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더 앤 마더
엘리자베스 노어백 지음, 이영아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심리 스릴러는 팽팽한 긴장감이 오가는 스토리속에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를 촘촘하게 늘어놓는다. 독자는 소설 속 글자 하나하나를 따라가며 읽는데, 그것은 문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마치 등장인물의 머릿속을 빙빙 돌아다니는 형태이다. 즉, 독자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것, 그것이 심리 스릴러의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때문에 구체적인 범죄상황, 논리적인 추리요소, 타격감이 느껴지는 형사스릴러에 열광하는 남자독자보단, 차분하게 읽히지만 조여오는 압박감과 공포감을 즐기는 예민한 여성독자에게 잘 팔리는 것이 심리스릴러이다. 이번에 소개할 <마더 앤 마더>는 그 포인트가 살아있는 소설이다. 저자 엘리자베스 노어백이 스릴러 매니아이자, 세 아이의 엄마인데 출산 휴가 중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엄마가 가지는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인 '아동실종'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놀랍도록 생생하게 표현한 <마더 앤 마더>를 소개한다.

 

 

 

‘진실을 안다고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진실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진실은 우리를 무너뜨리고 망가뜨린다.

진실은 우리에게 상처를 입힌다. 아이를 낳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아이를 키우고, 품성과 강인함을 길러주고, 사랑해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 죽은 줄 알았던 딸이 20년 만에 눈앞에 나타났다!

분명 내 아이이다. 헌데 다른 이름으로 다른여자의 딸로 살고 있다.


 

스텔라는 20년 전 딸을 잃어버렸다. 당시, 가족휴가로 간 바닷가에서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있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아이는 사라졌고 경찰에 신고했으나 찾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찾을 수 있다고 위로한 사람들은 점차 변해갔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고의적으로 유기, 살해했을 거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가족들은 아이가 바다에 빠져 죽었을 거라며, 묘비를 만들고 잊으라 말했지만, 아이를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으로 가정은 파탄 나고, 극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로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20년 뒤, 헌재 새로운 남편을 만났고, 어린 아들을 둔 평안한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잃어버린...주변에서 죽었다고 말한 딸아이가 나타났다.


 

심리치료사인 스텔라의 상담실에 이사벨이라는 젊은 여성이 찾아온다. 스텔라는 한눈에 그녀가 자신의 딸 알리스 라고 확신한다. 전남편의 귀를 꼭 닯은 아이, 내가 잃어버렸던 그 아이, 묻었지만 결코 잊지 못한 자신의 아이가 나타난 것이다. 스텔라는 이사벨과 상담을 이어가며 그녀의 과거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알면 알수록 확신이 굳어지는 가운데,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 그러던 와중에 경고라도 하듯, 협박이 담긴 (그녀가 곧 죽을거라는)사망예고서가 날아든다. 또한 레인코트를 입은 누군가가 그녀를 쫓기 사작한다.


 

한편 이사벨의 엄마 세르스틴은 이사벨에게 묘한 거리감을 느낀다. 딸아이는 집을 나가고 타지에서 학교를 다니는데, 급작스레 남편이 뇌졸중으로 죽자, 딸아이는 더욱 거리를 두고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행동을 보인다. 평소 딸을 너무나 사랑하고 보호해온 세르스틴, 딸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자, 딸아이의 곁에는 위험한 냄새가 나는 한 심리상담가가 주변을 맴돌고 있는데... 진짜 엄마는 누구인가? 진짜 엄마와 가짜 엄마의 대결, 그리고 희망과 광기 속 괴물같은 진실은?

 


 

 

- 불안감, 압박감, 공포감, 심리스릴러 대표감정을 오롯이 표현하는 놀라운 데뷔작!

하나는 엄마, 하나는 유괴범이다. 그러나 둘 다 미치기 직전이거나 이미 미친 상태라면?


 

<마더 앤 마더>는 오랜 집필과 화려한 수상경력보다 작가가 경험하고 느낀 것이 ‘심리스릴러’장르에 가장 최적화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더 앤 마더>는 스릴러 매니아이자, 엄마인 저자가 집필한 소설이다. 때문에 ‘모정’을 생생하게 느끼며 쓴 것이라, 작품중 두 엄마인 스텔라와 세르스틴이 처한 상황에서의 행동과 감정이 섬세함과 치밀함을 넘어, 독자에게 이입과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한마디로 ‘심리스릴러’의 ‘심리’가 이 책의 최대장점이란 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심리 스릴러’를 즐겨보는 독자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책일 것이다. 하지만 스릴러를 좋아하는데, ‘심리’파트에 부담내지는 실증을 느끼는 독자라면? 분명,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심리물은 ‘디테일’이 중요한 만큼, 때론 지지부진하고, 갑갑하게 읽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더 앤 마더>는 읽다보면 ‘페이지가 언제 이렇게 넘어왔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유는 데뷔작가의 ‘초짜스러움’에 있다. 제법 경력이 쌓인 작가는 디테일을 살린답시고, 묘사나 비유를 지나치게 껴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데뷔작이라서인지 초짜작가의 직관적인 문장이 주를 이룬다. ~한다. ~했다 라는 식의 짧은 단문구성으로 내용이 진행되고, 직설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머리에 빠르게 꽂히고 속도감있게 읽힌다.


 

물론 이런 형태적인면만이 속도감과 추진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구성과 내용도 단단히 한 몫을 한다. <마더 앤 마더>는 세 명의 여자의 1인칭 교차서술로 진행된다. 헌데 재밌는건 엄마, 가짜엄마(유괴범), 딸, 이 모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설정이다. 한 명은 협박과 복수에 대한 '공포감'을, 또 한명은 소중한 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또 다른 한명은 '분노'와 '자기정체성에 대한 이질감'을 극도로 느낀다. 사실, 중반에 이르면 엄마와 유괴범은 갈린다. 하지만 답이 나와있는 상태에서도 독자의 의문과 의심은 그치지 않는다. 인물들의 극도의 병적심리상태때문에 ‘더 숨겨진 무엇’ ‘한 번 더 꼰 것’을 찾게되고, 주어진 시선과 독백이 등장인물의 과한 감정과 병적인 정신에서 비롯된 ‘가짜정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페이지는 쉬지 않고 넘어간다.


 

+@  단문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는 심리스릴러물이다

세 여자의 교차시점으로 진행되는데, 그 세명의 심리가 극도의 불안과 병적이라 독자는 주어진 시선과 독백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싸움을 계속해야만 한다. 때문에 가독성 추진력이 좋다.

유괴, 실종, 납치, 학대, 살인, 사이코패스, 비틀린모정, 과대망상, 공황장애, 협박편지, 출생의 비밀, 십대임신, 뺑소니, 수장 등 충격과 막장의 연속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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