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해줄게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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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10일 새벽, 청주시에서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20대 가장이 길을 건너다 뺑소니를 당해 사망했다. 당시, 만삭인 아내와의 통화에서 "좋아하는 케이크 대신 크림빵을 사서 미안하다” "태어나는 아이에게 훌륭한 부모가 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이 사건은 일명 '크림빵 뺑소니 사건‘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피의자는 뺑소니(사망), 음주운전, 은폐시도에도 불구하고, 형량 3년을 구형받아 세간에 공분을 산 사건이다. 이 사건이 소재원에 의해 재조명된다. 영화 <소원> <터널>의 원작 소설가로 알려진 그는 주로 실화를 소재로 약자의 편에서 소설을 써왔다. 이번 작품역시 섬세한 필치로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실랄하게 비판하며, ’가난‘이라는 짐을 짊어진 평범한 가족의 심경을 아프지만 따뜻하고, 참담하지만 행복하게 그려낸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해? 그거 사실 아무것도 아니야.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무수히 널린 행복의 세잎클로버를 외면하는 것과 같아.

우리에게 행운 따위는 없어.

그건 1퍼센트도 안 되는 희박한 확률이야.

그건 그렁 운명을 가진 사람들의 몫이야. 애초에 단념하자.

그리고 무수하게 널린 행복에 만족하자.'

 


 

 

-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지만, 반드시 행복해져야할 ‘우리’의 이야기.

경제적 가난, 사회적 무시, 약자라서 불행했지만, 함께하기에 행복할 수 있는 날들.


 

상진과 세영은 딸 유연을 낳고, 둘째 콩딱이를 가진 평범한 네식구이다. 현재 세영의 뱃속에는 둘째 콩딱이가 있으며, 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만삭의 임산부임에도 편할 날이 없다. 남편 상진이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했음에도, 그 성치 않은 몸으로 새벽까지 대리운전을 하기 때문이다. 상진은 어려운 집안에서 대학까지 나왔지만, 급여가 충분한 직장을 가질 수 없었고, 결국 돈 때문에 공장일을 하게 되었는데, 6개월째 급여를 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곧 아내의 출산이 다가오고, 먹여 살릴 입은 늘어갈 뿐인데, 빚만 늘어나고 있으니, 상진에게 별다른 선택권은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다른 날들처럼 잠 못 이루던 밤에 세영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불안함은 불길함으로 바뀌었고, 걱정은 슬픔으로 변하게 된다. 남편 상진이 뺑소니를 당했다는 것. 세영은 운전을 할 수 없어, 아이의 손을 잡고 만삭의 몸으로 택시에 오른다. 벌써 두 번째 뺑소니다. 세상 모든 불행이 우리가족에게만 주어진걸까? 다행히 상진은 목숨을 부지하지만 비보험으로 수술까지 받게 된다. 날이 갈수록 ‘가난’은 늘어가고, ‘웃음’을 줄어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진은 말한다. ‘내가 꼭 행복하게 해줄게...’ 평범한 네가족, 그들은 정말 행복해 질 수 있을까?

- ‘크림빵 뺑소니 사건’ 실화와는 다른, 그래서 다행인 이야기.

소시민의 고통과 불행을 그려내지만, 굳건한 희망과 행복의 존재를 일깨워주는 소설

최근 셀럽들의 인스타에 유독 눈에 띄는 책이 있다. 바로 소재원의 <행복하게 해줄게>이다. 이 책은 카카오를 통해, 한정 기간동안 벌어들인 인세를 기부한다는 좋은 취지와 ‘크림빵 뺑소니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연이은 응원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사건 당시, 어이없는 형량으로 공분을 샀고, 젊은 가장의 마지막 통화내용이 공개되어 안타까움을 산 이야기. 우리는 그 실화를 알기에, 이 책이 무엇을 담고 있던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그런 동정심을 넘어선 평범하지만 반짝이고, 소소하지만 강인한 ‘무언가’가 있음을.

소재원은 강자에게 당하는 약자들, 그 불합리하고 비극적인 사회의 단면을 날카롭고도 비범하게 표현해온 작가이다. 때문에 이 책 역시 그런 분위기를 예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르다. 이번에는 약자인 소시민의 가난, 피해, 소외, 고통을 통해, 사회를 비판하는 목소리보다, 주인공들의 삶에 집중하고 바라보고 기다린다. 그들의 행복을, 그들과 독자가 눈치챌때까지.

<행복하게 해줄게>는 행복을 확인시키기 위해, 온갖 불행을 한없이 늘어놓는다. 두 번의 뺑소니를 당해도 깁스한 몸으로 면접을 보는 가장, 만삭의 몸으로 유도분만을 거절하면서까지 몇십원짜리 포장아르바이트를 하는 아내, 축복받아야할 임신이 경제력도 없는데 아이를 낳는다며 비난받아야 하고, 월급을 못받아도 불이익이 두려워 노동청에 신고할 수 없는 상황. 소설임으로 극적으로 그려냈지만, 결코 허황되지 않은 평범한 약자들의 불행을 가득 품고 있다. 그래서 우울한가? 슬픈가?

그렇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다. 억울함에 울분에 차기도 하고, 절망에 울음이 터지기도 한다. 하지만 ‘반드시 행복해 질 것’이라는 굳건한 믿음을 가진 주인공들이 약하지만 선하고, 불운하지만 인내하는 과정을 통해 종례에는 행운보다 가까이 있는 행복의 존재를 알아본다. 거기서 오는 감동은 그간의 상처를 아물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은 아프지만 따뜻하고, 참담하지만 행복하다. <행복하게 해줄게>를 읽어보자. ‘행복’ 참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별게 아니다. 아마 이 책을 읽어보면 손쉽게 행복의 존재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  그간의 소재원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이다. 실화를 통해 사회와 강자의 불합리와 부당함을 폭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주인공들의 삶에 집중하며, 매우 불운하지만 행복을 찾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삶을 통해,

독자에게 '행복'의 참된 의미와 그 존재는 항상 곁에 있음을 전하는 감동과 온기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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