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강아지의 시간
보스턴 테란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가장 힘겨웠던 건 구타도, 배고픔도 아니었다. 개는 그 모든 일을 겪어냈다.

투견판에 나가고 난폭한 짐승으로 변해갔던 시기도 최악은 아니었다.

어마어마한 증오의 대상이 된 일도 아니었다. 가장 힘겨웠던 건 사랑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떤 이에도 아무 의미가 되지 못하는 것은 존재 자체를 상실하는 일이다.’



- 힘차게 살아가는 의미를 알려주는 개 ‘기브’의 놀라운 여정

상실의 슬픔을 겪은 이들을 위로하는 개의 위대한 사랑이야기


오래된 화물차 휴게소가 있다. 작은 주유소 뒤로 대여섯 채의 방갈로가 있고, 그곳에 주인 애나가 살고 있다. 애나는 전쟁의 피해자이다. 어릴적 부모가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보았고, 숙모의 손에 자라난 고아이다. 그녀는 간호사가 되고 조종사인 남편을 만난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고 청각 일부를 잃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후각은 더 민감해지는 후각과민증이 생겼다. 그리고 비가 쏟아지던 날, 고통의 냄새에 이끌려 빗물에 흠뻑 젖은 늙은 개인 ‘기브’(아빠개)를 만나게 된다.


비참한 몰골로 휴게소로 들어온 개에게 애나는 가족이 되어준다. 애나의 보살핌에 기브는 건강해져 아빠개가 되었고, 기브의 새끼들은 한 마리만 빼고 분양된다. 기브는 심장에 생긴 종양으로 생을 마감하고, 애나는 남은 마지막 새끼에게 아빠 기브의 이름을 물려주어 기브라 부르며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형제 밴드인 젬과 이언이 휴게소를 찾고, 숙박을 하게 된다. 그리고 형제가 떠나던 날, 형인 젬은 기브를 훔쳐 달아난다. 젬은 어릴적 가정폭력의 피해자로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기브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기브는 다시 애나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한 주인에 대한 ‘충성’ 이야기가 아니라, 개가 다수의 사람들의 상실을 ‘치유’하는 이야기

실제 현대사를 녹여내며, 딘이란 인물이 전하는 형식으로 ‘리얼리티’가 생긴 소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은 개를 소재로 한 많은 작품들과는 다른 점이 있다. 단순 한 개와 한 주인의 일대일의 사랑과 충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단위의 사랑이 아닌, 개가 인류에게 전하는 폭넓은 사랑과 치유를 담고 있다. 첫 주인인 애나를 시작으로, 젬, 이언, 루시, 딘과 같은 다양한 주인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사연과 개 인 ‘기브’의 이야기가 맞물려 펼쳐진다. 이 다양한 인물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고, 하나같이 가혹한 운명 앞에 놓여있다.

애나는 부모가 총에 맞아 죽는 것을 목격하고 커서는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는다. 젬은 아빠에게 학대를 당한 기억으로 수치심과 폭력성을 가지고 성장한다. 루시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재해 속에서 생명을 구하다가 사고를 당하게 된다. 딘은 9.11때 가족을 잃고 군대에 입대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속에 허우적댄다. ‘기브’는 이들의 삶의 여정의 동반자가 되어준다. 그리고 기브도 그들과 함께 위기와 고통을 마주하게 된다. 몇 번의 학대, 고통, 상실, 고비를 넘어가며 아픔을 함께한다. 이 때 기브와 그들은 대비된다. 넘어지고 무너지는 인간과는 달리 ‘기브’는 살아가는 것과 사랑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강인한 의지와 순수한 용기를 보여주며, 그들의 삶을 치유하고 변화시켜나간다.


개와 다수의 관계과 여정을 다룬 것 외에 또 특별한 점은 다른 소설과 다르게 ‘리얼리티’를 가진다는 점이다. 소설은 극 중 인물인 ‘딘’이 자신이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는 설정을 가진다. 때문에 소설이 아니라 에세이 같은 느낌을 준다. 또한 9.11사건,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라크 전쟁을 겪은 미국의 굵직한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타소설과는 차별화되는 리얼리티가 있다. 그 생생함은 몰입감은 물론, 같은 고통을 경험하거나 지켜본 독자들에게 남다른 의미와 감동으로 다가선다.


<어떤 강아지의 시간>을 읽어보자. 단순히 개가 한 주인에게 보여주는 충성이나 애정이 아니라, 기브라는 ‘개’가 고통과 시련을 겪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여정에 동행하며, 기꺼이 아픔과 상실을 나누는 위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개와 주인이 아닌, 개와 모든 인간의 이야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목적 없는 방황을 멈추게 만드는 ‘기브’의 동행을 함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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