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속으로 - 홀로 그 땅을 걸어
존 크라카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리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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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크라카우어의 <희박한 공기 속으로>는 많은 재난영화에 영감을 주고 산악인의 필독서로 여겨져 왔다. 이 에세이는 1996년 에베레스트에 도전한 네팀의 등반대에서 12명의 산악인들이 한꺼번에 조난당하여 목숨을 잃은 사고를 등반대의 일원으로 현장에 있었던 저자가 생생하게 그려낸 명작이다. 에베레스트 등반은 20년대에 시작되어 산악인들의 숭고한 도전정신과 자연애에 시작되었지만 90년대에 이르러서는 등산의 순수성이 아닌 자연을 정복하고자 하는 이기심과 부유층들의 최고급 레저의 대상으로 상업화되며 그 의미가 퇴색되어 갔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취재하러 갔는데, 취재를 위해 속한 팀이 해발8000미터에 재난상황을 겪는 모습에서 인간의 (자연에 도전한)어리석은 열정과 아슬아슬한 극한과 신체적 한계속의 공포, 그 비탄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이번에도 ‘자연’과 ‘인간’을 소재로 한다. 무모함에 가까운 용기로 야생에 몸을 던진 한 청년의 삶과 죽음, 과연 전작만큼의 감동이 있을까?

‘론, 삶에서 더 많은 걸 얻고 싶다면, 단조로운 안정감에 기대고 싶은 마음을 버리고

설령 처음에는 미친 것처럼 보이더라도 뭔가를 저지르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여야 해요.

일단 그런 삶에 익숙해지면 그 완전한 의미와 엄청난 아름다움을 알게 될 거예요‘

이 책은 자연주의 탐사 저널리즘의 대가인 존 크라카우어가 크리스 맥켄들리스라는 한 청년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고 기록한 책이다. 1992년 알래스카의 매킨리산 숲속에 버려진 고물 버스에서 부패한 시체가 발견되었는데, 그 시체의 주인은 놀랍게도 워싱턴의 한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청년 크리스 맥켄들리스라는 것이 밝혀진다. 많은 언론은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주목했고, 저널리스트인 존은 그의 일기장을 조사하고 주변인물을 탐문해 그가 사회적인 성공과 경제적인 안정을 가졌음에도 안주하지 않고 도전과 열정적인 삶을 갈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야성의 부름을 쓴 잭 런던을 동경하고, ’윌든‘을 쓴 헬리 데이비드 소로를 애정했으며, 금욕주의자인 톨스토이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은 이상주의자 크리스 맥켄들리스. 결국 그는 무모할 정도로 거친 야생에 자신을 집어던졌는데... 존이 추적한 크리스의 모험과 위험 그리고 자연애는 무엇일까?

아마존 탐사를 하는 사람, 에베레스트를 등반하는 사람, 사하라사막을 건너는 사람 등 세상에는 자연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것이 인간의 과욕이 불러낸 어리석음으로 판단될지, 자연을 향한 사랑과 찬사로 인한 용기라고 판단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마 그 결과나 삶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크리스 맥캔들리스 역시 그렇다. 그는 홀로 알래스카의 자연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는 삶의 목적, 생의 열의를 찾고 싶었고, 오래전부터 자연에 대한 꿈과 열망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결국 그 끝은 죽음이었고, 사람들은 그 죽음을 두고 무지에서 비롯된 사고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순수하고 진취적인 젊음으로 찬양하기도 한다.

읽는 내내 자연, 사람이 접근하지 못한 그 야생속에 홀로 길을 걷는 그의 삶이 위험하고 불안했다. 하지만 그 자연만이 줄 수 있는 광활함과 위대함, 아름다움과 낭만은 왜 그가 그토록 매료되었고 선망했는지 한편으로 이해가 가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지만, 안주하는 삶과 도전하는 삶 사이에 늘 고민하고 선택해야하는 게 인간이다. 그런 선택에 놓인 독자라면 읽어보자. 한편의 아름다운 경관이 묘사된 자연 에세이이자,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찰, 삶속에서의 안주와 도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귀한 탐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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