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야쿠마루 가쿠의 신간이 연일 출간되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역주행에 오르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인데, 사실 그는 오래전부터 사회파추리소설가로 알려진 작가이다. 그는 사형제도를 정면으로 파헤친 추리소설인 <13계단>을 읽고, 다카노 가즈아키의 영향을 받아 소설가가 되었다. 때문에 사회의 문제를 소재로 한 무게감 있는 미스터리를 써왔는데, 가해자와 피해자, 그것을 관리할 법과 감독할 경찰에 대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특히, ‘소년범죄비판'에 특화되어 있는 작가로 유명세를 떨쳤다. 이번에 소개할 <우죄>는 좀 더 개인적이고 중립적이다. ‘나와 가까운 이가 범죄자라면?’ 이라는 질문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관계를 가지고, 마음을 나눈 누군가가의 과거사가 인도적, 사회적 인식에 그릇된 것이라면? 그 관계는 지켜질 수 있을까?



"하지만... 하지만... 하나만 약속해줘"

"약속?"

"계속 친구로 남아줘, 어떤 애기를 듣더라도 친구로 지내겠다고 약속해줄래?"



- 내 친구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면?

마음을 준 친구, 그가 바로 그 사건의 소년 A였다!

 

 

도쿄대 출신의 저널리스트가 꿈인 마스다는 생계 때문에 현실에 타협하기로 한다. 스테인리스 가공회사인 사와켄제작소에서 일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다가 들어간 기숙사의 옆방에는 함께 입사한 스즈키가 있다. 그는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 사교성이 없어 겉도는 동료였지만, 한 사고로 둘은 점차 가까워져 친구가 된다. 마스다는 스즈키가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며,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꺼려해 이상하게 생각하던 차, 한 장의 사진으로 혼란에 휩싸인다. ‘그가 그 사건의 소년 A일지도 모른다!’

 

 

14년전, 마스다의 동네에서는 한 ‘사건’이 발생한다. 중학교 남학생이 초등학교 저학년 두명을 잇달아 살해한 사건. 발견된 시신은 두 눈이 도려나갔고, ‘선택받은 걸 최고의 행운으로 알아라’ 라는 범행 성명문을 남겨 분노와 슬픔을 부추겼다. 당시 소년법으로 피의자는 선처가 가까운 형벌을 받았다. 그 극악무도한 사건의 범인이 내 친구일지도 모른다니. 마스다는 사건의 전말을 파헤치기로 한다.

 

 

한편, 회사 사무직으로 일하는 미요코에게는 과거가 있다. 예전 한 남자인 다쓰야에게 이용당해, 성인물배우로 일한 것이다. 다쓰야는 그녀의 과거를 빌미삼아,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그녀가 찍었던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으로 금전을 갈취하고, 숨고 쫓고 도망가고 협박하기를 반복한다. 그러던 어느날, 스즈키가 미요코를 도와주게 되고, 미요코는 과거를 가진 남자인 스즈키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데...



- 범죄자를 응징하는 '쾌감'이 아닌, '복잡한 심경'으로 짙은 여운을 남기는

사건을 해결하는 추리소설이 아닌, 사건 이후를 그려낸 추리소설!

 

 

야쿠마루 가쿠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영향과 ‘여고생 콘크리트 살인사건’으로 인해 소설가가 된 케이스이다. 때문에 사회파미스터리 장르를 써왔고, 그중에서도 범죄의식에 관한 도덕적 개념이 부족한 청소년에게는 감면을 해주는 ‘소년법’에 집중해왔다. 이번에는 소년법으로 인해 다시 사회로 나온 한 범죄자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범죄자(가해자)’를 그려낸다는 점이다. 보통 추리소설은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등장하고, 이들을 응징하는 쾌감을 선보이지만, 이 작품은 ‘가해자가 출감 후 어떤 삶을 사는게 타당한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든다. 만약 가해자가 ‘소년법’으로 인해, 합당한 죄값을 받지 않았다면, 그로인해 유가족이 고통에 시달려야 한다면, 출소 이후에도 가해자의 삶은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반대로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대한 양심의 가책으로 끊임없이 고통스러워하고 심지어 자살까지도 생각하며, 사회적 냉대와 차별로 남은 생을 낙인찍힌 채로 살아가야 한다면,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저자는 스즈키를 극악무도한 살인사건을 저지른 ‘사이코패스’가 아닌, 우리와도 같은 ‘사람’으로서 그려낸다. 그가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는 사건에 연류되었지만, 자신의 죄값을 알고, 깊이 반성하며, 선행을 배푸는 인물로 그려냄으로 독자에게 비판과 선처 중 어떠한 선택도 쉽지 않게 만들어 버린다.

 

 

이 책은 한‘사건’의 발생부터 해결까지의 흐름을 보여주는 일반추리소설이 아니다. 그 사건 이후의 이야기, 그러니까 결말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법률로는 죄값을 치뤘으나, 인도적으로는 용서받지 못할 과거를 가진 한 범죄자. 그리고 그 인물의 주변인물의 시점으로 진행되, 범죄자를 사건 속에서만이 아닌, 사건 밖에서의 모습도 함께 그려낸다. ‘사건’이 아닌 ‘사건이후’, ‘가해자’가 아닌 ‘범죄를 저지른 사람’, '사회적 인식'과 '개인적 정', '정의로움'과 '용서'등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참된 속죄란 무엇인가?'란 고찰로 이어지게 만든다. 쾌감이 아닌 복잡한 심경으로 여운을 만든 소설, <우죄>를 읽어보자. '유죄'로 주인공을 외면할지, '친구의 죄'로 그를 감쌀지. 책장을 덮은 뒤에도 마침표가아닌 물음표로 오래토록 독자의 마음속에 머물 이야기이니.



+@ '소년범죄'에 관한 사회파소설이나, 극악범죄 + 뉘우치는범죄자 + 열린결말(편지)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한다.

사건-조사-검거의 순이 아닌, 한 사건의 이후를 그려내는 색다른 추리소설이다.

'나와 가까운 사람이 범죄자라면' 그와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독자가 심정적으로 참여하게 만든다

과거 자살한 친구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간직한 마스다, AV 배우였던 사실을 들킬까 숨죽이며 살아가는 미요코, 의료소년원에서 스즈키를 담당한 여의사 야요이. 이 세 사람의 시선으로 교차진행된다. 때문에, 매스컴 보도에서의 가해자가 아닌, 여과되지 않은 가해자의 모습을 볼 수 있으며, 가해자와 관계되 그로 인해 자신이 가진 비밀을 벗어나 각자 성장하는 인물또한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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