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 - W-novel
이노우에 유우 지음, syo5 그림,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클로즈드 서클’은 본격 미스터리에서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외부와 연락을 일절 취할 수 없는 완벽하게 고립된 장소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말한다. 폐쇄된 공간에서 내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고, 범인으로부터 피할 수도 숨을 수도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추리해야 함으로 극적인 공포가 특징이다. 하나둘씩 사냥되어가는 피해자들, 그 중에 속해있는 주인공, 서로를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 마치 독자 또한 그 폐쇄된 공간의 살인게임에 참여된 것처럼 긴박함과 조급함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가 있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쓰인 만큼, 다소 클리셰가 분명한 전통적인 면모가 있다. 여기, 그 클래식함을 유행과 개성으로 확장, 변모시킨 추리소설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보는 소녀, 구원자가 죽음을 막기 위해 클로즈드 서클을 만드는 ‘라이트 노벨’이지만, 그 작품성은 결코 ‘라이트’ 하지 않은 독특한 미스터리를 소개한다.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구하자.”

“그 말은 너무 당연한 말처럼 들리는데.“

“그야 당연한 말이니까.”

“혹시 몰라서 하는 말이지만,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처럼 하는 건 쉽지 않아.”

“그래도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한 것처럼 하자. 그 일이 거대 호화여객선이 침몰하는 걸 미연에 막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도 말이야.”

그것은 그녀의 특이 체질을 타이타닉 호에 빗대 말한 것이었다.

손을 내밀지 않으면 죽게 될 사람을 구하자는, 단지 그것뿐인 이야기.

- 죽음을 보는 소녀,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 한가지

그녀가 본 ‘죽음’을 ‘현실’로 만들지 않는 것!


토미 시오는 특이한 체질을 지니고 있다. 상대의 눈을 보면 그 사람이 죽을 운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 죽게 될 사람의 얼굴에서 죽음의 선, 즉 사선이 보인다. 사선은 검은 선 하나가 죽을 이의 두 눈에 그어진 형태로 그녀에게만 보인다. 사선은 죽음이 가까워 질수록 하나씩 늘어나, 후에는 그 사람이 누군지 판별할 수 없는 모자이크 상태가 되버린다. 이 능력이 저주 혹은 축복인 이유는 사선은 나타난 즉시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음의 전조증상이란 것이다. 자살, 타살, 사고사 등의 형태로 죽음을 맞이할 경우 나타나기 때문에 본래의 수명을 방해하는 죽음이 불현 듯 발생했을 때, 일종의 타임리밋처럼 시간이 주어지고, 죽음의 원인을 제거하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사선이 사라지고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이런 그녀의 능력을 믿고 공감하는 사토. 그는 그녀를 설득해 그녀와 함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하는 일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시오는 사토가 다녔던 고등학교 문예부 졸업생 네 명에게서 동시에 사선을 보게 된다. 사토가 재학하던 당시 문예부 멤버는 다섯명이었고, 그 중 한명이 화재로 옥상에서 떨어져 죽은 사건이 있었다. 무슨 관계인지 모르지만, 그 한명의 죽음과 네명은 긴밀한 관계가 있고, 그 비밀 때문에 죽음 앞에 놓인 것이다. 시오와 사토는 그 네 명을 구하기 위해, 이들 모두를 고립된 무인도로 초대한다. 하지만 사선이 사라지긴 커녕 오히려 늘어만 가고... 폐쇄된 공간, 네명의 예고된 피해자 중 숨겨진 살인범의 그림자는 짙어만 가는데...과연, 시오와 사토는 네명을 구하고 무사히 섬을 빠져나올 수 있을까?

- 라이트 노벨이지만 작품성은 ‘라이트’하지 않은 웰메이드 추리소설

클로즈드 서클이라는 뻔함속에 숨겨진 ‘참담함’이 아닌 ‘따뜻함’은?

클로즈드 서클은 오래된 전통만큼 몇몇 분명한 클리셰가 존재한다. 그 중 두드러 진 것이 클로즈드 서클을 만든 이와 그 목적이다. 보통은 고립된 공간을 만들고 피해자들을 초대하는 것은 범인이나 자연재해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지극히 의도된 살해계획이나 공포분위기조성이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를 너에게’는 클로즈드 서클의 장점인 긴장감은 그대로 가져가되, 클리셰에 변형을 주어 개성을 더한다. 요즘 유행하는 감성과 판타지적인 요소를 추리소설에 녹여낸 것이다.

요즘, 감성미스터리라는 장르가 유행인 만큼, 이 소설에도 그것이 클리셰를 부스는 역할을 한다. 이 고립된 무인도는 ‘죽이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주인공인 시오와 사토가 네명의 부원을 ‘살리기 위한 장소’로 선택되어진 곳으로 감성적인 목적을 위한 장소이다. 물론 그 곳에서 사선을 막을 심산이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사선이 많아지고, 고립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는 원래의 장점인 긴장감을 높이지만, 결말에 주어진 반전은 따뜻한 위로와 구원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또한 파릇파릇한 학원 청춘물에 묵직하고 안타까운 죽음의 비밀, 신비로운 판타지적 초능력을 섞어 시종일관 공포를 드리우는 전통적인 클로즈드 서클의 분위기와는 다른 맛을 낸다.


‘죽이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살리기 위한 공간’으로 죽음과 공포가 아닌 기회와 구원의 요소인 클로즈드 서클, 살인범을 잡기위한 추리소설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려고 한 살인범에게도 손을 내미는 ‘아무도 죽지 않는 미스터리’. 사람들이 잔뜩 죽어나가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공포감은 덜할지 몰라도, 운명과 죽음 앞에 놓인 슬픔들을 안고 가는 이야기. 뻔한 클로즈드 서클에 질렸다면, 감성 한방울을 더한 이 청춘 미스터리를 읽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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