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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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은 그 책의 ‘첫인상’이자 ‘주제’이다. 독자와 책의 첫만남음 이런 제목과 표지에서 시작된다. 이번에 소개할 <기요틴>은 뜨거운 여름밤 으스스한 체온을 선사해줄 책이다. ‘기요틴’이란 제목만 봐도 아마 유추 가능할 것이다. ‘기요틴’은 프랑스 혁명 당시 죄수의 목을 자르는 형벌을 가할 때 사용한 사형기구이다. 즉 단두대를 뜻한다. 루이16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이 사형을 당한 그 사형도구이다. 저자는 제목을 사형도구로 쓰인 ‘기요틴’이라 정하고, 부제를 ‘삶과 죽음의 경계’라 정했는데, 이것은 이 책에 수록된 10편의 단편이 마치 단두대 앞의 세계의 삶과 같다고 보기 때문이다. 죽음 앞에 놓인 무서움 두려움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근원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호러소설 <기요틴>을 소개한다.



‘과연 죽음 뒤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천국일까, 지옥일까? 죽는 건 아픈 것일까?

자연사는 어떤 느낌이고, 살해당하는 것은 어떤 느낌이지?

자살은 또 어떨까? 죽은 사람들은 어디에 머무르게 디는 것일까?

죽는 순간의 기분도 황홀할 수 있을까? 과연 죽음은 무엇일까?‘

<기요틴>은 ‘죽음’을 소재로 한 근원적인 공포를 이야기하는 호러소설이다. 도플갱어, 지박력, 생력, 망상, 빙의, 귀접, 악마 등의 초자연적이면서 무속적인 기담이 담겨있다. [환생] [머무르다] [이별령] [기요틴] [사주] [이갈이] [추모식] [광기] [병문안] [죽음의 크리에이터] 총 10가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오싹한 기담이 수록되어 있다. 아래는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단편인 환생이다.

[환생] 어느날 지하철역, 지훈에게 모르는 여자가 말을 건다. 여자는 놀라운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봤고, 곧이어 자신과 아는 사람과 너무도 닮았다는 말을 한다. 연락처를 주고받고 이어지는 만남에서 여자는 자신의 아는 언니인 연희와 남편(민우)와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연희는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었다. 낚시여행을 갔다 익사로 사고사하고 만 것이다. 당시 그녀의 뱃속에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 충격으로 유산까지 하게 됬다. 겨우 찾아낸 시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되어, 연희는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그 고통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 송장처럼 살아가는 언니를 단 한번만 만나달라는 부탁을 하는 여자. 지훈은 딱한 사정에 여자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연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새 자신을 잃어가는 지훈, 점점 지훈은 취향 취미가 죽은 민우처럼 변해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그는 민우였던 걸까? 민우의 도플갱어 인 것인가?

그 밖에 처참한 자살한 한 소년의 시각으로 이야기 하는 학교폭력과 암담한 사회시스템, 가족사를 그린 [머무르다], 오래된 연인이 이별하고 난 뒤, 서로의 ‘생령’(살아있는 사람의 령)이 나체로 그들을 찾아가 괴롭히는 [이별령], 깊은 우울에 시달리는 아름다운 인물이 죽음 너머의 사후세계를 갈망하는 [기요틴], 할머니가 몸이 허약한 아버지를 위해 뱀술을 구해온 뒤부터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는 [사주], 사내 연애 끝에 결혼한 아내가 밤마다 이갈이를 하게되고 그로인해 밝혀지는 폭력의 과거 [이갈이] 등이 있다.

<기요틴>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 가지의 기묘한 이야기이다. 강한 흡입력있는 서사와 긴장감 뛰어난 심리묘사로 공포분위기를 잘 주도하는 것이 호러소설로서 그 오락성은 충분히 충족된다. 하지만 더 특별한 것은 도플갱어, 지박령, 생령, 망상, 빙의, 귀접, 악마 등 다소 오컬트적인 소재를 가지고 진행되지만, 각 단편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배경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환상적이고 몽환적이 다소 믿기 힘든 소재를 누구나 겪어볼만한 상황을 두고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사랑의 집착, 우정의 질투, 자살을 조장하는 미디어 등. 읽다보면 그 기이한 꿈이 기이함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내 주변 어딘가는 있을 법한 도시괴담처럼 느껴지게 된다. 또한 단지 보이지않는 막연한 존재에 대한 공포와 보이지만 가늠할수 없는 사람의 속내 그 악의에 대한 공포가 동시적으로 보여진다.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배경을 낯선 소재로 비틀어 뒤통수를 맞는 듯한 소름을 선사하는 21세기 기담을 좋아한다면? 기요틴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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