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위크
강지영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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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솔러지(Anthology)는 시나 소설같은 문학 작품을 하나의 작품집으로 모아놓은 것이다. 물론 장르문학에서도 앤솔러지는 존재한다. 2016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빛 혹은 그림자>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소재로 쓰여진 소설집이다. 범죄문학에서 저명한 작가인 로런스 블록, 마이클 코널리, 스티븐 킹, 리 차일드, 제프리 디버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중적인 장르작가들이 그림을 통해 여러 이야기를 단편으로 만들고, 이를 한대 묶은 것이다. 본인은 풍문만 들었을뿐 아직 접하진 못했지만, 속편으로 <주황은 고통, 파랑은 광기>라는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면 상당한 인기를 끌었나보다. 여기, 또 한편의 장르문학 앤솔로지가 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캐비넷에서 출간하는 신작 <어위크>이다. 국내장르문학 작가 8인이 모여 만들어낸 앤솔러지, 24시간 오픈된 기묘한 편의점 ‘어위크’를 통해 벌어지는 7일 야화. 궁금하지 않은가?



 

 

“어땠나요? 어떤 이야기가 제일 재미있었나요?”

“재미있고 말고를 떠나서 지금 한 애기가 다 진짜라고?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물론이죠, 세상에 불가능한 이야기란 없어요.”

... 이야기는 제각각이었다. 무서운 이야기도 있고, 웃긴 이야기도 있고,

살짝 어려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래도 다 재미있었다.

 

 

 

 

- 어제까지 없던, 한 순간 나타난 기묘한 편의점 <어위크>

그 곳 점원이 들려주는 편의점보다 기이한 이야기들은?

 

 

중식, 현우, 태영은 29살이나 되었지만 벌어놓은 돈도, 마땅한 직업도, 애인도 없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똑같은 삶을 사는 그들. 그리고 그 똑같은 일상에 불현듯 불행인지 행운인지 모를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다. 사흘 전,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던 중식의 스쿠터에 한 취객이 튀어나왔고, 그가 무언가를 떨어트린 것이다. 그것은 바로 권총. 셋 중 가장 똑똑한 현우에게 이를 알리자 현우는 인생역전을 꿈꾸며 범죄계획을 세운다. 셋은 권총을 이용해 은행현금수송차량을 털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 현우의 계획은 완벽해 보였으나 계획과는 다른 상황들이 연출되고 매우당황하기 시작한다. 하필 끈을 세 개 준비했는데 그날 차에 탄 직원은 네명이고, 방탄복도 준비 안했는데 한 직원은 총을 잘 쏘고, 오토만 몰 줄 아는데 차량이 스틱이다. 게다가 현금다발은 생각보다 무겁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태영이 총에 맞고 만다.

 

 

결국 이들은 범죄 실패 후 도망자 신세가 되고, 도피처를 차던 중 불빛 하나를 발견한다. 24시간 영업중인 편의점 ‘어위크’. 이들은 편의점으로 피신한다. 헌데 20년 넘게 살았던 이 동네에 분명 어제는 없었던 편의점. 또한 경찰과 대치중에 편의점 알바생을 인질로 삼으나, 매우 수상한 알바생. 알바생은 당황함이나 공포심 없이, 이 세사람에게 7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하루아침에 생긴 편의점, 그곳의 수상한 점원, 그리고 그 점원이 겪고 들려주는 기묘한 7가지 이야기는 무엇일까?

 

 

 

- 팩션, 블랙로코, SF, 스릴러, 판타지, 호러, 미스터리 등

전성분이 고루 갖춰진, 맛난 한국장르소설을 판매하는 편의점 ‘어위크’

 

 

<어위크>은 한국장르소설 매니아들에게 이미 인정받은 작가들의 단편이 수록된 앤솔러지이다. 호러 미스터리와 따뜻한 휴머니즘을 보여준 기담작가인 진건우, 좀비능력자에서 추리역사가로 변화중인 정명섭, 한국콘텐츠진흥원 스토리작가 출신인 로맨스작가인 김성희, SF와 미스터리 범죄 등 각종 장르를 넘나드는 노희준, 사실은 코미디 작가지만 추리소설을 쓰고있는 신원섭, 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독자를 자극시키는 강지영, 다큐방송작가 출신이지만 소설과 어린이괴담집을 출간한 소현수, 최근 카카페공모전에서 수상해 핫하게 떠오르는 정해연까지. 각자 장기인 장르를 살린 단편이기에 입맛대로 골라읽는 재미가 있다.

 

 

이야기를 묶는 사람은 진건우이고, 나머지 작가들은 각자의 개성이 충만한 7가지 이야기를 써내는데, 알바생이 직접 겪은 7가지 이야기를 7일에 걸쳐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화재의 비밀-정명섭]은 평리원 검사인 이준이 조선의 궁궐 대화재의 비밀을 밝혀내는 역사추리소설(팩션)이다. [엽집에 킬러가 산다-김성희]는 킬러인 ‘나’가 산업스파이 살인의뢰를 받고, 그의 옆집으로 이사가지만, 방음이 안되는 아파트 탓에 시끄러운 이웃들을 모두 처리하는 코믹과 반전인 함께한 로코블랙소설이다. [당신의 여덟 번째 삶-노희준]은 자신과 똑같은 AI 복제인간인줄 알았던 침입자를 만나게 된다. 그는 자신이 차원이동을 했다고 주장하며, 타임머신을 통해 이미 죽은 아내를 살릴 수 있다는 허황된 말을 전하는 과학이론이 풍부한 SF소설 이다. [박과장 죽이기-신원섭]은 열병합 발전소 박과장인 남편의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계획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운전기 시운행 중 사고사로 위장하기를 목표로 한 추리소설이다. [러닝패밀리-강지영]은 모바일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플레이 중 죽으면 현실에서도 죽는다는 괴담으로 시작되는 판타지소설이다. [아비-손현수]는 남편이 음주운전으로 어린아이를 죽인 뒤부터 나타나는 악귀와 악몽 때문에 고통받는 여자가 저주를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오컬트호러소설이다. [씨우새클럽-정해연]은 편의점 계열사 그룹의 회장이 갑질과 성추행 사건을 일으키면서 고객들이 불매운동을 하고, 이에 대응하는 편의점주들이 회장의 거짓미담을 만들며 벌어지는 개성파 캐릭터들의 사회파추리소설이다.


 

만약 장르문학 매니아라면, 이 작가의 이름은 들어봤으나 선뜻 구매하지 않은 상태라면, <어위크>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일 것이다. 8인의 작가들이 장기에 맞춰 특색있는 단편을 써놓으니, 샘플링 하기 딱 좋은 앤솔러지랄까? 물론, 단편이니 만큼 장편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처럼 각 장르문학을 입맛대로 골라 볼 수 있고, 기묘하고도 기분 좋은 결말이 기다리니 한 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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