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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
강희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9년 8월
평점 :
시사프로 <궁금한 이야기 y>에서 충격적인 보도를 했다. 전남 영암군에서 베트남 출신 아내가 ‘한국어가 어눌하다’라는 이유로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을 당해, 다발성 골절로 전치4주를 진단 받은 사건이었다. 당시 2살된 아들도 폭행을 당했고, 이미 수차례 폭력에 노출된 아내는 자신이 폭력을 당하는 상황을 핸드폰으로 녹화했다. 이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ᅟᅪᆨ산되면서 많이 이들의 공분을 사, 처벌에 관한 청화대 청원까지 이어진 상황이었다. 한국남성과 외국이민자 여성의 이혼확률은 40%, 그 중 폭력의 피해자로 놓인 여성이 상당수지만 실상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실태라 한다. 이에 정부는 가정 폭력 전과자가 국제 결혼을 할 수 없는 법률과 이민자가 가정폭력의 위험에 처하지 않은 환경조성 및 가정폭력 발생시 대응방법이나 체류 및 귀화제도에 대해서도 다방면으로 방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에 소개할 책 <카니발>은 폐쇄적인 농촌사회에 시집온 한 필리핀이주여성의 수난사를 다룬다.
‘근데, 진짜로 재미있는 게 뭔지 알아요?
제 동생도 저랑 꼭 같은 잡종인데,
따를 당하지 않았어요. 애들은 튀기를 싫어하는 게 아니에요.
겉모습이 자기와 달라 왕따를 시킵니다‘
- 딸의 입을 통해 폭로되는 이주민여성의 고난사
이주여성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실존소설
화자 예슬이의 집안은 농촌에서 주목받은 집안이다. 그 이유는 필리핀 출신의 엄마 때문이다. 엄마는 스페인어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한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여성이지만, 한국 경상도 산골마을의 이장이자 도축업자인 아빠에게 시집온다. 가난한 집안 살림과 미국인 애인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당시 엄마는 한국인 선교사가 필리핀에게 보여준 호의적인 태도로 한국남성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결혼당시에 아빠가 엄마의 친정으로 매달 얼마씩 송금하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부부생활은 엄마의 출신성분으로 인한 ‘소문’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다.
소문이 떠돌기 전 아빠와 엄마는 열정적인 사랑을 나눴다. 엄마는 외국에서 산 탓인지 애정표현에 거침이 없었고,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는 그 사랑이 매우 천하게 여겨졌다. 엄마는 개방적이며 남의 이목을 두려워 않고, 열정적이고 솔직했다. 이런 문화차이 때문인지 할머니와는 애초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고, 마을사람들은 삼촌과 엄마에 대해 이상한 풍문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소문은 집안내 유일하게 영어를 하는 삼촌이 엄마와 말을 섞기 시작하면서, 둘이 말뿐이 아닌 몸을 섞는 ‘간통’ 관계라는 것이었다. 이 소문이 떠돌기 시작하자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가하기 시작했고, 어느날 엄마는 실종되버리는데...
이 소설은 한국사회에 살고있는 많은 이주민들의 아픔을 대변한다. 한국에 정착하고자 했던 이주민인 엄마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통해 편견과 풍문이 만들어내는 잔혹함과 그에 따른 한 가정의 불화, 붕괴를 서늘하고 날카롭게 표현한다. 잘못된 전통과 집단주의가 만들어낸 폐쇄적인 사고방식, 남성적 펀력에 의해 파괴되는 한 이주민여성의 모습은 비단 소설안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 사회가 가진 이주자에 대한 비윤리성과 비보호적인 사회적 법적 시스템, 우리가 한 번쯤 고심해야하는 이 문제점을 이 미스터리적 기법이 두드러진 실존소설을 통해 생각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