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티비 북스는 SF소설에 특화되어 있는 출판사이다. SF가 한국에서 추리스릴러에 비해 덜 인기있는 이유는 아마, 그것을 전문성을 가지고 출간하는 출판가가 적기도 하고, 과학이론을 미래적인 상상력과 결합하되, 그것이 어느정도의 타당성을 갖춘 이론에서 출발해 독자를 납득시킴과 동시에, 다소 어려운 이과적인 과학분야의 복잡한 이론들을 독자에게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장벽이 많은 SF문학에 도전해온 그래비티북스에서 새로 출간한 <꿈을 꾸듯 춤을 추다>는 전작인 <사냥꾼들>과는 매우 다른 행보를 보인다.
‘우리는 양자 같은 존재죠. 상대방의 인식에 영향을 받습니다.
환자가 이런 외모를 한 나를 당연히 기계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기계가 되고
그래도 나를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인간이 됩니다.‘
- 인공뇌가 바라보는 인간의 세계
인간과 기계의 경계에 선 그를 통해 바라보는 인간세계에 대한 색다른 통찰
<사냥꾼들>이 종말 이후 세상을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로 재난영화를 연상시키고, 생존을 위해 뭉치게된 일족과 그 일족을 노리는 돌연변이 돌쟁이들, 그리고 진짜배기 여성을 납티해 온전한 생명을 태어나게 하려는 이야기로 돌연변이, 좀비, 대재앙, 종말과도 같은 스토리에 개성넘치는 캐릭터를 배치해 오락적인 요소가 두드러졌다면, 이번 출간된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은 다소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SF소설로, 뇌과학이론이라는 제법 현실적이면이 두드러진 SF소설이다.
30대 한 남성이 교통사고로 뇌사에 이른다. 이에 한 뇌과학자인 노아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인 뇌지도가 탑재된 기계두뇌를 그에게 이식하게되고, 이 수술로 인해 남성은 인공지능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하지만 인간이기도하고 기계이기도해 우울증을 겪기도 하고, 정신불안을 겪으며 정체성에 대해 고심하게되고, 그런 와중에 사이보그가 세상을 지배하는 사태를 우려한 휴머노이드 반대세력에 의해 자신을 수술한 뇌과학자가 화형당하기에 이르고, 점점 사태는 악화되어가는데...
<사냥꾼들>이 오락적인 부분을 강조한 SF소설이었다면,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은 앞으로의 미래에 당면할수 있는 휴머노이드에 관한 여러 고찰을 하게 만든다.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뇌과학분야의 발전된 모습, 그리고 그로인해 겪을 다양한 사회시사점들, 그리고 인간과 로봇을 구분 지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허물어져갈 때, 무엇이 인간이고 인간이지 않음을 판달할 수 있는지에 관한 철학적인 질문들. 나만, 그런가? 그래비티에서 출간한 책 치고는 꽤 어렵게 읽힌다고 생각된건. 그래도 SF장르를 좋아하고, AI에 관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