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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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국내와 해외를 함께 지닌 이국적인 풍경, 한가롭고 평화로운 마을 분위기, 신선하고 풍성한 해산물 한상차림 등이 떠오를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아 리커버된 88년도 발매된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이란 노래가사처럼, 떠나고 싶은 곳이자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은 곳, 제주는 우리에게 그런 이미지이다. 여기, 이런 이미지가 전부가 아님을 말하는 책이 있다. 우리에게는 휴잭맨과 전지현 주연영화 <설화와 비밀의 부채>의 원작소설가로 알려진 리사 시의 <해녀들의 섬>이다. 이 책에서 제주는 휴양지가 아니라 분쟁지역이자 생존지로 그려진다. 제주 4.3사건 당시의 슬픈 제주의 역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목숨걸고 물질하는 제주 해녀들의 삶을 바라보자.



“바다에 들어가는 모든 여자는 등에 관을 짊어지고 가는 겁니다.”

그녀가 모여 있는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이 세상에서, 바닷속 세상에서 우리는 힘든 삶의 짐을 끌고 다닙니다.

우리는 매일 삶과 죽음 사이를 건너고 있습니다.”

- 21세기 펄 벅이라는 평가를 받는 리사 시의 신작!

외국작가가 들여다본 제주 4.3사건, 그리고 여성으로 본 제주해녀의 삶은?

1938년,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지 28년 되던 해. 그 파란의 시기에 15살의 소녀 영숙은 가족 3대와 함께 살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할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제주 해풍을 맞는 초가집에 사는 영숙. 그녀는 대를 이어 해녀로써의 삶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동지이자 친구라는 말보다 ‘자매’라는 표현이 가까운 미자가 있다. 둘은 어릴 적 함께 수영을 배우고, 같은 해녀스승(영숙의 엄마)을 두었다. 둘은 해녀로써 함께 수확하고, 함께 고르고, 함께 판매하는 공동체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해녀시절, 동료 유리가 물질을 하다 사고를 당해 장애인이 되었을 때도, 함께 있던 영숙이 사고에 책임감을 느껴 죄책감에 시달릴 때, 그녀를 위로해준 것 역시 미자였다. 이런 둘은 한 사건을 계기로 ‘용서할 수 없는’ 관계에 이르게 된다.

둘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 제주 해녀의 삶이 모계사회인 만큼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 특히 준부와 결혼한 영숙은 몸이 아픈 시누이(유리)와 아이들을 생계로 생활이 버겁다. 3.1운동 이후 진압군과 반란군의 대립은 심해졌고, 군사요충지인 제주도에서는 해녀의 물질이 금지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느 날, 사고가 터진다. 북촌에 군인들이 몰려와 양민을 학살하는 제주4.3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 날 영숙은 영향력 있는 남편으로 둔 미자에게 자신의 가족을 살려 달라 애원한다. 하지만 미자는 영숙을 외면한다. 결국 영숙은 남편이 총살당하고, 어린 아들이 벽에 내동댕이쳐 죽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배신감, 분노, 슬픔으로 얼룩진 영숙과 미자의 관계. 몇 년 후 미자는 영숙을 찾아오고, 영숙은 광기어린 원망에 치를 떠는데...

- ‘당신이 알고 있는 제주가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매섭고 아프고 처절했다. 험난 파도 속 관을 짊어진 여성들의 삶과 우정 그리고 용서

<해녀들의 섬>은 1938년 십대소녀 영숙과 미자가 2008년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일제강점기를 거쳐 3.1운동, 해방, 4.3사건, 6.25전쟁, 박정희 독재정치와 군부 독재정치, 민주화 과정까지 한국근현사 중 가장 암물한 시기를 관통한다. 그리고 이 파란만장한 시기에 대한민국의 양민이자 여성이자 해녀인 두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해녀들의 섬>의 영숙과 미자는 제주의 모계 사회에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희생을 자처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시국과 정세에 맞물려 폭력의 피해자로써 벗어나기 힘든 고통의 짐을 지고 살아가게 된다. 소녀적 영숙은 여자라는 이유로 엄마를 도와 생계를 책임질 물질을 택해야 했고, 성인이 된 미자는 38선 이북에 갇혔다 탈출한 경험이 있는 남편 상문의 폭음과 폭력적인 성향에 노출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두 여성은 여자라는 연약한 성별이 무색하게, 험한 파도속에 관을 이고가는 강인한 해녀정신으로, 엄마의 마음으로 모든 상황을 점차 이겨내고 견뎌낸다. 그리고 마지막에 시대가 만든 참상의 아픔과 증오를 털어버리고, 원망과 분노를 놓고 용서에 이르게 된다.

읽어보자, 외국작가가 타국의 역사를 쓴 것이라 더욱 신경쓴 철저한 역사적 고증과 노력으로 한국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을 섬세한 여성의 시점으로 강렬하고 통찰력있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두 여성의 용기와 상심, 힘과 용기, 우정과 용서를 지켜봄으로써 시대의 잔혹성을 뛰어넘는 강인하고 아름다운 옛 제주해녀들을 만나볼 수 있어, 제주의 새로운 면은 물론 감동적인 대서사시도 감상할 수 있다.

+@ 이야기는 2008년 현대와 과거1938년부터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전쟁의 참상 때문에 양민 학살이 자행된 그 시절, 두 피해자가 용서와 화해를 ‘반전요소’(속사정)으로 풀어내어

한 층 더 진한 감동과 용서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계기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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