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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 1 - 아모르 마네트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19년 8월
평점 :
우리나라의 사회나 역사를 배경으로 그려내지만, 일반적인 통념을 뛰어넘는 기발한 창의력과 놀라운 반전으로 다양한 문제를 드러내는 드라마적인 소설가로 평가를 받아온 작가가 있다. 그는 박진감 넘치는 대중소설작가 김진명이다. 그는 다양한 한국 사회나 역사를 배경으로 글을 써왔는데, 그의 대표작으로는 박정희 정권 말기의 핵무기 개발에 관련했다는 가설을 설정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한국 문화재에 대한 일본의 약탈과정을 광개토대왕비에 얽힌 비밀을 중심으로 서사화한 <몽유도원>, 90년대 IMF 금융대란이란 한국사회의 위기 속 한 개인의 정신붕괴과 극복을 긴박하게 그려낸 <하늘이여 땅이여>, 10.26사태를 한미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보여준 <1026>등이 있다. 이번에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쇄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에 추리를 더했다.
“유럽에는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동방의 어느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온 일단의 수도사들이 교황에게 자신들이 본 금속활자의 그림을 선물했고,
그 직후 유럽에 금속활자가 확 퍼졌다는 거지요.”
“아! 그러면 그 동방의 어느 나라가 바로..."
- 인간 지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유산을 놓고 지식을 나누려는 자들 vs 독점하려는 자들의 충돌,
기괴한 상징살인 뒤에 감춰진 ‘직지’의 미스터리가 마침내 밝혀진다!
살인사건이 벌어진다. 시신은 귀가 잘려나가고 창이 심장을 관통한 채 현장은 피범벅이 되어있다. 또한 기이한 것은 피해자의 목에 마치 드라큘라에게 물린듯한 송곳니 자국같은 피가 빨린듯한 기묘한 구멍자국들이 있다는 것. 피해자는 고려대에서 라틴어를 가르쳤던 전형우 교수이다.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기연은 이 사건을 취재하기로 마음먹고 전형우 교수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살해된 전형우 교수의 차량 내비게이션에서 최근 목적지인 청주 서원대학교, 그리고 그의 휴대폰에서 서원대 김정진 교수와의 접점을 확인한다. 그는 직지에 관한 연구를 하며 직지를 알리고 있었고, 청주시와 합심해 구텐베르크 금속활자의 뿌리가 직지임을 주장하기 위한 증거를 수집중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피해자 전형우 교수에게 맡긴 것이다. 청주시 직지 연구자들은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편지가 직지의 유럽 전파를 입증해줄 거라 믿고, 편지의 해석을 교수에게 맡기지만, 전형우교수는 그 가능성을 부정하는 해석을 내놓았고, 연구자들이 그에게 분노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기연은 그들을 용의선상에 올리지만 범행동기와 살인현장이 매치되지 않은 모순적 상황에 놓이게 되고, 결국 교수의 서재에 놓인 남프랑스 여행안내서와 잭에 적힌 피셔교수와 아비뇽 카레나다의 이름을 보고 새로운 단서를 찾아 프랑스로 떠나는데...
김진명은 실제인 팩트와 허구인 픽션사이를 오가는 팩션 소설의 대표주자로 유명하다. 이 책을 읽어보니 왜 그가 그렇게 평가받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소설은 조선 세종대와 15세기 유럽의 역사를 충실한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그려지며, 현재 작가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엽기적인 살인사건의 진상, 그 살인범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과 국내외를 걸쳐 과거와 현재를 와가며 폭넓고 속도감 넘치는 오락적인 전개를 보여줌으로써 독자를 단숨에 빨아들인다. 저자는 지난 천년간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최고의 발명인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이 것이 우리나라의 직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창의적인 상상력을 통해, 직지가 가지는 의미와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문화재를 대하는 오늘날 우리들의 자세와 앞으로 역사에 남을 수 많은 문화재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정신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