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구역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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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문학음악상이 있다. ‘퓰리처상’이다. 저명한 언론인인 J.퓰리처의 유산 50만 달러를 기금으로 시작한 이 상은, 보도에서 알려진 상이지만, 문학에서도 인정받은 상이다. 저자 콜슨 화이트헤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이력으로 주목받았고, 국내에서도 이 도서로 성공적인 출발을 보였다. 대체역사소설인 이 도서는 19세기 실존했던 흑인 노예 탈출 비밀 조직 ‘지하철도’를 실제 ‘지하철도’로 상상해 노예 소녀 코라의 탈출기를 그려냈다. ‘노예제도’ ‘인종차별’이라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저자의 우연한 오해와 천재적 상상으로 재탄생된 것에 많은 찬사를 받았으나, 국내 출간작은 다소 어색한 번역으로 불만을 사기도 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그의 국내 두 번째 출간작인 <제1구역>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리얼리즘과 픽션의 천재적 융합’이라는 평가를 받은책, 인류에게 치명적인 전염병과 거대한 재해로 종말을 맞이한 이후의 삶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다.



‘누군가의 죽음을 추도하는 일은 그동안 아주 드물었다.

모두들 항상 도망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최후의 밤’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만든 종말, 이 이후의 이야기

살아남은 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미래는 무엇인가?

원인을 알 수 없는 파괴적인 전염병이 전 세계를 덮친다. 모두 그 날을 ‘최후의 밤’이라 불렀다. 그 날 전까지 마크 스피치의 삶은 평범했다. 그 역시도 대다수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날이후, 그는 특별한 삶을 사는 극소수의 인물이 돼버린다. 그 날, 알 수 없는 역병이 돌았고, 세상의 대다수의 사람들은 미쳐버렸다. 그의 부모도 예외는 아니였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창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고, 마크는 그렇게 좀비처럼 변한 가족과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현재, 그는 누군가의 가족,연인,친구일지도 모르는 감염된 사람들을 처리하는 수색대원이다.

그는 종말 이후 생존자 캠프에 머물던 당시 구조대 업무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그때의 활약으로 현재 수색대로 선별되어 안전구역인 ‘제1구역’에 잔존해 있는 감염자들을 처리하는 오메가팀의 대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그가 하는 일은, 알 수 없는 역병에 걸려 인간의 살을 뜯어 먹으려 몰려다니는 좀비인 ‘해골’과 익숙한 장소에 홀로 붙박여 그곳에 머무는 좀비인 ‘망령’을 소탕하는 일로, 그 지역을 깨끗이 처리해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보호장비를 뜯어버릴 정도의 괴력과 살점을 남김없이 뜯어먹는 괴식의 존재들. 마크는 그들에게서 예전 ‘사람’이었던 인물들의 얼굴을 떠올리기도 한다. 시체들을 처리하고 소각장으로 보내는 삶, 과연

이 삶의 끝은 생존 가능성과 낙관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을까? 그는 다시 뉴욕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이 책은 단순 좀비물인 공포스릴러장르의 소설을 기대한다면 실망하기 쉬운 책이다. 보통 장르소설처럼 시간순으로 진행되거나, 특정 미스터리한 장치를 밝히고, 범인을 찾아내기 위한 즐거움이 있는데, 이 책을 그렇지 않다. 한없이 암울한 종말의 환경, 그 속에서 처참하게 싸워가지만, 그것이 일상인 듯 무덤덤하고, 한편으로는 지리멸렬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전부이다. (특히 이 책이 <로드>에 비교되고는 하는데, 이 것은 아마 흐름이 시점이나 시간과는 관계없이 인물이 살아가는 과정과 인물의 생각흐름이 동시에 엮어가며 흘러가듯 진행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주인공인 수색대원 마크가 제1구역에서 좀비소탕을 하는 내용으로 진행된다. 목차는 금토일 단 3일로 되어있으며, 장벽이 세워진 제1구역의 재건을 위해, 게리와 케이틀린과 함께 남은 좀비들을 처리, 소각하는 활동을 그려낸다. 이 과정은 긴박하고 스릴있게 흘러가나, 이 과정을 위한 소설이 아니다. 이 과정 중간중간에 마크의 현재, 과거, 망상, 생각들이 어지럽게 끼어들며, 살아남은 자들이 겪어야할 정신세계를 면밀하게 보여준다. 즉, 그들의 황폐하고 공허한 내면 묘사를 통해 트라우마는 반복될 것임을 암시한다.

분명, 오락적인 소재를 사용하나, 오락적인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읽다보면 이 암울한 종말이 현대사회와 비견되며 PASD(종말 후 생존자들이 겪는 스트레스질병)은 현재의 PTSD(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나 공황장애, 우울증이란 현재 정신질병을 단면을 떠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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