 필명으로 <당신의 완벽한 1년>을, 비프케 로렌츠란 본명으로 <당신의 과거를 지워드립니다>와 <타인은 지옥이다>를 출간했다. 비프케 로렌츠가 자신이 써 온 장르 중 ‘미스터리’ 장르에 본명을 내걸었는데, 아마 그녀 스스로가 가장 자신 있고, 독자들에게 인정받은 분야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많은 필명 중 본명을 내건, 그녀의 가장 매혹적인 장르물인 독일 스릴러 <너는 곧 쉬게 될 거야>는 과연 본명을 내걸 가치 있는 스릴을 선사할 것인가?
'네가 우리에게 한 짓에 대해 넌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넌 우리의 삶을 파괴했으니까.
그 죄에 대한 용서는 절대 없어, 네가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고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없어.
넌 결정을 내렸어. 그리고 네가 결정을 내린 순간 너의 운명도 정해진 거야.
넌 왜냐고 묻겠지.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냐고. 네가 그 이유를 똑똑히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그러면 너에게 주어진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겠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밖에 없어.
마침내 그날이 왔어.'
- ‘자정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어, 그러지 않으면 네 딸이 죽어.’
레나는 중독자모임에서 알게된 다니엘과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결혼 후 출산을 앞둔 상태이다. 곧 태어날 아기와 행복한 미래. 하지만 레나에게는 '미망인'이라는 불행한 현실이 주어진다. 둘은 집문제로 차안에서 다투게 되었고, 결국 레나는 차에서 내리고, 다니엘 홀로 차를 타고 떠난다. 그 날, 도로의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하고, 레나는 죄책감과 외로움, 두려움을 가진채 딸 엠마를 출산한다. 자신의 마음을 돌볼 겨를도 없이 육아에 매이게 된 레나. 시어머니인 에스더가 도움을 주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레나는 엠마에게 소홀해진다. 그리고 어느날, 잠깐 눈을 붙인 사이 누군가 집에 침입해 엠마를 납치한다. 다음과 같은 경고만을 남기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말하면 네 딸은 죽어.' 레나는 납치범이 딸을 해칠까봐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고 혼자 엠마를 찾아 나선다. 그러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만난, 전처와 그녀의 딸 조시가 생각난다. 당시, 부모의 이혼 책임을 레나에게 돌리며, 임신한 레나를 떠밀어 유산까지 갈뻔 하게 한 10대 소녀 조시. 결국 레나는 조시를 찾아가고, 조시의 방에서 자신에 대한 저주가 쓰인 일기장을 보게된다. 한편, 레나가 딸의 행방을 찾아다닐수록 알 수 없는 협박글과 함께 주변사람이 죽는 불행한 사고들이 연이어 터지고, 범인은 딸 엠마의 목숨을 담보로 레나에게 '자살'까지 요구하게 되는데... 과연, 레나는 딸을 무사히 찾을 수 있을까?
- (추리)스릴러 장르소설의 가장 큰 묘미인 반전!
서스펜스 장르소설의 가장 큰 묘미인 타임리밋!을 모두 가진 소설?
굳이 추리, 스릴러, 서스펜스 여러 장르로 구분하진 않는다. 요즘 작가들이 여러 요소를 섞어 쓰기 때문에 그 경계가 모호해 진 것이 사실이고, 보통 영미나 북유럽 독일를 스릴러로 나누고, 아시아권을 추리로 나누기 때문이다. (솔직히 문학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본인 역시 잘 구별하지 못한다). 하지만 왜 타이틀을 저렇게 적었냐 하면, 이 소설은 범인을 알아내기까지의 추리과정에서 뜻밖의 결말을 주는 요소인 ‘반전’, 줄거리를 전개를 함에 있어 긴장감을 잘 유지시키기까지의 서스펜스과정에서 시간제한을 주는 요소인 ‘타임리밋’을 사용하는데, 그런 요소들이 썩 잘 쓰였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레나의 납치된 딸(엠마)찾기이다. 즉 납치극의 범인을 찾기인데, 납치극은 납치된 인물이 어리거나 약자이거나, 혹은 시간제한을 둘 경우 더욱 긴박함을 유발한다. 이 소설에서의 납치대상은 아기이며 범인은 시간이 갈 수록 수수께끼같은 메시지와 협박용 사진을 보낸다. '시간이 갈 수록 아기의 목숨은 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이 두드러지는 것이다. 아기라 스스로 탈출하거나 신고할 수 없으며, 납치범의 자취에 접근할 때마다 협박과 주변인물의 사망사건이 이어지기 때문에 줄곳 짱짱한 텐션을 유발한다.
반전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반전에는 인물과 동기 두가지 모두 충족된다. 읽다보면 아이를 납치할 만한 다양한 인물들이 각자의 범죄동기와 과서사(레나와의 관계)를 가진다. 죽은 다니엘(남편)의 레베카(전처)는 재산에 욕심이 있으며, 그녀의 딸인 조쉬는 아빠(다니엘)과 엄마(레베카)의 이혼책임을 레나에게 돌리고, 레베카의 현남편인 마르틴은 아내를 위해 무언가를 감춰주고, (레나가 조산사시절)슈스터 부부는 자신의 아이가 사망한 사건의 책임은 레나에게 있다고 생각하고, 다니엘과 차량사고가 나 죽은 상대측 가족(니콜라스)이 뜻밖에 레나와의 만남을 원하고, 다니엘의 장례식에 나타난 묘령의 여인까지. 주인공 (레나)에게는 적도 많고 , 조력자도 많아 주변관계가 복잡하다. 따라서 범인이 될 수 있는 인물이 가득이기 때문에, 독자의 오류 또한 반복되며, 여러번의 반전을 주기도 한다. 또한 동기는 '대체 왜 아이를 납치했느냐?' 인데, 의외의 것들이 서로 연류되며 숨겨진 편지에 불편한 진실과 함께 반전을 선사하고, 에피에 숨겨진 반전까지 있으니, 이쯤되면 저자가 반전 강박증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이다. 왜 출판사에서 표지문구에 ‘스포일러 금지’란 문구를 썼는지 이해가 된다.
이 책을 읽어보자! 보통 이런 소설은 모성애를 자극하며, 여성의 심리묘사에 힘을 주어 다소 '느릿한 긴장감'을 주는데, 이 소설은 심리묘사는 물론이거니와, 이야기 자체에 긴장감을 주는 여러 요소가 있기 때문에 '빠른 긴장감'을 준다. 많은 잠재된 범죄자, 주인공과의 관계, 주인공의 과거사, 시간제한, 납치대상이 아기인점, 잠재된 범인들의 연이은 죽음, 다양한 조력자 등이 있어, 치밀한 설정으로 지루할 틈없는 긴장감을 준다.(문체또한 군더더기없다) 또한 에필로그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한방'까지 있으니 쫀쫀한 긴장감과 아찔한 스릴을 맛보고 싶다면 제격이지 싶다. 작가가 실명을 내걸만한 스릴러 소설, <너도 곧 쉬게 될거야>였다. 아! '실명' 쓸만 하네!
+@ 추적하는 사람은 형사가 아닌 엄마, 납치한 사람음 연쇄살인범이 아닌 주변의 타인이라는 점에서
'여성중심의 도메스틱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
(B.A 패리스, 리안 모리아티, 다시 벨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면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