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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인 프렌치 - 미국 여자, 프랑스 남자의 두 언어 로맨스
로런 콜린스 지음, 김현희 옮김 / 클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배우인 남주인공 밥은 광고 촬영차 일본을 방문하고, 사진작가의 아내인 샬롯은 남편을 따라 일본에 왔다. 둘은 같은 미국인이고, 낯선 땅인 일본에서 다른 문화와 언어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며,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우연히 호텔바에서 마주친 이들은 적응하지 못하는 서로의 모습을 보며, 같은 감성을 공유한다. 그리고 통역이 필요없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져든다. 이처럼, 다른 언어가 쓰이는 곳에서 사람은 위축되고 고독을 느낀다. 이 영화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는 원인이 되었지만, 이미 사랑에 빠진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면 어떨까? 이번에 소개할 에세이 <러브 인 프렌치>는 미국여자와 프랑스여자의 ‘언어 로맨스’이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그들, 사랑은 통역이 불필요하다지만, 이들에게는 통역이 간절해 보인다. 언어가 사랑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커플은 서로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올리비에와 내가 지닌 차이점들은 마치 마트료시카처럼
서로의 진짜 모습을 감춘 채 은연중에 상대를 덜 신뢰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 솔직한 미국여자, 예민한 프랑스남자의 복잡미묘 소통과 불통 로맨스
낯선 언어로 사랑을 나눌 때, 우리의 사랑은 위기일까? 행복일까?
솔직하고 담백한 여자 로런, 그녀는 미국을 떠나 제네바로 이사를 가게 된다. 남편 올리비에의 직장일 때문이다. 결혼 전 연애시절, 둘의 다른 출생지로 인한, 문화와 언어차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예민한 프랑스 남자 올리비에는 이미 수년에 걸쳐 영어를 익힌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미국인 영어교사의 소개로 홈스테이를 한 탓이다. 때문에 그들의 연애는 달콤했고, 로맨틱했다. 단, 장거리 연애여서 피곤한 것만 빼면. 현재는 로맨스는 커녕, 모든 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바로 서로 다른 ‘언어’ 때문에 말이다.
원치 않는 이사지만, 어쩔 수 없었고, 로런은 타지에서 적응하려고 노력한다. 그의 나라의 언어, 문화를 배우고, 그와 관계된 가족과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가 말할 때는 피곤할 정도로 집중해야하고, 말할 때는 떠듬떠듬하며 간신히 의사를 전달해야만 한다. 독립적인 자신의 성격과는 다르게, 아기처럼 작은일 하나도 남편에게 의지해야만 한다.그리고 결정적으로 가장 가까워야할 남편 올리비에와 거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제 그들은 단순 언어를 넘어, 미국인과 프랑스인, 예술가와 과학자, 유신론자와 무신론자, 여자와 남자로 끊임없이 서로를 해석해야만 한다. 과연, 이들의 사랑은 ‘언어의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까?
- 소설 같으면서 그렇지 않은 에세이.
‘사랑에도 통역이 필요할까요?’에 대한 대답은 YES!
여기 서로 다른 남녀가 있다. 로런(녀)은 미국인으로 진실하고 직설적인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환경에서 자랐다. 올리비에(남)는 좀 더 정련된 자기표현을 높이 평가하는 환경에서 자랐다. 로런은 ‘친밀함’을 자유분방한 태도로 표현했지만, 올리비에는 그런 태도가 경솔하고 무분별하다고 생각했다. 로런은 스포츠에 열광하는 사람을 이해했지만, 정작 남자인 올리비에는 스포츠에 열을 올리는 거구의 사내들이 즐비한 업계 문화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부부. 읽다보면 대체 어떡해 사랑에 빠지게 된 건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사랑의 콩깍지인가? 파워 오브 러브인가?
이 책은 소설 같은 연애담이다. 서로 정 반대의 남녀가 ‘사랑’으로 인해 빠져들고, 서로를 몸짓으로 이해하지만, 결혼이라는 현실적인 공간과 실질적인 시간을 공유해가며, ‘사랑’마저도 미워져버리는, 사사건건 시비와 작은일도 다툼으로 이어지는 위기를 맞게 된다. 하지만, 정작 소설처럼 쓰여지진 않는다. 물론 내용상 ‘언어학적 로맨틱 코메디’라는 부분은 보인다. 샐러드를 다 먹었다는 표현을 잘못해서, ‘나 죽었어요’라고 내뱉는 여주인공을 봐도 그렇다. 발음과 뉘앙스, 문법으로 인한 오류는 주인공은 괴로울지라도, 독자에게 언어유희적인 위트를 선사한다.
이런 점은 분명 ‘소설 같다’ 하지만, 이 것은 로런이 쓴 에세이이다. 타국의 언어를 배워야하고, 문화를 익혀야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이 일기를 쓰듯 ‘사건’을 감정의 덩어리로 풀어낸다. 또한 미국인인 그녀가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생기는 각종 어려움이 쓰여 있는데, 언어학 책인지 문법책인지, 참 상세하게도 설명한다. 이 부분이 때론 언어의 차이를 알아가는,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지적 ‘기쁨’으로 받아들여질지, 단순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추구해, 지루한 ‘실망’으로 받아들여질지는 독자의 선호에 달렸다.
하지만, 분명한건, 이들의 말싸움을 보자면 ‘어! 맞아!’하는 순간이 온다. 어떤 연인이든, 그것이 이들처럼 서로 다른 언어권자가 아니더라도, 관계에 있어 ‘소통’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공감가는 대목이 많다. <러브 인 프렌치>를 읽어보란 말은 아끼겠다. 취향에 따라 기대에 부흥할지도, 못할수도있으니까. 하지만 <더 타임스>가 주목한 100권에 선정될 만 하다. 단순 로맨스가 아니라 ‘다른 언어’를 배움으로써 성장하는 한 여성의 성장일기이자, 서로 다른 두 남녀의 ‘소통’과 ‘이해’로 결혼생활을 극복하는 러브스토리를, 독자의 단순 감흥을 넘어 언어학적 고찰로 이어지게 만들었으니.
+@ 로맨틱 코미디 소설만을 기대하진 말자, 분명 언어적 유머코드와 외국남녀의 로맨스가 스토리지만,
서로다른 문화권과 언어권에 관한 정보와 설명이 있는, 한 여자의 타국 적응기에 가까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