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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주의 남자들
박초이 지음 / 문이당 / 2019년 6월
평점 :
최근 한국소설에 재미를 느껴가는 중인데, 2016년 계간 문학나무 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신예작가를 만나게 됬다. 이번에 소개할 책인 <남주의 남자들>은 박초이의 첫 소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의 겉과 속을 파헤쳐, 표면과 이면, 거짓과 진실, 투명과 불투명에 관한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한다고 한다. 투명한 거짓의 세계에서 선연한 진실을 밝혀내려는 작가. 우리는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며, 여러 인격체를 가지지만, 그것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진 않는다. 과연, 저가 가 하려는 이야기는 가면일까 민낯일까?
‘사람들이 건물 옥상을 쳐다보고 있었다. 옥상 위에는 체크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여자는 두 팔을 벌린 채 옥상난간을 아슬아슬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약간은 불안한 듯, 약간은 흥겨운 듯. 여자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녀 목에 걸린 출입카드가 너울거렸다. 남주였다. 내 출입카드였다. 그녀가 뛰어내린다면 나도, 내 이름도, 내 얼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이야기는 총 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형태이다. [거짓 없이 투명한]은 요즘 문제가 되고있는 가정폭력을 소재로 한다. 의처증환자에 과대망상증을 가진 분노조절 장애를 가진 남편의 시각에서 아내를 바라본 소설이다. 현실 풍자소설이며 추리적 구성을 보인다. [남주의 남자들] 친구의 남자친구였던 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생활을 시작하려는 화자가 주인공이며, 친구 남주의 남자들의 실체는 결코 사랑에 빠질 만큼 낭만적이 아니라는 것에서 시작된 공허와 불안과 공포심을 이야기 한다 [이름만 남은 봄날]은 육체를 잃어버린채 떠도는 혼령, 그 망자들을 통해 이름과정체성을 찾아가는 추적소설을 그려낸다. 그밖에 [목도에서 기다리다] [경계의 원칙] [강제퇴거명령서] [개들의 산책] [율도국 살인 사건] [흡충의 우울]이 수록되어 있다.
이야기는 인간의 이면과 다양성, 그 본래의 정체성과 존재함을 이야기한다. 또한 사회에 대한 많은 문제적 소재를 이야기하는데, 가정폭력, 미성년자성매매, 미성년자 살인사건, 남과 북의 차이 등 많은 현실적인 소재를 다양한 형태의 미스터리나, sf, 연애, 환상 등의 다양한 장르적 이야기로 풀어낸다. 작품해설과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 때로는 표면과 다른 이면적 진실로, 때로는 이미지가 범람하는 그로테스크 미학으로, 때로는 신뢰할 수 없는 화자의 ‘진솔한 거짓’ 속에서 독자들은 서사의 진경을 만나게 하며, 작가는 거짓된 표정과 위장된 제스처 속에서도 화자와 인물들 간의 서사적 갈등을 풀어내면서 진실한 내면의 울림을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란 해설이 주어지는데, 많이 어렵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고찰로 이어지는 소설이니,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길 추천한다. 너무많은 의미를 부여할수록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소설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